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되네”… 계봉원·김현주 부부가 다정한 포즈를 부탁하자 쑥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진천규 기자>
테너 계봉원 소프라노 김현주 ‘부부 성악가’ 조인트 콘서트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가장 혹독한 비평가로
함께 걸은 길 13년만에
처음 선봬는 사랑의 화음
“부모가 되고나서 감정처리도 성숙해진 것 같아요”
“서로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혹독한 비평가라고나 할까요? 하하하.”(계봉원·김현주)
테너 계봉원·소프라노 김현주는 대표적인 부부 성악가다. 이들이 오늘(11일) 오후 4시 LAX 근처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MU)에서 조인트 듀오 연주회를 갖는다.(이들 외에 바리톤 유성은·소프라노 정현진, 바리톤 김정대·소프라노 최지아 등이 부부 성악가다.)
남편은 1999년부터 LA 오페라단 코러스에 속해 있으면서 ‘커버 롤’(Cover Role·원래 예정했던 출연 배우가 갑자기 빠졌을 때 대신 출연하는 역할)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내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LA 매스터코랄에서 맹활약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던 1988년부터 알고 지냈지만 둘의 이름을 내건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된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런 공연을 기획했던 터라 기대가 많이 되요.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부담은 크지 않네요.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의지가 많이 되요.”(남편)
부부가 둘 다 성악가이면 어떤 점이 좋을까? “사실 음악 활동을 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내도 성악을 하니까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 주지요.” 아내가 덧붙인다. “공감대가 같지요. 공통의 주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게 되고요. 실제로 우리 부부는 음악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답니다.”
조금 더 실제적인 면에서 유익한 점도 있다. ‘목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 좋은 음식과 안 좋은 음식을 잘 알기 때문에 음식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요, 연주회를 앞에 두고는 영양가 높은 고깃국도 끊여주고 감기 들지 않도록 비타민도 챙겨주지요”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에 대한 비평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남들은 ‘그냥 좋았다’라고 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진심 어린 사랑을 담아 지적해 준다”고 아내는 말한다.
두 사람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처음 만났다. 성악과 내 성경공부 소그룹 모임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친해졌다. 성경공부도 같이 했고 작은 교회 연주회도 함께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2년 약혼을 했고 아내가 먼저 유학을 떠났다. 남편은 서울 음대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더 이상 떨어져 있을 수 없어 이듬해 결혼했다. 이 후 아내는 USC에서 음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남편은 USC에서 석사를 마친 뒤 전액 장학금을 받고 UCLA로 옮겨 역시 음악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들에게 지난 2004년 아기가 생겼다. 그것도 한꺼번에 둘씩이나. “결혼한 뒤 공부하느라 아이가 늦어졌어요. 그런데 쌍둥이가 생기지 뭐예요. 그것도 아들, 딸 한 명씩 골고루요.”(아내)
아이가 생긴 뒤 생활 방식이 달라졌다. 집에서 연습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이 쫓아와 책 읽어달라고 보챈다.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더 많이 애쓰고 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소년 예수를 잃어버린 어머니의 심정을 노래한 곡을 불러요. 옛날에는 ‘부르기 힘든 아름다운 곡이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에는 감정이 미어지더군요.”
남편은 조금 더 했다. “저는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구약시대 사사 입다에 관한 곡을 부르거든요. 예전에는 그냥 슬프게 불렀는데 이번에는 연습을 못 하겠더라구요.” 화기애애하던 인터뷰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음악이 더 성숙해졌다고 할까요. 아이가 없을 때는 남녀간의 사랑은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아이가 생기고 나니 자녀와의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한 곡을 소화할 때도 관객과의 교감이 더 넓어졌어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다양한 성격의 곡들을 연주한다. 영미 계통의 오라토리오에서부터 독일가곡과 성가곡에 이르기까지 장르가 다양하다. 흔히 듣지 못하는 프랑스 가곡 3곡도 포함됐다. “라벨의 곡을 3곡 연주해요. 발성곡이라고 할 수 있는 ‘보칼리즈’ ‘파라다이스에서 온 세 마리 새들’ ‘니콜렛트’가 그것이에요. 근엄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고 할까요.” 동성애를 다룬 곡도 있다.
연주자에 있어 한 무대에서 다른 장르의 노래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를 다 소화하고 싶다는 의욕이 앞서기도 합니다. 오페라가 아니더라도 가곡을 통해서도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공연 시작 전에 일찍 오셔서 곡 설명을 미리 읽으면 저희와 감정의 교감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들 부부의 음악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성숙해져 가는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편 이날 공연이 열리는 머피 리사이틀 홀은 250석 규모로 크지 앉아 조금 서둘러 가는 게 좋겠다. 입장료는 무료다.
▲공연장 주소: 1 LMU Dr., LA 문의 (714)449-0112, (310)338-5386
LA오페라 ‘마농’등서 주역
쭞테너 계봉원은
계봉원은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 과정 중 도미, USC에서 성악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USC에서 교회음악가 박사과정을 수학했으며 UCLA에서 성악 전공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4번의 독창회를 가졌으며 LA 매스터코랄, USC 얼리 뮤직 앙상블, 칼 폴리 샌 루이스 오비스포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1999년에는 롱비치에 있는 카메라타 싱어즈와 독일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베를린, 체코 프라하에서 순회 연주회를 가졌다.
샌타바바라 ‘뮤직아카데미 오브 더 웨스트’와 세이지 오자와가 음악감독으로 있던 보스턴 심포니 주최 탱글우드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 받았다.
UCLA 오페라 프로덕션의 모차르트 작품 돈 지오반니에 돈 오타비오 역으로 출연했으며 LA 오페라에서 마농, 돈 파스칼레, 수산나 등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현재는 월드미션 대학교와 쉐퍼드 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12년째 LA매스터코랄 활약
소프라노 김현주는
김현주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유학 길에 올라 USC에서 성악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 동안 6차례의 독창회와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 매스터코랄 등과 협연했다. 1999년 카메라타 싱어즈 오브 롱비치와 함께 순회 연주회를 가졌으며 마농, 라보엠 등 다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주역으로 출연했다. 음악교육 아웃리치 프로그램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현재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과 미주 감리교 신학대학 음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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