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93세… 냉전종식·강력한 미 재건 인기누려
냉전 종식에 앞장섰던 미국 제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벨 에어 소재 자택에서 5일 오후 2시께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미망인 낸시 레이건(82) 여사는 성명을 통해 “내 가족과 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0년간 알츠하이머병과의 투병생활 끝에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히고 “우리는 모든 이들의 기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레이건가 수석 보좌관격인 조앤 드레이크는 10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해온 레이건 전 대통령이 폐렴 합병증으로 서거했다고 밝혔다. 낸시 여사와 두 자녀인 론(로널드) 2세와 패티 데이비스가 임종했으며 입양한 아들인 마이클은 사망 직후 도착했다. 그의 유족으로는 첫부인인 배우 제인 와이먼과의 사이에서 난 딸 모린이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 “미국으로서 슬픈 날”이라면서 레이건 치하에 “미국은 분열과 의혹의 시대를 종식했으며 그의 지도력하에 전세계는 두려움과 독재의 시기에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6일 시미밸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한 어린이가 대통령을 추모하는 성조기를 갖다 놓고 있다.
<김영수 기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1989년 대통령을 연임하면서 공화당을 자신의 보수적인 색채로 재편하고 냉전의 한 축인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부르며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 붕괴를 목표로 소련과의 경쟁에 매진했다. 이 때문에 미.소 냉전 구조를 종식시키는데 일조했지만 미국 국가 부채가 3배로 늘어난 3조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배우 출신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암살을 모면했고 최근 10년 동안은 알츠하이머병과 투병하면서 공개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 역대 대통령중 최장수를 누렸다.
11일 국장 ‘국가 애도의 날’
레이건대통령의 국장이 치러지는 오는 11일이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되며 위상턴 D.C.에서 거행되는 장례식에는 부시대통령이 참석, 조사를 할 예정이다.
레이건의 시신은 7일 오전 10시 샌타모니카 장의사에서 시미 밸리로 운구돼 이틀간 안치되며 일반인들은 무어팍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운행되는 버스편으로 기념도서관에 가 레이건에게 마지막 애도의 뜻을 표할수 있다.
시신은 9일 비행기편으로 워싱턴으로 운구, 10일까지 의사당 원형건물에 안치된다.
이어 11일에 워싱턴에서 국장이 거행되고 바로 시신은 시미 밸리에 있는 레이건대통령 도서관 언덕에 묻히게 된다.
미국사회 애도물결·각계표정
“유머·언변·리더십 특출”
우정국 추모우표…존 케리 유세중단
슈워제네거 주지사 “그는 나의 영웅”
일반가정도 조기, 야구장선 애도묵념
한국정부 조문특사 파견할듯
◎…연방우정국은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새 우표를 내년에 발행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우정국은 전직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우표의 경우 통상 사망한 해를 넘겨 이듬해에 발행하고 있어 레이건 우표는 그의 94회 생일날이 되는 내년 2월6일 발행된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은 6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공공연한 정치적 유세”를 향후 수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레이건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종류의 명백한 정치적 집회나 비슷한 행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레이건 전 대통령 사망소식을 접한 직후 성명에서 “그는 나에게 있어 영웅이었으며 주지사시절 이룬 뛰어난 리더쉽과 주발전을 위한 청사진 등 많은 업적은 오늘날에도 빛나고 있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 제임스 한 LA시장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민들의 가장 깊은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었다”면서 주지사 시절 버스노조 파업과 관련, LA에서 보여줬던 뛰어난 중재역할을 기억하며 애도와 찬사를 함께 보냈다.
◎…배우출신으로 명 연설가이기도 했던 레이건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전역에서 애도물결이 일고 있다.
백악관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는 물론 일반 가정에도 조기가 내걸렸고 야구장에서는 한때 시카고컵스 아나운서를 지냈던 레이건을 위한 묵념을 올렸으며 벨몬트 스테익스에서도 경마가 시작되기 직전 잠시 침묵의 애도시간을 가졌다. 또 레이건이 1930년대부터 영화배우로 명성을 쌓던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는 영화팬들과 그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미 언론은 레이건 사망 전에 이미 백악관측으로부터 그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말을 듣고 벨 에어의 레이건 자택앞에 몰려가 상황을 전했고 사망사실이 공식 발표되자 취재기자들의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수시간후 시신이 샌타모니카의 한 장의사로 옮겨지자 장소를 바꿔 현장에서 보도를 계속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벨에어 자택에서 샌타모니카소재 장의사로 가는 길목에 나와 경례를 하는 등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LA총영사관은 5일 오후 레이건 대통령 타계소식을 접한 뒤 본국정부로부터 있을 수 있는 훈령에 대비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국장으로 치러지는 만큼 정부에서 특사파견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여 공관에서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분위해 양복제작 잊을 수 없는 인연…”
김의섭씨, 레이건 수표 가보로
“35년 양복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이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접하니 마음이 착잡하네요.”
지난 2001년 미국으로 건너온 김의섭(67) 씨.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5일 김 씨의 눈에는 하루 종일 눈물이 촉촉하게 고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68년부터 20001년까지 서울 이태원에서 ‘U.S KIM Tailoring Co.’라는 양복점을 운영한 김씨에게 83년 방한한 레이건 대통령이 양복 3벌을 해 간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낸시 여사가 남편의 양복을 보내 똑같은 사이즈로 부탁했다. “이듬해 6월 25일 날짜로 225불 짜리 개인 수표가 날아왔어요. 뱅크오브아메리카 베버리힐스 지점 발행이었고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어요.”
김씨는 이후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않고 대통령 사진과 함께 가게에 걸어두었다. 김씨가 빨리 현금화하지 않자 백악관 재무 담당자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적어도 10배의 가치는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수표 가치가 지금 얼마인지는 몰라도 가보로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한인들 “인자하고 소탈한 모습” 섭섭함 표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5일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지나간 80년대를 회상하고 미국 현대사에 굵은 획을 그은 고인의 업적을 잠시 되돌아 보았다.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지난 1980∼88년은 한인들의 정치 활동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그와 끈끈한 정을 가진 LA한인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옷자락 한번 스치는 인연을 가졌던 한인들은 한결같이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인자함을 기억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뒤를 이은 조시 부시 대통령 정권 때 백악관 아태자문위원을 지닌 미셀 박씨는 “레이건 대통령이 지미 카터를 상대로 선거전을 치를 때인 1979년 당시 데이트 중이던 지금의 남편을 따라 샌타바바라 선거사무실에서 한번 면담한 적이 있다”며 “그후 정치란 것이 이렇게 재미있고 즐기며 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고 정치활동을 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토요일 서거 소식을 듣고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옛날을 회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레이건 대통령은 냉전을 종식시키고 감세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살린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이건 대통령을 한번도 만나 경험이 없는 평범한 한인들도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경원 기자>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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