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자수석대표회의」를 통해 본 북핵 동향
▶ 이종선 교수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7월 18일~20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인식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준다.
물론 이번 회의가 북핵문제의 획기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내 놓지 못하고 언론발표문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에서 ‘그저 그렇고 그런’ 회담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는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전의 회담에 비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이 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의 상황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진행되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동결된 북한 계좌예치금 문제로 6자회담은 지난 3월 이후에 오랫동안 휴회중이었다. 그러나 BDA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를 발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 요원들의 방북을 허용했다. 그 결과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충분히 커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회담의 진행 과정에서도 그러한 기대감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북한 핵 폐쇄 이후의 단계인 북한 핵 신고ㆍ불능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나아가 핵 신고의 항목에 핵무기까지 포함시킬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은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 대한 이행을 재확인하는 시도로서 향후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함축했다. 더욱이 북미 양자회담도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이루어짐으로써 북핵문제의 가장 큰 장애물인 북미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북핵문제를 위한 이전의 회담이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전개된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회담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의 의도이며, 이러한 점은 이 문제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의 외교가 때로는 적극적으로 나오고 때로는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BDA사건의 해결에 있어 예상과 달리 BDA 은행이 위치한 중국보다 러시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점, 따라서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입장을 더욱 옹호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미국은 중동외의 지역에서 외교적 성과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서 볼 때, 북한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분위기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대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주변국들이 취하는 이같이 미묘한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이번 회담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북한은 납치자 문제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강경노선 명분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으며, 한국의 대북 강경정책의 부상을 더욱 완화시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화정책에도 명분을 더 많이 제공한 셈이다.
그러면 북한의 의도는 어떻게 파악되어야 하는가? 첫째,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정치ㆍ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고 국제사회로 당당하게 나아감이 북한의 목표인가? 둘째, 핵은 안보상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북한의 핵심적인 자산이며 6자회담에의 참여는 이와는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6자회담의 전망은 이러한 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첫 번째의 경우 북핵문제는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반면, 두 번째의 경우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라면 설혹 북한의 의도가 두 번째 일지라도 그것을 첫 번째로 이동시키기 위한 노력에 우리의 관심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중유 및 경수로 제공 등 경제적 보상과 더불어 북미관계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등 정치적 유인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향후 6자회담의 성공여부, 나아가 북한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조건은 이러한 유인책에 따른 정치ㆍ경제적 비용 지불과 관련하여 한반도 주변국들이 서로 갖는 분담 비율과 이에 따른 한국내의 여론 향방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로 회담의 모멘텀을 완전히 회복하고 북핵문제 해결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만큼, 향후 우리정부를 비롯한 참가국들이 적극적ㆍ창의적 노력으로 향후 6자 외교장관회담 및 분야별 실무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2.13합의 이행이 가속화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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