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날 - 예수님이 아주 멋있는 말씀을 하셨다 ?
6:30 AM - LITTLE FALLs 소방서, 출발. 오늘 계획 - 5S 도로를 따라 우선 유티카까지 간 뒤 최대한 시라큐스를 향해 멀리 달린다. 잠잘 곳은? ...... 그때 가서 보자! -
10:30AM - 유티카 도착 - 도시의 분위기 - 공장이 마구 세워지면서 한때 사람이 몰렸던 것 같다. 낡고 방치된 공장들이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쓸쓸한 표정으로 서있다. 아마 공장이 인건비가 더 싼 곳으로 옮겨 가 일자리가 줄고 고급 노동력도 하나 둘 떠난 것 같다.
거리에 흑인, 히스패닉, 베트남 사람이 많다.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온 곳, 베트남 식당이었다. 무슨 연유로 베트남인들이 이리 많은 것인가? 어쨋든 월남국수를 한그릇 먹고 이 회색빛 도시를 어서 떠나려 한다. -날씨는 우중충하다. 더운 것 보단 훨씬 낫다. 바람도 괴롭고 몸도 약간 으스스 하다.
유티카에서 시라큐스까지의 5번 도로는 피해 갈 수 없다. 유티카 외곽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차들이 미친년 치맛자락 휘날리듯 달린다.’. 교통량은 ‘빈틈을 주지 않는다.’ 따로 자전거 도로가 없으니 정신차려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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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PM - 시라큐스까지는 37마일(37Mile * 1.6 = km) 우선 Price Chopper(대형 할인 마트)에 가서 수박 1/4쪽과 샌드위치를 샀다. 수박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시원해서 좋다!
- 6:30PM - 몸은 피곤하고 오늘밤까지 시라큐스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시라큐스까지는 30마일) 푸드 &팔머시 마켓에서 트럭을 주차해 놓은 사람들에게 가서 부탁했다. 5번 국도 웨스트 가면 라이드 해 줄 수 있냐고. 그때까지는 나름대로 낭만에 젖어 있었다. 벌써 몇 번째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낯선 곳, 처음 온다는 점이 낭만적이라
나 그런데 어찌 그런 낭만은 다 깨지고 다시 달리게 됐냐고 하면 어떤 한 트럭 운전사가 아주 퉁명스럽게 30마일도 못 가는데 여기까진 어떻게 왔냐? 하길래 열 받아서 계속 가기로 했다.
- 7:30PM - Oneida 도착 - 지금까지 본 마을 중에서는 가장 크다. 우선 중국 식당으로 갔다. 한끼 든든히 먹고 꼭 오늘 시라큐스에 도착하겠다 다짐하고. 7불50센트! 저녁으로 7.5불 이나 줬는데 달려야 한다! 자전거 여행객에게 한푼도 깍아주지 않는 중국 식당이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내 7.5불을 비웃듯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방울 두 방울 다시 한 방울. 휴~
.... 그러다 한 방울 두 방울 결국 세 방울 ... 아... 너...배신이다. 그래도 내 달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몸과 옷의 틈을 빗물이 메꿔줬다. 지금 기분은 5번 도로와 싸우는 기분이다. 한번 해보자. 오늘 밤 내가 파김치가 되도 시라큐스에서 김장되리!! 눈을 크게 뜨거나 부라리고 달리면 물이 들어와 앞이 잘 안 보이게 된다. 아주 가는 실눈을 뜨고 달리는 그때 십자가가 보였다. 지금까지 교회를 많이 거쳐왔지만 대개 대낮이든 저녁이든 불이 다 꺼진 죽은 모습이었는데 여긴 저녁 8시30분인데도 불이 켜져 있었다. 교회로 가서 자전거를 밖에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비가 잠잠해져 떠나려 하는데 예배가 끝난 시간이었는지 사람들도 나간다.
그때 한 아저씨가 내게 와 말을 걸었다. 교회에 처음 온건가? 반갑다. 근데 다 젖었구나. 이 비에 자전거를 타는 거야 ? 네. 오늘 시라큐스까지 가려고 하는데 비가 심해서 숨을 곳을 찾다가 여기 교회가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이때까지 열려 있는 교회는 지금까지 못 봤어요. 그리고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왜 가냐, 등등의 기본 대화를 마쳤다.
아저씨는 우리집에 가서 재워 주고 싶은데 마누라가 날 죽일꺼야. 라고 하신다. 밥도 비싼 거 먹었는데 역시 오늘은 시라큐스다 하고 작별인사를 한 뒤 비가 덜해 졌을 때 떠났다.
비 내리는 날 9:00PM이 되었으니 날도 어두워 질만 하지. 다행히 라이트가 있다. 5번 국도와 씨름하며 몇 킬로를 더 갔을 때 누가 내 앞에 작은 트럭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나오길래 보니까 아까 그 아저씨다! 지금 아내가 딸이랑 버팔로에 있거든. 그래서 아내한테 한 젊은 청년을 만났는데 재워 주면 죽일꺼지? 물어 봤는데 ‘당신 맴이지`’ 라더래. 자!!!!
차에 자전거를 싣고 시라큐스까지 데려다 줄 수도 있고 우리집에서 재워 줄 수도 있고. 너 마음대로 해~ 음... 그럼 아저씨네 집 가서 얘기나 하며 하루 묶기로 하죠. 휴~ Thanks God.
아저씨 집으로 가는데 자꾸 전화가 온다. 아저씨 딸인데 묻는다고 한다. 아빠 무슨 일 있어요? 아빠 그런 적 없잖아요. 처음 본 사람을 집에 재워준다고요? 하면서. 집에 도착해서 일단 둘 다 소파에 앉았다.
와~ 편하다. 티비가 무척 크다. 스피커도 많은데?..이내 아저씨가 스테레오를 샀는데 티비랑 연결이 안돼.라고 한다. 속으로 잘 생각해 보니 그래도 내가 음악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그럼 혹시 자기 스피커 좀 고쳐 줄 수 있겠냐는 무서운 간접 화법이었다. 그럼... 제가 한번 볼께요. 하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저도 잘 모릅니다. 유학생이 무슨 홈씨어타인지 뭔지...... 하튼 도와주세요.’ 설명서따라 선을 연결하니 스피커가 불을 뿜는다! 일부러 볼륨을 높였다. 아저씨는 너무 좋아하시고..... 산지 꽤 됐는데 이제서야 그 맛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바로 전화기를 들더니 버팔로
의 아내와 딸에게 전화로 기쁨을 전하신다. 나도 기분이 좋다.
조금 뒤 아저씨는 우리 가족은 29년간 한 교회를 섬겼어. 나는 장로 였고 내 아내는 아이들을 가르쳤지. 그런데 얼마 전에 교회를 옮겼어. 아까 너 만난 거기로. 우리 가족에게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더라고. 교회를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어. 너무나..... 그래도, 그래도 새로운 교회에 나갈 수 있게 됨에 감사하지!! 29년이나 섬긴 교회를 누군가 자기 가족을 마음에 안들어 해서, 쉽게 말해 싫어해서 옮겨야 했다고? ....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을까... 교회에서 그런 일은 종종 있다. 누구를 미워해서 자기가 떠나든 그 사람을 떠나보내든...... 그런 건 듣는 이도 가슴아프다. 그런데 상처를 기억함은 교회에서 멀어지는 것 이상으로 신앙이 시들해 지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대신 저 아저씨처럼 마음 고생 크게 한 번 하고 난 뒤 한층 성장한 마음의 기쁜 미소로 다음 단계의 새로운 신앙 터전을 찾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자. 도착했던 때가 있듯 떠날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또 다시 선택하고 시작 할 수 있다는 것.
남을 상처 줬다는 죄의식 속에 살거나, 남에게 상처받았다는 피해의식 속에 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보시기에 슬플 것이다. 살아 있다면, 살아 있다면 아직 사랑이 나를 살게 할 시간 있다는 것, 용서가 나를 치유할 시간이 있다는 것. 그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말씀하셨나 보다 예수
님께서. ‘예배 보다가 누가 나 때문에 상처받아 아파하고 있으면 예배 안 드려도 되니까 언능 가서 관계부터 풀고 온나. 마태 복음 5장 23장 24절’
총거리 : 93km ,, 총쓴돈 - 19불 (2끼 사먹고 수박, 군것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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