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쓰면 제대로 된 말이 우리말로 바뀌면 우습게 전혀 딴 말이 되어버리는 경우이거나 오해를 사는 때가 있다. 어드바이저란 말도 영어로는 좋은데 그걸 고문관이라고 번역하고 보면 아무것도 하지않고 어슬렁 시간만 보내는 바보같은 사람으로 놀리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해방후 미군정청에서 미군장교들이 어드바이저로 있을 때 아마 제대로 일을 못해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으로 알고있다. 미스터 김이라면 사실 상당한 존칭인데 우리한인들에게 함부로 썼다가는 버릇없는 사람으로 욕을 먹기가 십상이다. 한국에서 처음 미스터란 호칭을 쓴 곳이 아마 존경스런 이들을 부르려고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예가 무척 많은데 구조조정도 그 한 예에 속한다.
원래가 Restructuring 이란, 조직에서 가치창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의 인력을 가치창출을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일의 조직에서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면 예전의 인력을 가지고도 훨씬 많은 일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조직의 운영비와 생산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 가면서 이제 신문지상에서 구조조정이라면 우선 사람들을 해고하는 코드명이 되어버렸고 노동 조합이 그 다음에 반드시 나오도록 예상을 하게 되었다.
구조조정이란 근본적으로 그 조직의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가 힘들다. 옛날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조직구조에서 일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실제 해보면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지난 세월 해오던 대로가 쉽고 새로운 것을 찾아 거기에 맞는 패턴으로 일상을 바꾸는 데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고 우선 괴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야단스럽게 마음을 바꾼이로는 신라의 김유신이 있다. 장래 할일이 많은 젊은 화랑이 예쁘지만 도움이 안되는 여자에게 빠져 있다고 어머니에게 꾸중들은 이후에 마음을 잡고는 무술연습 이후에 해오던 대로 그 여자에게로 가는 길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고 들어서는 자기의 말의 목을 치고 그곳을 돌아섰다는 아마 그런 얘기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 그 얘기를 교과서에서 읽은 이후로 필자는 김유신이 싫어졌다. 자기 마음을 바꾸는데 죄없는 짐승의 목을 치는 그 경솔함과 잔인함에 정나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꾸고 각오를 하는데 시끄럽게 하는 이들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머리를 빡빡 깎는 이들도 있다. 신문에서 그런 얘기를 보게 될 때, 운동선수들일 때는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정치인들일 경우엔 좀 비위가 상할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이 보라고 하는 취지이니 그럴 것이다. 또 새로운 구조조정을 하면서 회사이름을 바꾸고 기관의 상징물을 바꾸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가 의미없는 일이다. 남에게 선전으로 하는 목적이라면 모르지만 실제의 목적을 도리어 그런 정도의 변화로 흐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IBM이 무척 어렵던 1992년 루 거쉬너 사장이 취임할 때 여러사람들이 IBM이란 이름이 낡고 무기력해보이니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라고 했으나 이름이 잘못되어 경영이 그런게 아니라고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던 결정은 옳았다.
서울대가 개교 60돌이라고 대학 상징물을 내년에 바꾸기로 했다는 뉴스가 별로 적합하게 들리지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생각을 바꾸고 미래 지향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의 변화가 좋아보이지, 전통과 역사를 귀하게 여겨야 할 대학에서 상징물 바꾸기부터 한다는 것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
구조조정과 개혁과 새로운 마음 가짐과 그 모든 중요한 일에서 우리는 야단스럽지 않게 문화적인 세련감을 가지고 해나갈 수 없을까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이제는 우리도 좀 세련되게 보이는데 신경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이 종 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미주조흥은행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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