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반발 속 자원 노린 영토 전쟁 예고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북극 4천m 바다 속에 자국 국기를 꽂았다.
러시아는 이번 해저 탐사가 `영토 늘리기’를 위한 상징적 제스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과거 어느 나라도 해 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러시아 탐사팀은 2일 유인 소형 잠수정 `미르-1’과 `미르-2’를 심해 4천261m와 4천302m에 각각 내려 보냈고 미르-1에 장착된 기계 팔은 마치 북극 해저가 이제 자신의 영역이 됐다는 듯 티타늄으로 제작된 러시아 국기를 바다 밑바닥에 꽂았다.
러시아의 북극 해저 탐사 임무는 북위 88도의 로모노소프 해령(海嶺)이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초쿠가 반도와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고 이를 통해 북극해의 광대한 지역이 러시아 영역이란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미국 핵 잠수함이 종종 북극 해저 탐사를 했지만 4천m이상 심해까지 도달한 적은 없었다. 결국 이번 탐사는 러시아 과학기술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대의 잠수정을 제공했던 러시아 해양연구소의 할리 울렌 소장은 러시아의 뛰어난 해양 기술과 과학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극 환경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염려는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날 탐사 목적은 러시아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해령이 러시아 대륙과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소유권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다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탐사를 통해 북극 해저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극 특사로 임명돼 탐사를 이끈 아트루르 칠린가로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러시아가 달에 첫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북극 해저 탐사에 대한 주변국들의 시샘이 섞인 반발이 여간 만만치 않다.
이들 국가는 이번 탐사를 러시아의 `뻔뻔한 영토 가로채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캐나다 피터 멕케이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북극 항해는 `단순한 쇼’라고 치부하면서 지금은 15세기가 아니며 세계 어디고 가 국기를 꽂아 여기가 내땅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 톰 케이시 대변인은 북극에 국기를 꽂았다고 러시아가 대륙붕의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를 갖는 것은 아니다며 바다 밑 해령이 정말로 러시아 대륙붕과 연결돼 있는지는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로 과학적 데이터에 기초한 국제 전문가 위원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제정된 유엔 해양법에 따르면 북극에서 개별국가의 주권은 인정되지 않고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 인접국들의 200해리 경제수역만 인정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려면 반드시 그 지역이 하나의 대륙붕으로 본토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런 주변국의 반발은 역시 북극 해저에 저장된 자원 때문이다.
총 면적 2천500만~3천만㎢인 북극은 북극점을 중심으로 하는 면적 약 1천400만㎢의 북극해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북극에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원유와 가스 저장량의 4분1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관할권 논쟁이 되고 있는 곳은 바로 로모노소프 해령으로 해령 어딘가에 1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스지 인터넷판은 전날 이룬 러시아의 과학적 성과는 푸틴 대통령이 얻는 정치적 이득을 숨길 수 없었다며 다시한번 그는 서방 국가들에게 에너지 제국 확장을 위한 러시아의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100일간의 북극 탐사에 8천140만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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