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웅길(롱아일랜드한인회)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오후 아직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 있는데 밖에 비가 내리면서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이 시간에 150가 어느 한국 토속전문집에서 둘째 아들과 청국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 집은 청국장과 감자전, 도토리묵 같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어 나는 가끔 이 집을 찾는다.그런데 플러싱 J식당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무 젓가락이 부러졌다. 다른 것을 가져오라고 해서 점심을 먹었을 때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소위 일회용 나무 젓가락인데 바로 그 때 그 젓가락이었다.
“무슨 젓가락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 좀 잘 만들지. 한국 제품을 이렇게 만들면 안되지” 하고 보다가 우리는 깜짝 놀랐다. 한국산이 아니고 빨간색의 작은 글씨로 ‘Made in China’로 되어 있지 않은가.한국에서는 이제 나무 젓가락 같은 것은 안 만들고 소위 컴퓨터, 셀룰라폰, 냉장고, TV, 라디오 같은 것만 만드는가. 두 식당에서 똑같은 ‘Made in China’를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한인들의 플러싱 상권이 메인스트릿을 빼앗긴지 오래이고 유니온 스트릿도 점점 중국인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노던 블러바드 상권도 또 중국인들에게 빼앗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솝 우화를 보면 모든 동물의 대왕인 사자가 병을 핑계로 동굴 병상에서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산에 사는 모든 동물 즉 토끼, 노루들은 다 병문안을 오도록 명하였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다 와서 병문안을 했는데 여우만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자의 전속 부관이 여우를 찾아가 꾸중을 하면서 ‘빨리 병문안을 하라’고 독촉했다. 여우가 답하기를 “그 동굴에 가 보았다. 동굴 앞 발자국을 보니까 들어간 발자국은 있어도 나온 발자국이 없었다. 들어간 동물들은 다 사자밥이 되었는데 나보고 사자 밥이 되란 말인가?” 하고 반문하였다고 한다.그렇다. 동굴 앞의 발자국을 보고서 그 동굴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혜로운 여우는 모든 일을 상세히 아주 샅샅이 알아버렸다.
한 두가지만 더 이야기 해 보자.지난 18일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를 TV를 통해 보았다. 탑 10의 미녀들의 의상 쇼에서 10명 중 5명이 푸른 청바지를 입고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것을 보았다. 미국 청바지 문화,
아니 미국의 문화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미국에 사는 이상 미스 아메리카에서의 탑 10 미녀들이 일할 때 입는 청바지를 보고서 미국의 힘을 읽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미녀들의 청바지의 숨은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약해서 내가 본 두 식당에서 사용된 일회용 젓가락이 ‘Made in China’라 해서 중국 경제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논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금년 하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 국민들이 세계 2위를 했다고 해서 내가 두 한국식당에서 쓰여지는 ‘Made in China’의 젓가락으로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지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것은 그 국가의 경쟁력과 그 국가의 경제력이 떠받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그마한 이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쓰여진 ‘Made in China’라는 글씨에 담긴 흔적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시기와 질투, 불평, 그리고 자만으로 국가 발전과 개인의 이익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일회용 젓가락에 쓰여진 ‘Made in China’의 흔적으로 오늘날 한인사회의 현주소와 오늘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읽지 못하고 자포자기 한다면 병든 여우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어둠이 깔리고 비 내리는 우중충한 밤이지만 내일 맑은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청바지 정신으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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