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방 3년 후에 태어났다. 일본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일본 사람은 한국인과 다르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 연속극을 열심히 보고 있다. 우리는 임진왜란 이후 이순신 장군 닮은 명장을 가져보지 못했다. 우리 민족에게 불행한 일이다.
나는 어릴 때 일본은 섬나라, 매년 해변 땅이 1센티 씩 바다에 침수되니 불안한데다 지진이 잦아 육지를 확보키 위해 전쟁을 자주 일으켰다고 어른들로부터 얘기 듣고 자랐다. 아시다시피 도쿠가와 막부 때 일본 열도를 통일시켜 국가의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단일체제를 만들었다. 바로 명치유신을 발표하여 서양의 교육제도, 문화, 신무기 등을 받아들였으며, 사무라이 정신을 일본의 민족 신념으로 개혁을 시도했다. 일본의 국화를 벚꽃으로 정하여 같은 시기에 피었다가 일시에 떨어지는 국민, 즉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한 국민성을 세계에 보여주기 시장했다.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울 점이 있는 이웃나라이기에 이 글을 쓴다. 임진왜란 이후 300여 년 동안 계속 조선을 침략해왔던 일본은 1894년 청나라, 1904년 당시 유럽과 아시아의 강대국인 니콜라스 2세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서방 강대국의 예상을 깨고 섬나라 일본 군대는 초반부터 러시아 군대를 압도했다.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되자 1905년 9월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일본, 러시아 외상을 미국으로 불러 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주선했다. 이 때 사할린 4개 섬 중 일본에게 2개 섬을 넘겨준다. 그 대신 러시아는 일본에게서 전쟁 보상금은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일본의 야욕은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버마까지 침략하였으며, 2차대전 끝날 때까지 이들 국가들을 식민지화, 50여 년 아시아의 최강자로 군림하였다.
우리는 1950년 미·소의 패권경쟁 속에 같은 한민족끼리 치고 싸웠다. 불쌍한 우리 조상들이었다. 이때 연합군(미·영)에 무장해제된 일본 군대는 경찰군인의 명목으로 소집되었고 1954년 자위대를 창설하였다. 자위대를 보고 일본인들은 이빨빠진 호랑이 군대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 한국사람은 일본인을 약삭빠르다고 말하는데 이곳 미국인은 그들을 명석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1964년 동경 올림픽 개최는 일본 부흥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나갔다. 패전 후 일본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한반도를 물러날 때 일본은 다시 일어나며 20년 후에 꼭 한국에 돌아온다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965년 한일협정이 이뤄졌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기술자는 일본어를 알아야하고, 일본 기술을 배워야한다고들 얘기했다. 전쟁 패배에서 다시 기술대국으로 일어서겠다는 일본 정부, 기업체의 노력은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 특히 기술자 정신, 즉 장인정신력은 후발주자였던 일본의 카메라, 시계, 전기, 선박, 자동차 제품을 세계 1등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지난 9.11 뉴욕에서 희생자를 많이 낸 일본은 헌법개정 움직임을 일으켰다. 인도양을 지나는 유조선의 안전 운항을 위해 일본 함대는 미국과 긴밀한 해상작전을 펴오고 있다. 이본 군인이 이라크 땅을 밟는 것이 일본 국익에 필요하다고 아미티지 미국 전 국무 부장관이 제안하자 약 1,000명이 전투경험을 쌓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협조로 세계 4번째 우주위성 발사를 성공시켰고, 1년 전 우주탐사선을 발사,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미 우주왕복선에도 일본 기술자를 동행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 2위, UN 예산의 20%를 지원하는 일본. 지금 초강대국 미국과 동아시아의 안전을 위해 동경 근처에 미 육군 1군단과 첨단 항공부대 배치 계획을 하고 있다는 뉴스다.
역사는 말한다. 강한 나라만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고, 힘센 큰 나라만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현명치 못하면 우리 시대를 쉽게 포기하고,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생각을 가진 선조였다고 우리 미래 세대들이 나무랄 것이 두렵다.
정상대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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