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족이 이런 아픔을 당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저 북녘 땅에 복음의 빛을 비춰 주옵소서. 온 세계가 탈북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눈뜨게 하옵소서...”
기아와 압제로 인간다운 삶을 거부당한 채 살아가고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 행사가 21일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시애틀을 시작으로 뉴욕/뉴저지, 토론토, 필라델피아, 댈러스를 거친 기도의 횃불을 전달받은 워싱턴 한인들은 이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북녘동포들에게 부어질 수 있도록 뜨겁게 부르짖었다.
찬사연의 찬양과 워싱턴 한인교회협 회장 김재동 목사의 개회기도로 시작된 ‘통곡기도회’는 탈북자들의 참상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면서 탄식과 울음으로 덮여 버렸다 .
‘식량과 자유’라고 하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권리를 박탈 당한 채 남의 땅을 유리하는 탈북자들의 비참한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지자 여기 저기서 ‘오 주여’ 하며 탄식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연사로 단상에 오른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회장은 채 눈물을 닦지 못하고 있었다. 숄티 회장은 “북한 주민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KCC가 마련한 기도회에 참석하니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숄티 회장은 또 “이 행사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교회가 있는데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에 바로 응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북자 이순옥씨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7년간 복역하며 숨어있는 지하교인들을 만난 기억을 되살리면서 “4만5천여개의 김일성 연구소에 십자가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역설했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천기원 목사는 “신앙의 선배들이 1938년 9월9일 신사참배를 결정한 후 꼭 10년만에 북한에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들어섰다”며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평양이 이렇게 된 것은 결국 교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천 목사는 탈북을 도와주던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발견된 신앙의 흔적을 예로 들어 “북한에 지하교회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면서 “통일 시대를 대비해 일꾼을 키워가자”고 역설했다.
워싱턴 복음화대회 주강사였던 이승영 목사는 “세계 정치 1번지인 워싱턴에서 북한동포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자체가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라며 “반만년 한반도 역사의 가장 큰 위기를 기도로 이겨내자”고 말했다.
횃불대회는 기도와 선언문 낭독으로 막을 내렸다.
‘북한의 교회와 인권 회복을 위해’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시키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회개와 각성을 위하여’...
참석자들은 기도를 이끄는 한인 목회자들과 함께 탈북자들과 북녘 동포들이 하루라도 빨리 참 자유와 복음을 누릴 수 있도록 ‘절대자’의 은총을 간절히 호소했다.
KCC 선언문은 북한과 한국, 미국, 중국 등 각 나라 정부들과 UN을 향해 엄숙하게 낭독됐고 한국교회를 향한 준엄한 회개 촉구도 있었다.
KCC 워싱턴 간사인 양광호 목사(페어팩스한인침례교회)는 “오랜만에 많은 한인 목회자들과 크리스천들이 눈물 흘리며 기도할 수 있었던 인상깊은 집회였다”며 “전날인 20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렸던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시위에도 150여명이 참여하는 등 한인교회가 동족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도회에서는 장로성가단과 연합성가대의 찬양과 소프라노 유은경, 테너 유승욱씨의 한미 국가 독창이 있었으며 워싱턴여전도회연합회가 헌금위원으로 봉사했다.
횃불기도회는 앞으로 애틀란타와 휴스턴,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 열리게 되며 11월에는 전국 간사들이 모여 향후 KCC 진로와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KCC 선언문
1. 탈북자들과 굶주린 북한 동족들을 향하여
-우리는 여러분들을 사랑한다. 우리와 함께 피를 나눈 동족임을 고백한다.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향한 여러분들의 열망과 몸부림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기도하고 있다. 여러분들을 위하여 더욱 기도하고 노력할 것이다. 탈북자들이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아 원하는 곳에 정착할 때까지 우리의 기도와 노력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2. 북한 정권을 향하여
-공개 처형을 중지하며 정치범 수용소와 강제 수용소를 즉각 폐지하라. 국민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라.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개발을 포기하라. 같은 민족으로서 인권 학살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
3. 중국 정부를 향하여
-1951년 ‘유엔 난민 협약’에 가입한 중국 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2008년 올림픽 개최국답게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란다.
4. 미국 정부와 의회를 향하여
-우리는 혈맹을 바탕으로 한미 관계가 더욱 아름답고 공고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탈북자들과 정치범들에 행해지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탈북자들이 난민의 지위를 부여받아 미국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
5. UN을 향하여
-북한은 탈북자들을 정치범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조사를 실시하며 난민 캠프와 보호소를 중국과 주변국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6. 한국 정부를 향하여
-북한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기대한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민간단체나 선교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적극 나서기를 요청한다.
7. 한국교회를 향하여
-한국교회가 다시 깨어나 세상을 복음으로 품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북한 땅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눈물과 땀, 피흘림의 헌신을 기대한다. 탈북자와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에 KCC와 연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8. KCC 전국대회 참가자들을 향하여
-미주 땅에 ‘디에스포라’로 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는다. KCC는 하나님의 준비하심이다. 북한의 문제는 우리들의 문제이다. 우리의 게으름을 회개하며 북한이 복음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통곡하며 기도하자. KCC 결성이 북한을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선언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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