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개스값이 오르고 또 올라서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더군다나 태풍 카탈리나로 인해서 더욱 더 개스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올랐으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다. 개스값만 오른 것이 아니고, 다른 물가도 은근슬쩍 올라 카트에 담는 물건을 줄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어느 정도는 그래도 기다리고 참을 수 있을 수 있는데 매스컴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더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경제에 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전혀 경제나 물가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괜히 한번쯤은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대해서 입을 열게끔 한다.
1970년대 초등학교 다닐 때 반에서 가정 환경 조사할 때가 있었다. 그 때 전화기, 냉장고, TV, 피아노, 그리고 자가용 있는 사람 있으면 손을 들라고 한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삶의 정도를 공개적으로 조사했는지 지금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때만 해도 지금 아주 흔하게 우리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것들이 오직 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었던 부의 상징이 되었다. 자가용을 가진 집은 손들라고 하면 어떤 반에는 아예 없는가 하면, 어떤 반에는 한 명, 두 명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경제가 객관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당시에도 각 가정은 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경제가 놀랍게도 성장했는데도 그런 말을 하고, 그런 말을 듣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경제가 분명히 성장했다. 자연적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염두에 두더라도 2, 30년 전보다 성장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 교수는 한국이 1960대부터 2000년대까지 평균 6%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했다. 또 미국 채권시장협회(Bond Market Association)는 최근 미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낮은 금리정책이 유지되면서 완만한 속도로 3%에서 4%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경제적인 판단과 수치가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수준’이니 ‘정도’니 하는 말을 한다. 생활 수준, 생활 정도를 말하면서 생활 환경에 대한 평가를 한다. 소득 수준, 집의 규모 정도를 운운하면서 가능한 높은 수치의 정도까지 오르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높은 데 올라간다 할지라도 아직도 또 올라가야 할 목표가 다시 생기는 법이다. 히말라야를 정복한 사람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달나라까지 높이 올라가려고 한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그 말인 것이다.
인생의 학교 과목 중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이 수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 과목에 관심이 있어 그 과목을 수강하려고 한다. 그 과목이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인생살이에 있어서 수학이라는 것처럼 사람을 현혹하고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수치를 나타내는 정도를 가지고서는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만족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수학보다는 윤리과목을 수강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것이다. 윤리는 사람됨의 도리, 사회적 생활의 원리를 가르친다. 수학적인 정도가 아닌 삶의 태도를 가르친다. 성경에 이렇게 말씀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1:1)
수학에 파묻힌 사람은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윤리를 아는 사람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윤리는 삶의 환경의 정도보다는 삶의 태도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족하게 하고, 안도의 쉼을 쉬게 하는 것은 삶의 정도가 아니라 태도에 달린 것. 마음의 태도는 신앙으로 단련되어 진다. 신앙은 도덕이나 수양보다 더 큰 자기 관리의 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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