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로(베이사이드)
한문은 뜻글이다. 그 중에 다음의 3 종류 <事, 師, 士>자 모두는 우리 글의 ‘사’자에 해당된
다. 이들 ‘사’자는 이름 말미에 호칭과 함께 따라 붙고, 여기에 ‘님’을 더하여 존경의 의미
를 부여한다.
말하여 판사나 검사 등에게는 ‘事’자를, 그리고 교사, 의사와 약사 등에게는 ‘師’자가, 그
리고 변호사나 세무사 등에게는 ‘士’자를 붙여 부른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국가가 규정한 소정의 관련 전문지식과 함께 소양과 자질을 겸비한 사회적 공인이라 할 수 있다.
즉, 국가가 정한 소정의 자격심사를 통과한 인격자들이다. 그리고 국가는 그들에게 해당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 줌으로써 많은 세인들 중에서 선별된 인격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님들이다.
따라서 그렇지 못한 많은 세인은 자기 스스로 대응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사건과 사고들을 ‘사’자 붙은 님들에게 믿고 위임한다.그런데 우리 말에 ‘사’자가 붙은 자 쳐놓고 ○○꾼이요 ○○× 아닌 자 없다” “정부가 허가해준 ○○꾼이요, ○○×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자가 붙은 님들은 이를 들으면 몹시 기분 상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말은 3종류의 ‘사’자 붙은 님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성 싶다. 3종류의 전문인들은 모두 국가가 승인한 틀 안에서 각각의 상대적 역량과 특성에 따라 구분돼 각기 전문영역별로 사회적 활동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아 ‘사’자 붙은 님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거의가 할 줄 모른다. 인생사 사노라면 본의 아니게 그럴만한 사유와 경우가 있을 법 할텐데도 말이다.아마도 그들 세계에서는 자존심과 인격에 손상이라도 따르는 모양이다. 특히 이들 3종류
‘사’자 붙은 님들 중 ‘士’자 붙여진 선비에게 드리는 말이다. ‘師’자 붙여진 님과 교사는 인간형태의 변화를 주는 미래지향적 가르침의 베품과 사랑, 그리고 관용과 용서 등이 있는 반면 ‘士’자님들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기에 위의 ○○꾼이요, ○○×’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물론 ‘士’자 붙여진 선비님들 그 전부를 지적하는 것은 아님을 전제로 내려오는 말일 게다. 이를 다른 말로 구사해 보면 ‘칼자루 잡은 자와 칼날 잡은 자’ 또는 ‘코뚜레 잡은 자와 코 꾀인 자’로 말이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칼자루 또는 코뚜레 잡은 자’는 ‘士’자 붙은 선비이고, ‘칼날 잡은 자 또는 코 꾀인 자’는 힘 없고 무력한 일반시민을 의미한다.
이따금 매스컴과 혹자의 사정을 듣노라면 말 못할 억울함을 토로한다. “혀를 깨물고 죽을 심정이다” “세상이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소리 없는 총으로 쏴 죽이고 나도 죽을 일이다”라는 말들이다. 이 얼마나 무기력한 자의 비통하고 비참함도 참지 못해 토해내는 저주의 말이겠나 싶다. 바로 이 저주스러운 말은일부 잘못된 ‘士’자 붙은 선비에게 향하는 말임을 직감케 한다.
엄밀히 말해 ‘士’자님들의 삶의 수단 대상이 바로 이들로부터며 이들이 있기에 소중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당한 수단과 방법으로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비도덕적 상술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옳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이민자들은 고달프고 버거우며 불안하고 위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또한 소중한 가정을 지키려고 버둥거리며 자식들 다독이고 부추기면서 내일은 오늘 보다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바로 이런 이들을 상대로 일거리를 위임받는 ‘士’자님들이 돕지는 못할 망정 경륜과 전문지식으로 농락하고 우롱하는 일이 있다면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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