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살로니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신화는 끝내 재현되지 않았다.
‘신화의 땅’ 그리스에서 또 하나의 신화 창조를 꿈꿨던 한국축구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에 막혀 4강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대표팀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준준결승에서 후반 중반 이후 대반격을 펼치며 이천수가 2골을 만회했으나 프레디 바레이로(2골)와 호세 카르도소에게 먼저 내준 3골 차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3으로 석패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말리와의 경기에서 거짓말같은 동점 드라마로 56년만의 8강 진출을 이뤄냈던 태극전사들은 종료 20분을 남기고 또 한번의 기적을 연출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했다.
밤잠을 설치며 광화문에 다시 집결한 고국의 팬들과 테살로니키의 붉은 악마들은 목이 터져라 ‘대~ 한민국’을 외쳤으나 승리의 여신은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외면했다.
수비라인이 어이없이 흔들리면서 먼저 내준 3골이 너무나 뼈아픈 한판이었다.
조재진-최성국을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전반 4분 김두현의 중거리포로 포문을 열었으나 볼은 왼쪽 골 포스트 바깥쪽을 때리며 골라인으로 흘러나가 불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 11분 오스발도 디아스의 강슛과 4분 뒤 훌리오 만수르의 아찔한 헤딩슛을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으로 막아낸 한국은 19분 왼쪽 측면이 순식간에 뚫리면서 선제골을 내줬다.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힐패스를 받은 파라과이 공격수 프레디 바레이로는 유상철을 제치고 골지역 오른쪽 사각으로 파고든 뒤 대포알 슛을 날렸고 볼은 김영광 머리위를 스치 듯 지나쳐 네트를 흔들었다.
전반 중반 이후 주도권을 되찾아온 한국은 36분 최성국이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단독 찬스를 잡았으나 볼 터치가 길어 땅을 쳤고 후반 5분 이천수의 프리킥마저 골 포스트를 30㎝ 정도 비껴 나갔다.
파라과이는 역습 기회를 엿보다 후반 16분 와일드 카드 호세 카르도소가 측면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꽂아넣고 10분 뒤 선제골의 주인공 바레이로가 수비 허점을 뚫고 또다시 골망을 흔들어 순식간에 3골 차로 달아났다.
이 때부터 김호곤호의 대추격전에 발동이 걸렸으나 이미 스코어 차는 너무 많이 벌어져 있었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29분 이천수가 파라과이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통렬한 중거리 슛을 꽂아넣어 추격의 물꼬를 텄다.
이천수는 이어 후반 34분 상대 수비수의 핸들링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골키퍼 반대편으로 정확히 차넣어 1골 차로 따라붙었다.
한국은 마지막 남은 11분 간 극적인 동점 찬스를 노렸으나 결국 결정적인 마무리 한방이 터지지 않았다.
종료 9분 전 정경호가 날린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종료 직전 좌우측면을 흔들며 여러 차례 올려보낸 크로스도 킬러 조재진의 발끝에 닿지 않아 김호곤호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 꿈은 그대로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같은 시간 열린 준준결승에서는 호화 멤버의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남미 올해의 선수’ 카를로스 테베스의 해트트릭 원맨쇼에 힘입어 코스타리카를 4-0으로 대파하고 4강에 안착했다.
전화(戰禍)를 딛고 세계 무대에 다시 선 이라크는 모하메드 에마드의 오버헤드킥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꺾고 아시아 국가 중 4번째로 올림픽 4강에 오르는 감격을 만끽했고 이탈리아도 연장 접전 끝에 말리를 1-0으로 제압해 준결승에 합류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준결승은 이라크-파라과이, 아르헨티나-이탈리아의 대결로 펼쳐진다.
◆22일 전적
△남자축구 준준결승
파라과이 3-2 한국
아르헨티나 4-0 코스타리카
이라크 1-0 호주
이탈리아 1-0 말리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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