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투스교육센터에 도착한 첫날밤 민병렬 박사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학생들은 이튿날 아침부터 주민 환경 조사에 나섰다. 마야족 후손들이 모여 사는 산간 지방의 수질 오염 실태 확인이 주목적. 그 지역에서 8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래리 고드윈 미국 선교사의 도움을 얻어 원주민 마을로 찾아 들어갔다. 이틀에 걸쳐 방문할 지역은 치디떼(Chidilte), 치지떼(Chijilte), 캄포 산띠아고(Campo Santiago), 자라고사(Zaragoza) 등 네 지역.
한적해 보였던 첫 마을에 조사팀이 나타나자 하나 둘 씩 부녀자들이 모습을 보였고 마을 중앙 공터에는 어느새 수십명의 아이들과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학생들의 역할은 설문을 조사하고 몸무게를 재며, 채변을 하는 일. 수줍어하던 학생들은 익투스교육센터에서 일하는 원주민 목사와 아들 알렉스의 도움을 얻어 임무를 하나씩 수행해 갔다. 처음에 어색해 하던 주민들도 나중에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사가 마무리 될 무렵 부녀자들은 멕시코 전통음식 ‘또띠야’를 구워주며 정을 베풀었다. 헤어지기 전에 방문팀은 주민들과 허름한 교회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사흘 째 되는 날 찾은 자라고사는 더욱 열악한 곳이었다. 지하수를 끌어 쓰고 있던 첫날 방문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야말로 동물들과 함께 뒹굴며 생활하고 있었다. 동물의 오물이 뒤섞인 물을 다시 떠서 식수와 각종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이는 주민들을 보며 방문팀은 할 말을 잃었다.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이들이 얼마나 위생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여기서 김 윤군의 에세이를 잠깐 인용해 본다. “놀라움과 공포, 동정... 더럽기만한 연못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다. 이 물이 모든 주민들과 가축들의 유일한 수원이라고 한다. 나귀, 돼지, 말들이 함께 마시고 목욕을 하는 물을 주민들이 또 사용한다. 각종 기생충과 박테리아가 살고 있을 더러운 물을 길어가는 주민들을 보며 내 마음을 슬퍼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깨끗한 물을 당연한 듯이 마시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이 물을 마시기 위해 매일 이런 수고를 해야 한다니. 뭔가 이들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들을 돕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 박사가 한 달 후 보내온 1차 조사 결과에 의하면 네 지역은 모두 이콜라이(E. Coli) 바이러스에 심하게 감염돼 있었고 특히 자라고사 지역은 예상했던 대로 기생충 알이 타 지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이 검출됐다. 기생충은 주민들의 건강을 해지는 주 요인이 되고 있어서 민 박사는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깨끗한 식수 공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온 후 채취한 물과 변을 어떻게 민박사가 일하고 있는 실험실로 운송하느냐가 문제가 됐다. 잘 포장해 고드윈 선교사의 도움을 얻어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이 제시됐지만 너무 오래 걸리면 변이 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은 민박사가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 혹 세관에서 적발되면 압수될 수도 있지만 조사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미국의 제2 교역 상대국이면서 일억이 넘는 나라. 세계 13위의 영토 면적에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 이렇게 환경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진 멕시코는 그러나 경제, 사회적 불평등가 정치적 혼란으로 앓고 있다. 경제권을 잡고 있는 10%의 백인들과는 달리 메스티조와 인디언이 대부분인 원주민들의 생활은 농민 혁명 이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농 증가로 무너지는 가정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밀입국 하는 청년들은 이 상태로는 멕시코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예견을 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돌, 파나마 등을 포함한 중미 국가들의 공통된 현실. 치아파스는 이런 면에서 중남미 복음화와 사회 구원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익투스교육센터 관계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175 에이커의 대지에 세워진 익투스교육센터는 중남미 전체을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 거대한 비전의 작은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이 곳은 교단과 교회의 벽을 넘는 ‘협력 선교 사업’의 실험장이요 중남미의 미래 일꾼을 직접 길러낸다는 장기적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기도 한 것이다.
‘익투스교육센터’ 운영의 기본 정신
우리는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자 예수 그리스도를 안다(요한복음 17:3)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구원자이심을 믿는다(사도행전 4:12)
우리는 모든 성경이 성령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믿는다(딤후 3:16)
우리는 기독교적인 공동체의 삶을 추구한다(사도행전 2:44-46)
우리는 사랑 안에서 연합한다(골로새서 2:2)
우리는 동지의식을 공유한다(고전 12:26)
우리는 섬기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마가복음 10:45)
우리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시편 115:1)
목표
-평신도 선교: 평신도들이 현지에서의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달하며 사회 구원을 이뤄간다.
-자국인 선교: 현지인을 통한 현지인 전도를 말하며 교회 개척과 양육, 이를 통한 열매를 포함한다.
-자비량 선교: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여 비용을 충당하며 현지인에게 새로운 기술이나 운영 기법을 전수함으로써 빈곤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도자 양성을 위하 청소년 교육: 기숙학교를 운영함으로써 공동체의 삶을 배울 수 있게 하며 그리스도 중심의 인성 교육으로 이웃을 섬기는 미래 지도자를 양성한다.
-같은 언어권 국가에 대한 선교: 동일한 언어권인 중미 국가들을 공략하기 위한 선교 전략을 기획하고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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