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단순한 내용을 보충하는 역할을 넘어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면서 이해를 돕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그림책들은 항상 널리 사랑 받게 마련이다. 이번 주에는 내용 못지 않게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책들을 몇 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한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는 전설 중 하나인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새로이 출간돼 소개하고자 한다. 박재현(Janie Jaehyn Park)씨의 ‘두별의 사랑: 한국 전설’(The Love of Two Stars: A Korean legend-K∼3학년)이다. 농부와 베 짜는 아낙인 견우와 직녀는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소를 돌보는 일과 옷 만드는 일도 뒤로한 채 둘에게 빠져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왕은 둘을 헤어지게 하고 일년에 한번 음력 7월7일 은하수에서 만나게 허락한다. 그러나 막상 그 날이 와도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 강을 이루어 견우와 직녀는 만날 수 없다. 이를 딱히 여긴 까마귀와 까치가 다리를 만들어 둘이 만나게 해주었다는 전설은 한국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전설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캐나다 온타리오의 셰리단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첫 작품인 호랑이와 곶감에 이어 이번에 견우와 직녀 전설을 출간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은 한국 전설을 한인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기쁨을 배가시켜 준다.
다음으로 2003년 최우수 그림책상인 캘디콧 메달 수상작, ‘내 친구 토끼’(My Friend, Rabbit)의 저자인 에릭 로만(Eric Rohmann)의 새 그림책 ‘클라라와 애샤’(Clara and Asha: 프리스쿨∼2학년)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정과 상상의 세계 속의 친구들을 주제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의 신간 클라라와 애샤도 주인공 소녀 클라라가 공원에서 만난 물고기 애샤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미술을 전공한 화가인 저자, 에릭 로만의 뛰어난 그림이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특히 클라라가 애샤와 함께 하늘을 날고 눈이 쌓인 언덕에서 노는 장면은 비록 현실감은 없는데도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돕는 그림책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사라 페리(Sarah Perry)의 ‘만약에…’(If…: K∼5학년)이다. 이 책은 내가 일하고 있는 도서실을 찾아오는 학급의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학교를 찾아가 도서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때 빠지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는 단골 메뉴이다. 스토리타임을 가질 때 학년별로 읽어주는 도서 목록이 바뀌는데 이 책은 유치원 학생에서부터 5학년까지, 심지어는 어른들까지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어줄 때마다 박장대소하는 어린이들의 반응을 만날 수 있다. 조각가로 명성 있는 저자인 사라 페리의 아동작품으로는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작품이다. 내용은 왼쪽 백지에 한 줄 적히고 오른쪽 페이지에 그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날 수 있다면(If Cats could fly…), 머리카락이 쥐라면(If Mice were hair…), 달이 네모라면(If the moon were square..), 발가락이 이빨이라면(If toes were teeth…), 배추벌레가 치약이라면(If Caterpillars were tooth paste…) 등의 기상천외한 가정들이 나열되고 있어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린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마지막 페이지에 “만약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계속해서 다른 상상을 꿈꾸어 보세요!”(If this is the end… Then dream up some more!)라고 마무리짓고 있어 독자들에게 계속 나름대로의 상상을 이어갈 것을 도전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동도서 전문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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