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고싶다” 절규 무참히 짓밟혀
피랍에서 참수까지
17일 물품배달중 납치
‘파병철회’24시간 통첩
각계 석방노력 부산
무사귀환을 바라던 하나된 여망에도 불구하고 끝내 김선일(33)씨는 차가운 주검으로 고향 땅을 밟게 됐다.
가나무역 직원으로 지난해 이라크 땅을 밟은 김씨에게 뜻밖의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숨진 김씨는 당시 이라크 직원 1명과 함께 트럭을 타고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200㎞ 가량 떨어진 리브지 캠프를 떠나 팔루자 지역으로 향하던 중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피랍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한국시간 21일 새벽 5시께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라는 무장단체가 보내 온 피랍된 김씨의 화면을 방영하고 난 뒤였다.
“한국군이여, 제발 여기서 나가 달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의 목숨은 소중하다. 하지만 내 목숨 역시 소중하다”고 외치던 김씨의 절규는 생생히 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김씨를 납치한 무장세력은 당시 김씨의 모습을 공개함과 동시에 24시간의 말미를 주면서 한국군의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김씨 피랍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는 오전 8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긴급 상황에 돌입했고, 무장세력이 요구한 이라크 파병철회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김씨 구출작업에 총력전을 전개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장세력이 요구한 24시간 시한이 지난 22일 새벽이 지나도록 김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으면서 초조감은 높아만 갔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에 접어들면서 김씨가 안전하게 생존해 있다는 잇단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낙관론이 조심스레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던 한국시간 밤 10시20분께. 김씨의 주검이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 35㎞ 지점에서 발견되고 말았다는 소식이 미군으로부터 날아들었다. 피랍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41시간만의 일이었다.
김씨의 참수 사실은 이어 23일 새벽 2시가 다 되어갈 무렵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숨막히는 41시간의 피랍 드라마가 비극적인 인질 참수로 막을 내린 것이다.
미 행정부 표정
애도불구‘파병준수 확신’
부시 ‘야만적 행위’규탄
파월 ‘한국정부 자세 감사’
미 행정부는 22일 김선일씨 참수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애도를 표시하면서 강력한 대 테러전을 다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김선일씨가 무참히 살해된데 대해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한국이 이라크 파병계획을 준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인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테러조직에 납치된 뒤 살해된 사건에 대해 “그의 가족과 한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이라크의 재건을 도우려던 한국의 민간인이 테러범들에 의해 참수당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며 조의와 함께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비난하면서 “한국정부가 지난 며칠동안 이런 종류의 테러에 직면해서 확고부동한 입장을 견지한 데 감사를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의 유엔본부도 김씨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김씨 피살 소식이 준 충격에 다른 모든 화제가 압도된 분위기였다.
미 언론 보도
CNN·AP등 긴급 타전
본보·코리아타운 등
한인커뮤니티 반응 관심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언론들은 22일 이라크에서 테러조직에 납치됐던 한국인 김선일(33)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을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CNN과 CBS, ABC등 주류언론은 김씨의 살해소식이 알-자지라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진 낮 9시40분께부터 긴급뉴스로 이 소식을 처리하며 이라크와 한국의 분위기를 함께 전했다.
CNN은 이라크에 있는 크리스티안 아만포 기자의 보도를 통해 “이 살인 행위는 한국측에 추가파병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한국군 병력은 이라크에서 대부분 인도주의적인 일에 종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 등 세계 주요통신들도 이라크 저항단체에 납치됐던 가나무역 김선일씨가 참수됐다는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세계에 타전했고 범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씨가 피살됐다는 내용을 긴급뉴스로 계속 등재했다.
프랑스 AFP통신과 독일의 dpa통신도 김씨 피살 사실을 긴급기사로 내보냈으며 일본 교도통신과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중국 신화통신도 같은 내용을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22일자 신문에 김씨 피랍과 관련, 가족들의 반응과 추가파병에 대한 한국민들의 소식을 실었던 LA타임스도 참수사실이 전해지자 곧바로 인터넷판에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한편 김선일씨가 살해된 22일 미 주요언론들은 일제히 미주 한인들 반응을 보도하는 등 LA 한인타운을 상대로 즉각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채널7 KABC 저녁뉴스 팀은 이날 오후 본보를 방문, 본보 편집국에서 김씨 피살소식에 접한 한인들의 분노에 찬 반응을 직접 취재하며 한국일보가 어떤 식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는지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또 CNN도 본보를 대상으로 미주 한인들의 반응등을 집중 취재했다. 한편 AP통신도 이날 LA 한인타운에서 김씨의 피살과 관련한 취재활동을 펴면서 한인들이 이날 긴급 발행된 본보 호외를 읽는 장면을 전세계로 타전했다.
언제 살해됐나
요구조건 수용안되자 곧 살해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살해된 가나무역 김선일씨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살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22일에 김씨 석방교섭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나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파병 철회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가 이것이 수용되지 않자 김씨를 살해했다는 이라크 현지 소식통의 말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씨 석방교섭에 나섰던 이라크인 모하메드 알-오베이디도 21일 저녁까지 김씨가 살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으론 김씨가 22일 오후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김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5시20분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으로 35㎞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씨의 시신은 차량에서 던져진 것으로 보이며 머리가 베어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정확하게 확인됐지만 김씨가 살해된 장소는 현재까지 전혀 알져지지 않고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는 좀 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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