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3반의 담임선생님은 한 아이를 교무실로 불러 마주했습니다.
-너는 왜 아버지의 몸보다 손을 더 크게 그렸지?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보렴,
-저는요 아빠의 손이 세상만큼, 하늘만큼 커 보입니다.
-왜 그렇다는 거냐? 봐라 선생님의 손을, 그리고 너에 손을, 아빠의 손도 우리와 같을 것이 아니냐,
그제야 학생이 실토를 한다.
그날 아침 학급비를 꼭 가지고 가야한다고 버티며 떼를 쓰다가 아버지로부터 따귀를 맞았는데, 얼마나 놀라고, 얼마나 아팠으며, 얼마나 무서웠는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으며 벼락처럼 가해진 아버지의 손바닥은 하늘처럼 커 보이더란다.
자애롭고 믿음직스러워야할 아버지의 손이 하루아침에 공포의 대상,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 한번의 어른 잘못으로 아이들의 앞날에 먹구름 띄울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 전 한인학교 협의회 총회 때의 회장선거 후유증에 대한 기사는 심한 충격이었으며 따라서 염려되는 바가 크기에 몇 말씀 올리고자 한다.
회칙이란 집단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지침서이고 기준의 띠이며 서로 지키겠다는 약속이고 의무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단체가 발족 되었으며 무엇을 제일의 목적으로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학교의 존재의 이유는, 존재의 목적은 우리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이다. 그 주체가 우리들의 아이들이다. 이것을 잊고서는 우리들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경각해야 한다.
필자가 알아본 투표의 진행은 이러했다. 회원학교 총 68, 참석회원학교 23, 서면 위임장 제출회원학교 6, 이렇게 해서 회칙 제10조 1항의 ‘제적회원 1/3이상 출석으로 성회 된다‘에 적법, 성원이 선포되었다. 1차와 2차, 그리고 3차 투표를 치르는 과정에서의 하자는 없어 보이며 참석자 전원이 최선을 다한 명실상부한 투표였다고 사료된다. 2차에 1회원, 2차에 1회원 더, 퇴장(귀가)한 일이 있다고는 하나 역시 사전 점검으로 이를 인지하고 철저하게 2/3의 숫자를 확인 하였으므로 이 또한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투표가 3차에 이르면 다득표 당선이라는 최종적 척결 방법을 쓰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위임장(서면)의 문제에 혼돈이 있는듯한데 이 위임장의 의의를 정리하고 나면 그리 복잡한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위임장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대신할 수 있는 대리자를 보낼 수도 없을 때, 이를 제출할 수 있는데 이는 성회 여부를 결정짓는 아주 긴요한 수의 구실을 하기도 한다. 또한 위임에는 구두위임과 서면위임이 있으며 구두위임보다 서면위임장이 장려되고 있는 이유는 서면위임장이 신뢰감에서 앞서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위임장의 역할은 성원 여부의 계수에 유효한 숫자이다(인정하는 단체). 그보다 더 중요한 위임장의 진면목은 <당일의 제반 결정사항에 의이 없이 따르겠다.>는 합의서이고 동의서이다. 그러므로 성원에는 유효하나 의결에는 참여할 수 없는 뜬 숫자이면서 결정에 따르겠다는 순응의 숫자이기도 하다.
또 모든 사항을 다 조항으로 규정할 수없어 ‘본 회칙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항은 일반관례(전례,통례)에 준한다. 라는 부칙을 두어 통례를 기준하여 관장한다.
필자가 몇몇 단체의 정관을 기초하고, 또 몇몇 정관의 축조심의 등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다고는 하나 정관이란 그 단체의 특성, 목적, 사업계획 등이 다르므로 한 기준대 위에서 일괄된 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어느 회칙이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 . 바라건데 후손들의 우리말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구석구석 수많은 동포들의 소망이 무엇이라는 것 아시리라 믿는다.
반목하는 것, 마음 아프게 하는 것, 갈라지는 것 모두가 살을 에는 것처럼 아프다는 것도 아시리라 믿으면서 지혜로운 결말을 기대한다.
이문형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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