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샌타모니카 파머스 마켓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 이 대형사고로 차량에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 주장이 대두됐다.
차 속도등 사고 당시 기록담겨 원인규명 도움
NTSB, 정부에 장착 의무화 이달초 첫 권고
정보수집 주체싸고 사생활침해등 논란 제기도
비행기 사고 때나 보던 블랙박스가 자동차의 의무장착사항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국운송안전협회(NTSB)는 연방 정부가 일반 승용차에 차의 속도, 안전벨트 착용 여부, 브레이크를 밟은 시각 등을 기록하는 블랙 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도록 이달 초 처음 권고했다.
NTSB의 이 같은 조언은 지난해 7월 샌타모니카 파머스 마켓에서 발생한 대형사고 이후 블랙박스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개스 페달을 밟아 돌진, 10명이 죽고 63명이 다쳤던 이 참사는 변호사가 운전자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사고원인을 속시원히 규명하지 못한 채 1년이 지났다.
NTSB의 엘렌 잉글맨 코너스 회장은 “당시 사고차량인 1992년산 뷰익 르사브르에 데이터 기록장치가 장착돼있었다면 운전자의 행동에 대한 정보 수집과 과학적인 이해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결론 지으면서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전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이미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신종 생산차량에 대해 블랙박스를 추가하는 추세다. 운전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지만 현재 도로에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의 15%에 달하는 약 3,000만대가 데이터 기록기를 갖고 있다. 또 모든 GM 차종 및 대부분의 포드 차량을 포함해 2004년 생산된 차종의 90%가 일부의 기록능력을 갖고 있으며, 2005년에는 더 많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추가될 것으로 NHTSA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NHTSA 및 NTSB는 연방법이 오는 2008년까지 사고가 일어나기 수초전 차의 성능에 대한 정보 42개를 기록하도록 하는 ‘블랙박스 기준’을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연방 자동차안전규정은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대부분의 신종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NTSB는 의무조항이 없다면 개런티가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블랙박스는 비행기에서 쓰이는 것보다 훨씬 덜 복잡하고, 정보저장 능력도 덜하다. 예를 들면 차 안의 소리는 녹음하지 못한다.
그러나 에어백이 충돌전에 터졌는지, 사고 몇 초전 차의 주행속도가 얼마였는지, 운전자가 언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그리고 운전자가 사고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었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자동차 블랙박스는 비교적 신형이라 보험업계에서 이 블랙박스가 보험클레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는 상태. 따라서 블랙박스 장착이 앞으로 자동차 보험률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누가 블랙박스의 정보를 수집할 것이냐를 두고 사생활 침해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아무리 경찰이나 사고 조사원들이 데이터들을 사고 재현 목적으로 유용하게 쓴다고 하더라고, 법정에서는 오히려 보험업자나 변호사들에 의해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2004년 6월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에 대해 운전자 정보를 기록하는 블랙박스 규정을 통제했다. 이유는 사생활 침해로, 소비자 스스로 정보 유출을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시스템 장착을 시작한 포드의 경우 현재 링컨LS, F시리즈 픽업트럭, 선더버드, 그리고 익스플로러 등 일부 차종은 성능이 더 향상된 블랙박스를 이용, 충돌 5초전 차량의 주행속도와 브레이크 사용여부를 판별해낸다. 2005년 포드는 네비게이터와 엑스페디션, E 시리즈 밴, 그리고 애비에이터 등에도 같은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다. GM 역시 2000년 이후 모든 차종에 대해 블랙박스를 달고 있다.
NTSB의 코너스 회장은 “NTSB가 매년 일어나는 4만3,000여 건의 교통사고 사망을 일일이 조사할 만한 여력이 없다”면서 “블랙 박스가 자료 수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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