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훈련까지 했는데…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서
미, 그리스에 95-101 완패
아르헨과 오늘‘초라한’ 3-4위전
‘잘해야 3등이라니….’
NBA 올스타들로 짜여진 미국농구가 또 다시 세계무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열광하는 그리스 선수들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하는 미국의 르브론 제임스(왼쪽)와 카멜로 앤소니.

미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그리스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서 원을 그린 채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다.
미국은 1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2006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현 유럽챔피언인 그리스(8승)에게 95-101로 패해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3-4위전으로 밀렸다. 이로써 미국은 3연속 세계대회에서 우승에 실패, 세계 최고라는 NBA의 위신이 다시 한 번 땅에 떨어지게 됐다. 미국(7승1패)은 2일 벌어지는 3-4위전에서 아르헨티나(7승1패)와 동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이날 국제대회에서 16연패(2승)를 당한 ‘천적’ 스페인(8승)에 74-75로 분패했다.
NBA 선수들을 내보내기만 하면 식은 죽 먹기로 승리를 챙기던 시절이 지나간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탑스타들을 망라한 뒤 평소에 안하던 합숙훈련까지 실시하는 등 전력을 기울여 준비한 대회에서조차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가 된 것은 충격이었다. NBA 선수들이 출전한 지난 2002 월드챔피언십에서 6위,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3위에 그친 뒤 대학농구의 명장 마이크 슈셉스키를 사령탑으로 영입하고 대표팀 체제를 개편해 명예회복을 노렸던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첫 7게임을 휩쓸며 최강의 위용을 되찾는 듯 했으나 이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변화무쌍한 수비에 막혀 믿을만한 외곽슈터가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고 수비에서는 그리스의 완벽에 가까운 ‘픽-앤-롤’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뚫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스는 디펜딩 유럽챔피언인 강호지만 NBA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소니 등 NBA 탑스타들로 짜여진 미국이 맥없이 무너진 것은 그만큼 NBA에 대한 평가에 거품이 끼어있을 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팀 농구가 개인 농구를 꺾은 한판이었다. 지난 3년동안 호흡을 맞춰온 그리스 대표팀은 마치 잘 정비된 머신처럼 착착 움직인 반면 미국팀은 궁지에 몰리자 개인기술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되살아나며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갔다. 미국은 초반 11-2 스퍼트를 앞세워 2쿼터 한때 33-21로 앞서가며 낙승코스를 향해 순항하는 듯 했으나 그리스는 이후 남은 6분여동안 미국을 24-8로 압도하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고 전반을 45-41로 앞선 채 마치며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3쿼터가 끝나면서 격차는 77-65로 벌어졌고 미국은 파이널 쿼터에서 안간힘을 다해 추격해갔으나 끝내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그리스 가드 테오도로스 파파루카스는 “우리는 그들처럼 뛰어날 선수들은 아니지만 경기를 어떻게 하는 줄 안다. 우리는 영리했다”면서 “그들(미국선수들)은 모두 빅스타다. 하지만 팀에서는 보조적인 작은 역할을 할 줄 알아야한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이 승패를 갈랐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미국의 슈셉스키감독은 “우리가 상대한 팀은 (모든 선수가) 함께 플레이하는 놀라운 농구를 보여줬다. 오늘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는 인터내셔널 게임을 더 잘 배워야만 한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미국 대표팀 단장인 제리 콜란젤로는 “우리 선수들은 지금 고통 속에 있다”고 아픔을 털어놨다. 그리스 선수들은 경기 후 코트 중앙에서 춤을 추며 환호할 때 앤소니(27점), 웨이드(19점), 제임스(17점) 등 미국의 수퍼스타들을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떨군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미국 농구는 더 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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