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는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민 1세대들의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경제적인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되었고, 우수한 차세대도 육성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미주 한인사회는 더 큰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단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의 10년 만에 워싱턴에 다시 와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년 동안 총영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동안 한인사회가 무척 성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례가 많습니다만, 몇 개만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9월 13일 베데스다에 있는 스트래스모어 콘서트홀에서 한국 국악공연이 있었습니다. 이 공연에는 2000석의 좌석이 다 찰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트래스모어 콘서트홀은 최근에 개관한 워싱턴 일원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공연장입니다. 스트래스모어 측은 당초 이 공연이 관객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을 우려해서 공연을 허락하는데 난색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달랐습니다. 공연내용도 훌륭했고, 공연장을 메운 관객들의 반응도 대단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많은 한인동포들은 이 공연을 보고 한인이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우리 동포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마음이 되는 것을 보고 흐뭇했습니다.
또 다른 예입니다. 지난 8월 29일 연방 보건부의 래빗 장관과 차오 노동부 장관이 워싱턴 중앙장로교회를 방문했습니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메디케어 처방약 혜택을 홍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행사는 표면적으로는 아태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참석자들이 거의 전부 한인들이어서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한 행사였습니다. 두 명의 연방 장관이 한인사회를 찾아 이런 행사를 한 것은 한인 이민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예를 하나만 더 들겠습니다. 지난 1월 5일에는 워싱턴한인노인회 주최로 한인 노인들을 초청한 구정 경로잔치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 때 부시 대통령은 한인사회에 구정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지역 출신 연방하원의원이 이 메시지를 직접 들고 나와 전달하면서 한인사회에 관심을 표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예에서도 나타나듯이 워싱턴 일원 한인사회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발전을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더 큰 발전과 도약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의 소견을 한두 가지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우리 한인사회가 앞으로 주류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민족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더욱 신장되어야 합니다. 정치적인 영향력은 결국 선거에서 한인들의 투표율이 높아야 하고, 아울러 공직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미주 한인들의 투표 참여율이나 공직 진출 비율은 일본, 필리핀, 중국, 베트남계 등 타 소수민족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 한인사회는 지금부터 10년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때가 되면 한인 1.5세, 2세들이 한인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들 차세대들은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 이미 많은 1.5-2세들이 주류사회의 전문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이들이 한국문화나 언어를 통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들도 애를 쓰겠습니다만, 동포 언론이나 한인단체장, 그리고 한인동포 여러분들께서도 이런 여건을 만들어 주는데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는 9월 30일 재미한국계시민연맹(LOKA-USA)이 주관이 되어 ‘한인 정치참여에 관한 포럼’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포럼에서는 앞서 지적한 일들을 포함하여 한인사회의 10년 후를 내다보는 중요한 이슈들이 깊이 있게 다루어질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 포럼 결과를 정리하여 본국정부에 정책적인 건의도 할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에 동포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최병구 워싱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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