‘소년병 재활센터’를 찾은 취재팀 일행이 수용된 어린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유승준씨(왼쪽부터), 김지헌씨, 엘리스 정양.
황폐화 된 동심 우간다 (1)
인면수심 반군들에 잡혀가
소년병으로, 섹스 노리개로
키만한 자동소총을 둘러메고 소년병으로 내몰려다 극적으로 탈출한 데니스 오웨카(14)가 비참한 숲속 생활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구루 지방의 ‘소년병 재활센터’에서 소년병, 소녀들이 취재팀을 환영하며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이고 있다.
구루로 향하는 도로 옆에 방치된 파손된 탱크
엘리스 정양(왼쪽부터), 김지헌씨, 유승준씨가 ‘소년병 재활센터’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소년병의 상처를 보며 놀라고 있다.
10세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이들이 반군에 끌려가 전장에 내몰린다. ‘소년병 재활 센터’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반군의 아내가 낳은 아이.
코카콜라를 물처럼 거리엔 총알택시
수도 캄팔라
르완다를 떠난 취재진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거쳐 4박5일 일정으로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으로 떠났다.
삼엄한 몸수색을 받은 후 계단을 내려가 활주로를 걸어 대기중인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1시간20분만에 거대한 빅토리아 호수 옆에 자리잡은 엔테베 공항에 안착했다.
엔테베 공항은 1974년대 초반 인육을 먹었다는 이디 아민이 집권하던 시절, 공중납치돼 엔테베에 비상 착륙한 여객기를 구한다며 이스라엘 특공대들이 우간다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미국 비행기를 타고 번개같이 내려 작전을 마치고는 유유히 사라져 버린 것으로 유명한 국제 공항이다.
일행은 30분 거리의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하면서 ‘공포의 총알택시’의 스릴 넘치는 곡예 질주를 경험했다. 시속 50킬로미터의 양쪽 1차선 도로를 100킬로미터로 내달리는 도요타 코롤라는 중앙선을 넘어 앞서 달리는 차와 마주 오는 트럭, 버스, 택시 사이를 누비며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계속했다. 중고 승용차인데다가 개스 절약을 한다며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 창문을 모두 내리고 달리는 택시 속에서 앞차가 뿜어내는 시커먼 연기를 참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거리를 내달리는 자동차의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에서 사용하던 중고자동차들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그대로 달고 달린다. 한국서 온 중고차들도 1,500대나 된다는데 일행이 머무는 동안에는 한 대도 보지 못했다.
중고 도요타 코롤라는 600만 우간다 실링(달러당 1,900실링이므로 대략 3,500달러) 정도인데 전문 기술대학을 졸업자의 초봉이 대략 80~100달러 수준이니 서민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이다. 미국 차는 관세가 높아 최상류층 아니면 구경하기가 어렵다.
물 사정이 좋지 않은 우간다 역시 병물과 청량음료가 보편화 돼 있다. 커피보다는 냉장고에서 시원해진 청량음료(전력 사정으로 그다지 시원한 감을 느끼지 못한다)가 더 인기다.
유리병 코카콜라 하나에 500 우간다 실링(대략 25센트·호텔서는 2배를 받는다)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불티나게 마셔댄다. 양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 것의 3분의2나 될까, 몇 모금 마시면 바닥이 보여 2개는 마셔야 성이 찰 정도다.
정부군과 대치, 국경지대 은거
유아·부녀자 닥치는대로 살해
■반군들의 만행
우간다 반군은 미개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취재팀이 아프리카로 출발하기 2주전인 2월말께 우간다 북부의 리나 지방(Lina District) 난민 캠프에 난입한 반군 조직 ‘신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LRA)은 어린이와 부녀자들을 포함해 무려 190명을 난자한 후 자신들을 피해 도망 온 본보기를 보여 주겠다며 커다란 항아리에 팔다리를 잘라 집어넣고 끓이고는 도주하는 만행을 저질러 세계를 경악 시켰었다.
이곳은 취재팀이 방문한 구루 지방으로부터 불과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우간다 반군은 1962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계속돼온 정치적 세력다툼의 부산물이다. 정적에 의해 쫓겨나면 인접 국가의 비호 하에 반군을 조직해 다시 쳐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수단, 콩고, 탄자니아, 르완다 등 인접 국가들은 군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국경지대의 반정부 무장세력을 남의 나라 반군으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1988년 대부분의 반군들은 정부군에 투항, 예속됐으나 우간다 북쪽 지방의 아촐리 부족 반군 조직인 LRA만이 수단에 본거지를 두고 18년 동안 버티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저항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LRA의 조셉 코니라는 우두머리는 스스로 예언자를 자청하는, 어찌 보면 미치광이급에 해당한다. 코니는 잔인하기 이를데 없어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의 입술을 잘라내고 팔다리를 절단하는 잔인성으로 악명이 높다. 수 천여명의 어린이들을 납치해 세뇌교육을 시킨 후 소년병으로 쓰거나 노예로 끌고 다니고 여자 어린이는 사령관들의 섹스 상대가 되는 ‘와이프’로 삼는다.
이들은 수단 국경에 근거지를 두고 밤이면 우간다 영토로 들어와 식량과 어린이들을 납치하고 남쪽 깊숙이 내려와 난민캠프를 공격해 수많은 인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잔인성을 보이고 있다.
우간다 정부는 지난해 이들에게 화친을 요청했으나 아촐리 부족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대화가 무산됐다.
8개월간 밀림속 지옥생활
사람 때려죽이기도 수차례
■소년병의 고백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그런지 제 나이 또래보다 훨씬 작아 보이는 데니스 오웨카(14)는 2년 전인 2003년 6월 어느날 밤 반군들에 납치돼 악몽과도 같은 8개월을 숲속에서 보냈다.
수단 국경과 인접한 킷검 지역(Kitgum District)의 남민 캠프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던 데니스는 자정께 정부군 경비 초소를 통과한 반군들에 의해 남자 4명, 여자 3명 등 7명의 어린이들과 8명의 부녀자들과 함께 납치된다.
어린이들은 혹시 있을 지 모를 반군의 침입에 대비해 밤이면 캠프 가운데 마련된 움막에 모여 잠을 자고 있었다. 반군들은 어린이들을 깨워 옆 창고에 쌓아둔 식량을 짊어지게 하고는 허리를 줄줄이 묶어 외곽의 주력 부대가 정부군 경비대와 교전을 하는 틈을 타서 캠프를 유유히 빠져 나와 8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수단 국경지대로 향했다. 30킬로그램이나 되는 콩 자루를 메고 4일을 맨발로 걷는 동안 데니스 일행은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정부군의 추격이 계속되는 데다가 반군들이 식량을 아낀다며 하루 한끼, 그것도 제대로 익히지도 않은 음식으로 배탈이 나는 어린이들이 속출했다.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어서 물 구하기가 어려워 오줌까지 먹으며 목을 축여야 했다. 더욱이 맨발로 다니는 이들은 발이 부어 더 이상 걷기조차 힘들었다. 수단의 반군 캠프에 도착할 때 즈음 일행 중 생존자는 남자어린이 2명을 포함해 모두 3명뿐이었다.
데니스는 몸서리치는 경험을 하고 만다. 돌아가겠다고 우는 5~6세 어린이를 여러 명이 둘러서서 손바닥으로 쳐죽이던 일이었다. 너무나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반군들이 들이대는 총칼이 무서워 정신없이 손바닥을 내리쳤다며 눈물만 흘렸다.
총기 사용법을 배운 후 60여명 규모의 반군 예하 부대에 배치된 데니스는 자신의 키 만한 자동소총을 둘러매고 식량 조달등을 위한 마을 습격에 내몰린다. 정부군의 수없는 매복 공격과 배고품 등에 시달리며 8개월을 숲속에서 살았던 오웬스는 2004년 2월 어느 날 새벽 정부군의 매복 공격을 받아 혼란스런 틈을 이용해 죽기를 각오하고 도주했다.
사람을 죽여봤느냐는 조금 어색한 질문에 데니스는 “한 7~8명 정도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몇 명을 죽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재활센터의 아이들
마음속 상처 치유
카운슬링·직업교육
우간다 캄팔라에서 하루 밤을 지낸 일행은 북쪽으로 274킬로미티 떨어진 구루 디스트릭(Gulu District)을 찾았다. 아침 9시30분 캄팔라를 출발한 일행은 짐까지 싫은 소형 승용차의 비좁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무려 5시간을 달린 끝에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구루에 도착했다.
구루 지역은 반군의 활동 영역 내에 있는 위험 지역으로 정부군 수색대의 도로 순찰이 끝나는 오전 10시 이후에나 통과가 가능할 정도다. 곳곳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정부군들의 검문이 계속될 정도로 긴강감이 돌았고 나일강을 건너는 교량을 통과한 이후부터는 일체의 길거리 사진 촬영이 금지됐다.
취재팀은 구루 지역의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소년병 재활센터’를 찾았다.
‘소년병 재활센터’(Uganda War Youth Rehabilitation Center)는 병력 보충용으로 반군들에게 끌려가 자신들의 키만한 총을 들고 죽음에 내몰렸다가 극적으로 도망쳐 나온, 또는 정부군과의 교전 중 잡혀온 어린이들을 순화시키고 사회 적응 훈련을 시켜주는 우간다내 하나뿐인 교화 시설이다.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반군의 습격에 대비해 마치 형무소 처럼 요새화 돼 있고 저녁이면 자동 소총을 무장한 경비원들이 경계를 선다.
이곳 소년병 센터에는 3월11일 현재 117명이 수용돼 있다. 수용 기간은 평균 1개월이며 카운슬링과 직업교육 등을 통해 사회에 나가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또 임신을 한 여자 어린이들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게 된다. 퇴소 후 생계를 위해 재단, 재봉, 미용 등의 기술 교육도 시켜준다. 소년병 센터는 이들이 수용된 동안 거주지 조회를 통해 부모를 찾아주는 일도 해주지만 납치된 지 오래된 어린이들도 많아 부모나 친척을 찾지 못해 고아로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이곳에는 8명의 카운슬러를 포함해 23명의 담당 스태프가 소년병들을 돌보고 있으며 3명의 간호사들이 상주해 부상당한 소년병들과 여자들을 치료해주고 있으나 수용자들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설 역시 어린이들이 천막시설에 기거해야 할 정도로 열악해 국제사회의 지속적 지원과 관심이 아쉬운 곳이다.
■우간다는…
한때는 ‘아프리카의 진주’
사람과 자전거, 모토사이클, 자동차들의 홍수, 여기에 차마다 미친 듯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까지 가세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는 한마디로 아비귀환이다. 차도로 뛰어드는 인파의 물결에 ‘보다 보다’(boda boda)라고 불리는 택시용 자전거(엄청 많다), 모터사이클, 그리고 자동차가 얽히고 설켜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래도 경적 소리가 별로 없고 교통사고를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신기한 일이다. 특징을 꼽으라면 영국 식민지 시절을 보내 자동차들이 좌측 통행이라는 것, 모기의 극성이 공포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상권의 대부분을 외국인 특히 인도인들이 잡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수자원과 아름다운 경관, 비옥한 땅, 아프리카 호수의 대명사 빅토리아 호수를 끼고 있는 우간다를 ‘아프리카의 진주’라고 부르지만 그 진주가 외국인들에 의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우간다는 반군이라는 두통거리를 안고 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해 국토를 횡단하는 나일강 북쪽지역(국토의 3분의1)에 출몰하는 반군들은 수단 국경을 근거지로 밤이면 우간다로 내려와 약탈과 어린이 납치를 일삼는다. 세뇌교육이 쉬운 어린이들을 납치해 남자는 소년병으로, 여자는 섹스 노예로 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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