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세계적 구호기관 월드비전 ‘에티오피아’ 개발사업장을 가다 ?
에티오피아 ADP 현황
대단위 지역개발 사업인 ADP는 월드비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즉 빈곤 지역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결연 어린이를 위한 후원금 30달러 가운데 일부는 그 아이가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자금으로 모아지고 개발사업은 1단계부터 8단계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수혜 아동의 수가 1,500-2,500명이면 소규묘 ADP, 2,500-4,000명은 중규모 ADP, 4,000명 이상은 대규모 ADP로 분류한다.
에티오피아에는 총 35개의 ADP가 있으며 구라게 ADP는 그중 하나다. 현재 돌보고 있는 아이들은 5,000명이며 17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월드비전이 개발사업을 실시한 이후 구라게 주민들의 삶은 현저히 개선됐는데 예를 들어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학교에 등록한 어린이 숫자는 전체의 35%에서 65%로 늘었고 4개의 초등학교가 건설됐으며 6개 학교가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선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데도 월드비전의 커뮤니티 봉사와 개발사업에 관계하는 선교사들을 통해 1만5,000여명이 복음을 들었고 이중 300명 정도는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월드비전 후원 문의 (866)625-1950
에티오피아 도착 이틀째인 11월 25일. 구라게 ADP(Area Development Project) 본부 숙소에서 아침이 밝았다.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ADP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지 주민들과 병원 등을 직접 방문하기로 돼있었다.
숙소 앞에는 한국의 무궁화를 닮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뒷뜰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전날 저녁 어둠을 뚫고 월드비전 미주 한인후원자들이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스탭들은 촛불 만찬을 준비해 놓고 일행을 환영했다.
예배당으로도 사용되는 식당 한 켠에서는 한 여인이 숯불에 전통 커피를 숯불에 다리고 있었다. 작은 찻잔에 조금 담아 주었지만 맛은 매우 썼다. 한 관계자가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며 ‘Kaffe’라는 지역에서 처음 재배됐다”고 설명했다.
새벽 2-3시경 전혀 들어보지 못한 괴기한 짐승 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알아보니 원숭이들이 울부짖는 소리라고 했다.
구라게 ADP 매니저인 데스타우 데하누씨의 브링핑을 받은 뒤 두 대의 SUV를 타고 일행은 현장을 향해 나섰다. 비포장이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제법 넓고 평탄했던 길은 조금 더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SUV가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는 지역이 많았다. 이날 마지막으로 들렀던 있는 병원으로 가는 길은 아예 계곡 바위를 타고 오르는 곡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미주 후원자들은 우선 움막에서 이뤄지고 있는 조그마한 수공업 작업장으로 인도됐다. 전기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주민들은 바나나 나무 껍질을 이용해 여성용 가방이나 장식품을 만들고 있었다. 하루 1달러를 벌기도 힘든 이들에게 하나에 2-3달러씩 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것은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가내 수공업 외에도 월드비전은 주민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 기술 전수에 주력하면서 곳곳에서 환금 작물을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관개 시설 개발이다.
험준한 산악지대는 아니었지만 제법 높은 지역이어서 우물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마을 중앙에 설치한 수도시설에서 시원한 지하수가 콸콸 넘쳐나고 있었다. 물을 저렇게 낭비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한 스탭은 수압을 이용해 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계속 퍼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설치해 놓은 수도시설을 통해 매일 흘러 넘치는 물은 가난과 무지, 질병으로 고통당하던 이들에게 생명과 웃음의 원천이었다.
콥틱 정교와 무슬림이 지배하는 이 지역의 개신교 신자는 겨우 0.77%. 하지만 월드비전의 희생적인 사랑과 커뮤니티 봉사는 기독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개발사업 현장을 대충 돌아본 미주 후원자들은 ‘아킨다’와 ‘헤일리’의 집을 찾아 나섰다.
다섯 살의 여자아이인 헤일리는 워싱턴 한인연합세탁협회 고문인 배인덕씨가 후원하는 아이. 에티오피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새로 관계를 맺은 헤일리를 위한 배 고문의 준비는 특별했다. 다른 사람보다 여행 가방 부피가 크다 싶더니 그 안에는 헤일리를 위한 커다란 인형과 모자, 몇 벌의 옷, 과자가 있었다. 두 켤레의 신발도 있었다.
언덕을 몇 번 넘고 비탈길을 타며 찾아간 헤일리의 집은 바나나로 만든 움집이었고 헤일리는 엄마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당에는 염소와 닭 몇 마리가 뛰놀았다.
아이를 안아주는 배씨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맺혔다. 가지고 온 선물들을 모두 꺼내 헤일리 품에 안겨줬고 신발을 신겼다. 모자도 씌웠다.
배씨는 “아들 둘 밖에 없었는데 예쁜 딸 하나를 새로 얻었다”며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씨의 감동적인 상봉을 보며 시카고에서 온 홍두영 장로의 마음도 초조해졌다. 아킨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킨다가 아직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월드비전 스탭들은 일행을 학교로 안내했지만 이미 집으로 돌아가 손님들을 기다린다는 소식이었다.
홍장로 부부가 후원하는 11명 아이들 가운데 에티오피아 어린이가 9명. 한국의 5,5배나 되는 넓은 땅에서 결연 어린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홍장로 부부는 특별한 행운이 따른 셈이었다. 박준서 코리아 데스크 본부장은 “그토록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내 아이들을 만나 보질 못했다”며 부러워했다.
11살의 나이에 비해 왜소한 편인 아킨다를 끌어 안으며 홍장로는 “이 다음에 커서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큰 일꾼이 되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지구를 한참 돌아가야 하는 나라 에티오피아. 삶의 환경이 하늘과 땅처럼 다르고 말이 다르고, 인종이 달랐지만 한인 후원자들과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은 월드비전이라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과 나눔과 눈물과 그리움으로 뿌려진 씨앗들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일행이 탄 자동차를 맨발로 쫓아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 흙먼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함박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크고 맑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뒤로 하며 한인들은 기약없는 작별의 발길을 돌렸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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