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지나기 직전 멕시코에서 바라본 미국. 멕시칸들이 바삐 뛰어 다니는 사이로 멀리 성조기가 보인다.
비자발급 한인들 몰리는 멕시코 국경도시 르포
비자 갱신이나 신규 비자발급을 위해 먼 한국 대신 가깝고 비교적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멕시코 국경의 미 영사관을 찾는 한인이 많다. 멕시코의 미 영사관을 찾는 한인들은 혹 잘못된 것은 없을까 국경을 다시 넘을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 많은 한인들이 비자 발급과 갱신을 위해 애용하는 루트인 멕시코의 접경도시 노갈레스를 다녀왔다.
부부 함께 왔다가 졸지에 생이별도
<노갈레스-배형직 기자> 11월 초 애리조나와 멕시코의 접경 국경도시 노갈레스의 연방세관국경국(CBP) 사무소. 라스베가스에서 온 30대 김연희(여·가명)씨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 김모씨와 함께 E2비자를 받기 위해 먼길을 왔지만, 남편이 노갈레스의 미 영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해 세관국경국 대원들이 입국 확인증인 ‘I-94’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황량한 사막바람이 불어오는 국경에 서서 졸지에 생이별 신세가 된 김씨 부부는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 부부와 함께 비자갱신과 발급을 위해 멕시코 루트를 택한 한인가족 4팀은 이날 한인 변호사를 대동해 국경을 넘었다. 잘못한 것도 없고, 서류를 완비해 비자를 받으러 가는 것 뿐인데도, 멕시코를 넘어서면서 언덕 위로 보이는 판자촌의 모습과 복잡한 거리 풍경이 비자여행을 떠난 이들을 심란하게 한다.
노갈레스에서 처음 할 일은 멕시코 은행에 비자 수속 수수료를 내고 영수증을 받는 일. 110달러를 내고 여권에 영수증을 끼워놓으면 영사관 진입준비 끝이다.
국경에서 10분 거리인 미 영사관은 경계가 삼엄하다. 물론 경비와 민원인들을 상대로 한 보안점검은 멕시코 현지인이 맡지만, 경찰 특수기동대(SWAT) 만큼이나 잘 갖춘 복장과 반짝거리는 군화가 이들의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
<4면에 계속>
동행 변호사가 미리 예약을 해둬 절차에 따라 영사관으로 진입하는 과정인데도 지나칠 정도의 보안점검은 신청자들을 긴장시킨다.
영사관앞 민원창구는 오히려 한산하다. 접수부터 인터뷰까지 30여 분. 창구에 선 채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유리벽 넘어 직원이 “식사하고 오시면 준비됩니다”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던져준다.
그 때 동행한 김씨 부부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 김씨에게서 연방수사국(FBI) 범죄기록 조회결과 경범 기록이 발견된 것. “유학시절 리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미성년 술판매 함정단속에 걸려 벌금 내고 끝났다”며 김씨는 사소한 일인 듯 설명했으나 그 일이 꼬리를 잡았다.
영사관에서 이 문제를 확인한 후 비자를 발급할 때까지 최소 6주가 걸린다는 설명에 김씨 부부는 당장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오후 1시. 여권을 받아 국경으로 출발하는데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친다. 백인 변호사를 대동했지만 한인들이 분명하다. 오레곤과 오하이오에서 왔다는 이들과 “비자 잘 받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란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이 뒤섞인 노갈레스 국경. 줄지어 기다리는 차량 사이로 ‘페소‘가 아닌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미국 번호판만 골라 차유리를 닦고, 조잡한 기념품이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멕시칸들이 도로를 점령한다. 그들의 삶에 대한 무게만큼이나 마지막 ‘입국시험’을 비자여행자들의 마음도 긴장된다.
국경의 CBP 대원들은 여권과 비자를 검토해 입국 확인증을 발급해 주고, 금지물품 반입을 막고 범죄자를 찾는다. 웃는 얼굴로 ‘월경자’들을 맞지만, 머리끝부터 발끝부터 훑어내리는 눈길은 따갑게 느껴진다.
김씨를 제외한 모두가 I-94를 받았지만 ‘오늘만은 한차로 온 공동 운명체’란 생각에 이들은 다시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멕시코에서 변호사와 동행한 가족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자 남은 남편 김씨의 한국행 교통편을 마련한 것은 해가 지고 나서도 한참 뒤였다.
애리조나 투산에서 출발하는 밤 9시 비행기를 앞두고 일행은 차에 올랐으나 국경 앞에 밀려 있는 차들은 좀체 빠지지 않았다.
사소한 경범기록 걸려 ‘1-94’못받아
동행 변호사가 미리 예약을 해둬 절차에 따라 영사관으로 진입하는 과정인데도 지나칠 정도의 보안점검은 신청자들을 긴장시킨다.
영사관앞 민원창구는 오히려 한산하다.
접수부터 인터뷰까지 30여 분. 창구에 선 채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유리벽 넘어 직원이 “식사하고 오시면 준비됩니다”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던져준다.
그 때 동행한 김씨 부부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 김씨에게서 연방수사국(FBI) 범죄기록 조회결과 경범 기록이 발견된 것. “유학시절 리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미성년 술판매 함정단속에 걸려 벌금 내고 끝났다”며 김씨는 사소한 일인 듯 설명했으나 그 일이 꼬리를 잡았다.
영사관에서 이 문제를 확인한 후 비자를 발급할 때까지 최소 6주가 걸린다는 설명에 김씨 부부는 당장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오후 1시. 여권을 받아 국경으로 출발하는데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친다. 백인 변호사를 대동했지만 한인들이 분명하다. 오레곤과 오하이오에서 왔다는 이들과 “비자 잘 받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란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이 뒤섞인 노갈레스 국경. 줄지어 기다리는 차량 사이로 ‘페소‘가 아닌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미국 번호판만 골라 차유리를 닦고, 조잡한 기념품이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멕시칸들이 도로를 점령한다. 그들의 삶에 대한 무게만큼이나 마지막 ‘입국시험’을 앞둔 비자여행자들의 마음도 긴장된다.
국경의 CBP 대원들은 여권과 비자를 검토해 입국 확인증을 발급해 주고, 금지물품 반입을 막고 범죄자를 찾는다. 웃는 얼굴로 ‘월경자’들을 맞지만, 머리끝부터 발끝부터 훑어내리는 눈길은 따갑게 느껴진다.
김씨를 제외한 모두가 I-94를 받았지만 ‘오늘만은 한차로 온 공동 운명체’란 생각에 이들은 다시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멕시코에서 변호사와 동행한 가족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자 남은 남편 김씨의 한국행 교통편을 마련한 것은 해가 지고 나서도 한참 뒤였다.
애리조나 투산에서 출발하는 밤 9시 비행기를 앞두고 일행은 차에 올랐으나 국경 앞에 밀려 있는 차들은 좀체 빠지지 않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