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칼럼에서 대박을 터뜨리려는 열망이 황우석 씨로 하여금 논문조작의 사기행각을 밟게 만든 것 같다고 쓴 적이 있었다. 또 한 건으로, 그것도 빨리빨리 무리를 해서라도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회분위기의 문제도 거론했다. 미국도 로토 열기가 대단하지만 한국 같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한번 복권에 당선되면 일생을 편안히 놀고먹을 수 있다는 요행심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우유값을 축내면서 복권판매소 앞에 서있는 빈곤층 엄마들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다. 한국 사회분위기 전체가 요행심에 들떠 있다면 지나친 이야기인가?
‘올인’이라는 표현의 유행이 시사하는 바 크다. 도박장하고는 거리가 먼 필자의 무식한 소치인지는 몰라도 정확한 영어표현도 아닌 그 말이 흔히 쓰이고 있는데서 도박과 한국사회의 밀접한 관계를 짐작하게 된다. 사족을 달자면 ‘all the bets in’ 이라는 영어표현을 인본식 아니면 한국식으로 줄여서 올·인이라고 하는 듯 싶다. 신문 정치면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다.
예를 들면 결과적으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작년 1월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약속이 있다. 노 대통령에게는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어 결판을 짓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해설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대통령 되기 이전에도 그랬거니와 그 이후에도 노 씨는 난국돌파에 있어서 모든 것을 거는 경향이 두드러진 사람이다. 대선 후 여소야대의 불리한 상황아래 그가 수구신문이라고 기피하는 조·중·동 세 신문의 비판이 거세졌을 때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의 극히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을 거쳐 자기를 대통령 만들어준 민주당에서 탈당하여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등 기상천외의 행습을 계속하여 결국은 국회의 탄핵을 자초했었던 것은 그의 승부사 곡예의 압권이었다. 헌재에서 탄핵이 무효화된 데 이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가져와 의석 과반수 이상의 여대 국회를 낳는 산파역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와 여당의 인기충천도 오래가지 못하고 그의 인기는 20%대에 머물러있게 되었다. 지난 몇 해 동안의 그의 행적을 먼발치에서 보아온 필자의 천견으로는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도박의 비유를 들자면 갑자기 도박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과 비슷하다. 또는 로토에 당첨되어 몇 억불을 한꺼번에 거머쥔 사람들이 돈을 쓸 줄 몰라 나중에는 비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노 씨가 언제부터 대권의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이상의 그의 행적으로 보면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아마도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때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 기질에다가 노사모 등의 대중선동적 여론몰이 바람에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고는 자기도 놀랐는지도 모른다. 정권이 손아귀에 들어왔는데 어찌해야 되는 것인지 우왕좌왕하면서 허송세월을 하는 듯한 인상이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을 쳐도 된다”는 당선 직후의 직설적 표현처럼 이북과 김정일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은 도가 넘친다. 북한전문가라는 이종석 씨의 친북정책이 처음부터 자리잡아왔고 그는 승승장구해서 통일부 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 동안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말살에 대한 결의문을 네 해 동안 줄곧 기권 아니면 불참하는 어처구니없는 저자세를 보여왔다. 이북과 가까워지니까 거의 60년 동맹국인 미국과는 점점 거리를 두는 ‘자주외교’가 정책이 되었다.
수구보수는 타도 대상으로 삼고 심지어는 보수 신문들에는 정부의 광고조차 주지 않으려 하며 또 공직자들의 기고조차 금하고 있다. 사학법을 통과시켜 이사회에 외부이사를 영입하도록 마련하여 좌경사상이 농후한 교육노조의 사학운영 간섭을 가능케 했는가 하면 과거사 정리 법규를 통과시켜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노 대통령은 승부사 언행을 곁들인다. 작년 몇 달 동안 자기가 차떼기 부패 수구정당이라고 맹비난하던 한나라당을 연립정부 파트너로 맞아들이겠다는 짝사랑 신호를 보냈던 게 한 예다.
노 씨가 성공한 대통령이기에는 너무 말이 많다. 어느 외국을 순방하기 직전 1주일 동안은 세상이 조용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그는 너무 말을 많이 한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실수도 많아지고 앞뒤가 안 맞는 모순도 드러난다. 최근의 예만 들어도 1월 18일에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대국민 선언을 했다가 1주 후에는 그것이 세금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사회문제로서의 토의를 해보자는 담론이었다는 식의 해명 아닌 해명이 있었다.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