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를 읽고
▶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북한인권탄압에 침묵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나의 졸고를 읽고 조화유 씨가 반론을 제기해주신 데 대해 감사한다. 그런데 조씨는 나의 졸고가 역사를 잘 모르고 쓴 편견이라고 주장하셨는데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우선 조 씨는 내가 “가난한 나라 지도자는 반드시 국민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리”를 주장한 것처럼 말했는데 나는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다. 나는 북한인권탄압이 종속모순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남북한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경우를 상상하자고 하였다. “북한이 지금의 남한처럼 부유하고 남한이 지금의 북한처럼 가난하며, 북한에 세계 최강대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으면서 남한을 적대시하고 휴전선 근방을 수시로 초계비행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하며 최신식 장비와 무기로 남한을 위협한다면 남한에 지금의 북한과 같은 인권탄압이 없겠는가?”라고 쓰려다가 지면관계상 줄였더니 조 씨가 오해를 하신 듯 하다.
조 씨는 내가 글에서 ‘미국의 탐욕’ 이란 말을 여러 번 했는데 “무엇이 미국의 탐욕인지 전혀 설명이 없다” 고 하였다. 그러나 무엇이 미국의 탐욕인지 세상사람들이 다 알기 때문에 나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9.11 사태가 터지자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서는 많은 논객들이 9.11 사태를 “미국의 탐욕이 자초한 화(禍)” 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일간지의 미주판에서는 나는 이런 논평을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나는 그이유가 미국에 사는 많은 동포들이 조화유 씨와 비슷한 맨탈리티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조 씨는 미국의 탐욕이 주요모순이라는 나의 글을 반박하는 그의 글에서 “황종규 씨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 나라 미국에 와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하였다. 이 한 마디는 글 쓴 분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말이다. 나는 조씨에게 “미국에 있는 사람은 양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가?”고 묻고 싶다.
우리는 어느 나라에 살건 양심을 지켜야하고 정의(正義)를 사랑하고 불의를 반대해야 한다. 어떻게 미국에 사는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력도 없이 당연히 친미(親美)해야 하는가?
우리가 미국에 산다고 하여 미국의 잘 잘못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미국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미국에도 좋지 않다. 이 맹목적인 미국사랑이 결국 미국을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에 빠져들게 하지 않았는가?
사람과 짐승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짐승에게는 꿈이 없는데 사람에게는 꿈이 있다는 것이다. 꿈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꿈은 우리가 살던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란 어떤 세상인가? 세계평화와 국제정의가 확실하게 실현되는 세상이다. 세계평화와 국제정의는 전 세계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조 씨는 “강국들이 다 자국 이익을 좇아 행동할 따름”이라고 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비밀리에 협잡하여 맺은 가쓰라-타프트 밀약을 옹호했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미국의 것이라면 방귀냄새도 향기롭다고 생각하는 맨탈리티 아닌가? 지금 한인 1.5세와 2세들 중에는 벌써 장인환, 전명운 두 의사(義士)를 의사로 보지 않고 시중 잡배들과 같은 전과자로 볼 정도로 의식이 병들어 있다. 그 이유가 바로 미국만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국제정의를 사랑할 줄 모르는 이런 맨탈리티를 물려받았기 때문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일고있는 반미감정은 미국 땅이나 미국사람 그 자체를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탐욕과 불의를 증오하는 마음이다. 미국의 탐욕이 개입된 전쟁이기 때문에 우리는 월남전을 더러운 전쟁이라 하지 않는가?
반미감정은 세계평화가 실현되고 국제정의가 충만한 세상을 만들려는 열정이 그 바탕이다. 그러나 한국의 이 반미감정의 반작용으로 미국에서 만약 반한감정이 일어난다면 그 것은 세계평화와 국제정의에 반하는 국가주의일 뿐이다. 국가주의에는 꿈이 들어있지 않다. 그러므로 반한감정이 재미동포들을 괴롭힌다면 우리는 한국의 반미감정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저질적인 미국의 국가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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