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구호기관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개발사업장을 가다 ?
1950년. 동족상잔이라는 한 민족 최대의 비극 이 해에 일어났다.
같은 해 9월22일.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서 기독교 구호기관 월드비전이 태동됐다.
설립 당시 월드비전은 ‘복음주의적인, 교파 연합적인 선교 봉사기관으로서 이미 설립되어 있는 복음주의적 선교회를 통하여 긴급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함’이라고 조직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전쟁과 질병, 가난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세계를 예수의 사랑과 인류애로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처음 점화된 것이다.
국제조직 창설자인 밥 피어스 목사는 그 해 10월 첫 빛줄기를 들고 한창 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한국을 찾았고 한국과 월드비전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40여년 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던 한국은 이제 자랑스런 후원 국가로 발돋움했고 이제 전세계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사랑과 기쁨, 소망의 씨앗을 심고 있다.
미주 한인동포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월드비전 본부 내에 코리아 데스크가 생겨나면서 미주 한인사회의 제3세계 어린이 후원결연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쓰나미, 카트리나 등 자연 재해로 고통당하는 인류를 보살피는 구호 현장과 복구 사업장에는 언제나 월드비전이 있었다.
한인들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결실을 맺어가는 기적의 현장을 후원자들이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미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9명의 코리아 데스크 관계자들과 한인 후원자들은 지난 11월 말 에티오피아로 향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에티오피아’ 월드비전 개발 사업장을 찾은 건 지난 11월22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워싱턴에서 배인덕 워싱턴한인세탁협 전 회장, 본보 기자가 참여했고 시카고에서는 홍두영·홍양식 장로부부, 권수길 장로가, LA에서는 김정찬 목사가 합류했다. 월드비전 본부가 있는 시애틀에서 날아온 박준서 코리아데스크 본부장과 김지원 사모, 홍정민 중서부 지역 총무가 팀을 이끌었다.
팀 멤버들이 처음 얼굴을 대면한 것은 미국을 떠난 다음 날인 23일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였다. 박 본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에티오피아를 처음 방문하는 길이어서 그런지 가벼운 흥분이 얼굴에 스쳤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던 시카고의 홍장로 부부와 워싱턴 배인덕 회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 월드비전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11명을 후원하는 홍장로 부부의 아이들 가운데는 ‘아킨다’가 있었다. 5살짜리 여자 아이 ‘헤일리’가 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을 떠난 ‘브리티쉬 에어’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잠시 머문 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두 시. 예상치 못한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들어선 공항은 최근에 건립돼 깨끗하기는 했지만 황량했다.
공항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시골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퇴비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렀다.
숙소로 달려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가로등이 별로 없어 음산했고 짓다만 건물들이 앙상한 골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개발사업장과 후원받는 어린이들을 돌아보는 이번 여행은 ‘비전 트립(Vision Trip)’이었다. ‘월드비전’ 후원자들의 현지 방문 여행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들이 보는 미래를 함께 보고, 그들이 꾸는 꿈을 함께 꾸고 싶은 소망이 더 담긴 이름이었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 했던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민족이 다시 일어선 것도 우리의 가슴 속에 심겨진 ‘내일’ 때문이 아니었던가. 비전트립은 그 내일이 에티오피아 주민들 마음 속에 똑같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며 현장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팀은 오후가 돼서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본부를 찾았다. 스탭들은 환한 웃음과 친절로 방문객을 맞았다. 이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베카코 두구마 본부 디렉터가 에티오피아와 월드비전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본격적인 개발사업장 방문은 이날 저녁부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일행은 아디스 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3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구라게(Ghraghe)’ 개발사업장(ADP)에서 이날 밤 마물기로 돼있었다.
일행이 탄 차의 운전을 맡은 ‘새뮤얼 테하이’씨는 “반 이상은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한다”며 은근히 겁을 줬다.
===에티오피아 기초 상식
면적이 43만5,184 스퀘어피트로 한반도 두 배 가량의 크기인 에티오피아는 6,8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 인종 분포도를 보면 북서쪽에 몰려 사는 앰하릭족이 30%, 중앙의 오로모족이 35%, 동남쪽의 소말리족이 6%를 차지한다.
히브리어, 아라비아어와 연관이 있는 셈계의 앰하릭어가 공용어이며 영어도 널리 통용된다.
종교는 에티오피아 정교가 45%로, 4세기 이후 이 나라 문화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슬림은 35%, 그러나 복음주의적 기독교는 14.4%로 전 국민의 7분의 1 정도 밖에 안된다.
기원전 1,000년 경 남아라비아로부터 이주해 온 셈계 인종이 홍해 연안에 도시 국가를 형성, 먼저 이주한 민족과 교류하면서 건국한 나라가 에티오피아다. 성경에 나오는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 대왕과의 사이에서 메네리크 1세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19세기 말에 침입한 이탈리아를 두 번의 전쟁으로 지켜내며 정치적인 독립을 유지했으나 1936년 재차 침입한 이탈리아군에 국토가 5년간 점령됐다가 2차대전 당시 영국군에 의해 1941년 해방됐다.
일년 개인 소득 780달러, 남성 문맹율 51%, 평균 수명 남성 4세, 여성 46세인 에티오피아는 국가별 개발지수에서 177개국중 170위로 최악의 빈곤국 가운데 하나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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