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황우석 교수가 부끄러움을 당하기 전 공개석상에서 “미치지 못하면(不狂) 미치지 못한다(不及)”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황우석 교수가 무엇인가 자기가 연구하는 줄기세포에 대해 남다른 노력과 헌신이 엿보인다고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미친 것이 다른데 미쳤기에 다른 곳으로 미치게 되었다. 정말 바로 미쳤더라면(狂) 바로 미쳤을(及) 것이라는 아쉬움만 남는다.
미국 영화 에비에이터(Aviator)의 실제 주인공인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는 비행기에 집착한 사람이었다. 특별히 비행기에 대한 공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제작과 조종까지 할뿐더러 항공회사 TWA를 세웠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당시의 유대인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물론 미치지 않았지만 미친 사람처럼 행동과 말이 그렇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정상적인 행동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친 모습이라고 알려질 때 그 일이 바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미쳐야 미친다’의 저자 정민 교수는 물질적이고, 직급적인 사회에서 보다 더 새롭고 독창적인 삶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과 동질의 색깔을 찾기보다는 나만의 유일한 주체를 찾도록 권유하고 있다. 퇴계 이황의 임종을 가족들과 유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생명과 마지막 싸움을 하고 있던 이황이 몸을 일으키라고 했다고 한다. 둘러선 사람들은 드디어 이황 선생이 유언을 남기시려는가 보다 하고 귀를 기울였다. 몸을 일으켜 천천히 방안을 둘러다 보시면서 창가에 놓인 매화 화분을 보시며 마지막 말을 열었다. “화분에 물을 주어라.”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선비가 있었다. 그가 일찍이 과거를 보러갔다. 붓을 열심히 돌려가며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데, 글 한자가 유난히 잘 써졌다. 왕희지의 글체와 너무 유사하였다. 자기가 쓴 글이지만 자기가 보기에도 너무 잘 썼다. 그래서 그는 답안 작성도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그 글자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차마 그냥 버리지 못하고 고이 접어 품에 안고 돌아왔다. 과거 시험장에서 답안지를 쓰는 것은 잊어버리고 자기가 쓴 글에 도취되어 그 답안지를 집으로 가져온 그 사람이 나중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척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는 망쳤지만 그는 필경 무엇인가를 크게 성취(及)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성취가 꼭 입신출세 성공이 아니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성숙과 확대 그리고 깊은 침잠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크다면 매우 큰 성취이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정민 교수는 ‘미쳐야 미친다’ 라는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성경에 사도 바울 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기독교를 핍박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여 기독교인들을 잡아다가 옥에 가두는 일에 앞장을 선다. 그러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만난 후 그는 변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만일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 도다”(고린도후서 5:13-14)
현대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 않는다. 미치면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어느 누가 미치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러기에 같아야 한다. 생각도, 뜻도, 그리고 사는 방법도 비슷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사이코라고 한다.
그러나 설령 미친 사람이라고 불릴지라도 그 미친것이 온전하게 미친 것이라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그 미친 것(狂) 때문에 미치는 일(及)이 있을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고 했기에 미친 사람이라고 불렸던 갈릴레오가 지금은 가장 현명한 과학자라고 알려진 것처럼, 지금 어딘가 반드시 해내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미쳐있다면 그 사람은 무엇인가 해낼 것이다. 그러기에 이렇게 권유해 보고 싶다.“우리 한번 미쳐보실까요?”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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