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과 문화 인지도 높아진 결과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 음식문화의 미국 음식문화 침투를 체험할 수가 있다. 필자는 각종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1년에 적어도 3~4번씩 출장을 가게 된다.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에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택해 먼 길을 떠난다. 최근 수년 동안 여행 중에 경험한 한국 음식과 관련된 일화 몇 개를 소개할까 한다.
지난 4월 둘째 주에는 시카고로 출장을 가게 되었었다. 아들이 10여년 동안 시카고에 살았을 때에는 아들집에서 묵었으나, 아들이 더 이상 그 곳에 살지 않는 관계로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학술대회가 끝난 후 다른 동료 교수들과 함께 시카고 중심지에 있는 Fairmont라는 일류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호텔 내의 레스터랑에서 메뉴를 보니, ‘bi-bim-bab’(비빔밥)과 ‘chi-gae’(찌개)가 메뉴에 들어 있었다. 하도 신기하여 여느 때처럼 미국 음식을 먹으려던 계획을 바꾸어, 반은 호기심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음식의 판매촉진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비빔밥을 시켰더니 생숙주와 상추가 곁들인 비빔밥이 나왔고, 후식으로는 시키지도 않은 감자 그라탕과 고구마 퓨레와 계피향의 tart(파이의 일종)가 따라 나오는 것이었다.
한국음식인 비빔밥을 시켰는데 다른 후식들이 무료로 따라 나왔거니와 미국 음식과 잘 조화되어 제공되고 있었다. 묘한 쾌감을 느끼며 “이만 하면, 미국 내의 한인들의 존재도 조금은 인정받는 게 아닌가!” 느껴졌다. ‘Chi-gae’(찌개)는 그 다음날 시켜볼 예정이었으나 실천하지 못하고 말았다.
4월의 셋째 주에는 현재 필자가 회장인 전국 아시아태평양 교육자협회 연례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갔었다. 호텔에서 여장을 푼 후 시가지 구경도 할 겸 저녁식사를 위해 같은 거리에 있는 Waverland라는 대중음식점(한식집이 아님)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려는데, 메뉴에는 ‘kalbi’(short ribs)가 들어 있었다. 정말 미국 내의 한인들이 즐겨 먹는 갈비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주문했더니, LA에서 종종 먹는 감칠맛 나는 갈비가 나왔다.
이틀 후, 회의가 끝난 뒤 컨퍼런스가 열렸던 Hilton Prince Kuhio 호텔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야채가 많이 들어서 먹어보면 맛이 있을 것”이라고 웨이터가 권하기에 메뉴에 나온 대로 ‘seared tuna and fried rice’를 시켰더니, 살짝 덖은 튜나에 맵지 않은 김치 볶은 밥이 곁들여져 나왔다. 한국식 김치 볶음밥이 미국식으로 살짝 익혀 먹는 튜나에 곁들여져, 웨이터가 말한 대로 “야채가 많이 들어 좋은 볶은 밥”이 되어 제공되는 것이었다.
또한 필자는 2003년 1월13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식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 하루 전날, 호놀룰루의 중심가에 있는 Tikki라는 미국 음식점에서 여동생과 같이 한국식으로 조미된 맛있는BBQ 닭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 신기해서 웨이터에게 물었더니 주방장이 한국계 하와이안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2005년 가을에는 연방 교육부 이중언어 교육국에서 주관하는 연례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Washington DC에 갔던 적이 있다. 저녁식사를 위해 10가와 Pennsylvania에 있는 ‘Ten Pen’이라는 꽤 알려진 미국 음식점에 가서 생선요리를 시켰더니, 뜻밖에도 밑에는 김치가 깔려 나오는 것이었다.
이상의 예는 한국인의 음식문화가 미국인의 음식문화에 침투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실로, 1903년 100여명의 한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 계약 노동자로 미국에 첫발을 디딘 후, 근 100년 이상이 걸려서 한국음식이 비로소 미국음식과 융화되거나 일류 호텔과 음식점의 메뉴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인들이 다방면으로 진출하여 여러 분야에서 기량을 한껏 뽐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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