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부터 20년간을 남미에서 보내서 현지 한인들의 실태와 원주민인 라티노들의 한인에 대한 인식을 잘 알고 있다.
한인들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에 거주하는 한인들에 대한 현지 인들의 인식은 대단히 나쁘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고등교육을 받았고 본래 성정은 괜찮은 편인데도 돈을 버는 과정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민 1세들이 이민 생활에서 돈을 버는 것 말고는 자기성취를 향한 다른 길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모두들 돈버는 데만 전력 투구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버는 과정에서 위법, 탈법을 저지르고도 반성을 하지 않고 같은 위법을 태연히 되풀이한다.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 한인들이 저지르는 불법행위나 예의 없는 행동을 매일같이 보는 라티노들에게 한인들은 돈밖에 모르는 무례한 인간들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남미 한인이나 미주 한인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한국일보의 지난 16일자 기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기사 내용 중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멕시코 사회에서도 최하층을 형성하는 바로 그 라티노 종업원들이 고용주인 한인들을 ‘열등민족’이라고 평을 한 것이다. 혹시 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라티노 조사 대상이 소수에 그쳤다는 것에 위안을 받지 말기 바란다. 필자가 보는 바로는 라티노 종업원 전체를 설문 조사하여도 위의 평가 이외에 다른 대답이 나올 확률이 별로 없다.
어째서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라티노들이 돈 많고 좋은 차 타고 다니는 한인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열등민족이라고 할까? 우리는 상대를 평가할 때 상대의 고급 차나 비싼 옷 또는 고급 시계를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물론 위의 기준이 전혀 적용이 안 되는 것은 아니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보통 우리는 상대를 평가할 때 첫째, 대화를 통해서 하고, 두 번째는 매너를 통해서 한다. 즉, 상대에게 나를 평가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교양 있는 대화와 혐오감을 주지 않는 매너이다.
한인 업주들이 라티노 종업원들에게 ‘열등민족’이라는 소리는 듣는 이유는 바로 말과 매너가 천박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말 한마디도 못하는 데다가 무례하기 짝이 없으니 당연히 ‘열등민족’소리를 듣는 것이다.
상대의 내면적 성장은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한인 같이 책을 읽지 않고 또 공부를 안 하는 민족이 드물다. 라티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거나, 라티노 종업원을 고용하는 업주는 최소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또 몇 가지 예의 있는 표현이라도 배워야 그들로부터 대접받을 수 있다.
한인들이 라티노들에게 하는 스페인어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가장 기본적인 대화가 이름이나 나이를 묻는 대화일 것이고 가장 교양 있는 표현이 감사인사일 것이다.
우선 이름을 묻는 표현: “Como se llama?” 대부분의 한인들이 아는 유일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존대어로 아이들에게 쓰면 안 되는데 한인들은 보통 구별 없이 쓴다. 즉 고객이 데리고 온 꼬마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말을 거는 것이다.
두 번째, 나이를 묻는 표현: “Cuanto ano?”이 역시 한인들이 쓰는 보편적인 표현이다. 이 표현은 “나이가 몇이냐?”가 아니고 “나이의 가격이 얼마냐?”이다.
다음, 감사 인사로 대부분의 한인들은 “Mucho gracias”을 쓰지만 스페인어의 형용사는 주어의 성수와 일치해야 하므로 꼭 “Muchas gracias”라고 해야 한다.
라티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분들과 라티노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업주들은 단기간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스페인어를 배울 것을 권한다. 돈도 좋지만 생활이 쪼들리는 단계를 지나면 외적인 면과 내적인 균형을 위해 꼭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당장 주변의 라티노들에게서 사람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또 노후에 기품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마르띤 백 /스페인어 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