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의 조그마한 동판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다. “전혀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한 우리 아들, 딸들에게 우리는 경의를 표한다.” 동맹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한미 동맹이 무너지면 어느 나라가 평시에 한국을 제대로 대접할 것이며 위기 시에는 누가 발벗고 한국을 도와줄 것인가? 한국은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서 당면한 북한의 위협은 물론 여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에도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안보를 위한 가장 강력한 방책이 되는 것임을 확실하게 남한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의 국정원이 민간조사 기관에 의뢰해 휴가 나온 병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현역 병사 60%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안 난다고 믿는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12월에 발표됐다. 63%는 인민군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아닌 현역 군인들 입에서 이런 대답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믿고 싶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병사들의 안보관(安保觀), 대적관(對敵觀)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국방부가 스스로 ‘주적 개념’을 철회했고, 병사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표를 얻는 실은 챙길 수 있겠지만 군대는 그래서는 안 되는데도 말이다. 전쟁을 가상한 교육과 훈련에는 반드시 ‘적’이 있어야 한다. 그 적은 바로 북한 인민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대 전의 잘못된 전교조의 교육으로 인해 병사들이 인민군을 동반자로 보는 것 같다. 그간 화해정책과 다양한 남북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잘못하면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라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말려드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군사력을 체제생존의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선군정치를 계속 표방하는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실체는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북한 위협에 대한 불감증은 그 도를 넘은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국군을 ‘남조선 괴뢰군’ 적으로 믿고, 1만2,000의 장사포가 한국군이 있는 남쪽을 향해 배치 되고 있기에, 155마일 휴전선에 철조망이 처져있으며 남한도 모든 포화가 북쪽을 향해 배치되어 있는 것도, 주한미군과 함께 지상에서 공중에서 해상에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거듭하는 것도 모두가 북한군을 적으로 보고 전쟁에 대비하는 훈련이 아니겠는가.
이런 일화가 있다. 6·25전쟁 때 일찍이 맥아더 장군은 “군대에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국군과 유엔군이 밀리고 밀려 낙동강 줄기를 따라 소위 ‘워커 라인(Walker Line)’이라는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운명을 건 격전을 치르고 있을 때다. 이 전선이 무너지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은 없어지고 9월 15일로 예정하고 준비중인 유엔군의 인천 상륙작전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어전을 지휘하고 있던 미8군사령관 워커 장군(한국에서 전사함)은 부하 장병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후퇴는 없다. 투항도 안 된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 이 명령에 “비인도적이고 비민주적이다”라고 미국의 언론들이 들끓었다. 이에 한국 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던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나섰다. “군대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이 한마디로 여론은 조용해지고 사태가 일단락 되면서 ‘워커 라인’ 사수와 함께 인천 상륙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한국군 지휘관에게도 ‘즉결처분권’이 부여됐다. 분대장급 이상 지휘관(자)들이 전장을 무단이탈하는 부하를 재판 없이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은 지금도 “민주주의 국가에 군대는 있어도 군대 내에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데 양심 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한국의 안보가 염려된다.
유흥주/프리덤 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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