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사람 VS 사람’
이 땅의 모든 사물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람입니다. 철학자들은 이것을 인간은 소우주라는 말로 표현하곤 합니다.
인간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사람에게 이 땅의 모든 것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습니다. 따라서 이 땅의 모든 만물은 사람을 중심으로 굴러 갑니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사람끼리의 만남이 생기게 되고 만남이 생기다 보면 좋은 일도 겪게 되지만 때로는 좋지 않은 일도 겪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물질이나 환경에서 오는 것보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이지 돈이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각을 하던 생각을 하지 않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TV의 드라마를 보아도 내용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고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를 들어도 결론은 사람과 관련한 내용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널리 잘 알려진 사람들에 대하여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정치인이나 경제인, 또는 유명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용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이라는 의사가 한국의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은 ‘사람 VS 사람’(서울: 개마고원. 2005). 이 책의 특징은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을 비교, 분석하면서 두 사람의 심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책 내용이 일반들이 잘 알 수 없는 전문적 심리분 석이나 어려운 심리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의 각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사람들과 그 사람을 특징짓는 말과 그리고 비교의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이명박: 백미러 없는 불도저의 자신감 vs 박찬욱: 상향등 없는 크레인의 자존감 2)정몽준: 내 현실로만 소통하는 에고이스트 vs 이창동: 네 현실과도 소통하는 리얼리스트 3)박근혜: 아버지에게 갇혀 얻은 힘 vs 문성근: 아버지를 열어 만난 세상 4)심은하: 자기 충족의 노출 vs 김민기: 자기 충실의 노출 5) 이인화: 나를 욕망하는 지식인 vs 김근태: 시대를 희망하는 정치인 6)나훈아: 내가 골라서 만드는 나 vs 김중배: 나를 깍아서 만드는 나 7)김수현: 밀어내는 개성의 옴나위 vs 손석희: 품어 안는 개성의 아우라 8)언론인-김대중: 가파른 힘의 글 vs 김훈: 끔직한 몸의 글
저자 정혜신은 한국에서 정신과 전문의인 동시에 남성 심리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저자는 한국의 IMF 이후 구조 조정의 시대를 맞아 생존한 직장인들조차 극심한 정서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를 다수 접한 이후에 이를 토대로 대량해고의 국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조사, 연구하여 ‘AD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제기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기도 합니다. ADD 중후군이란 ‘after downsizing desertification’의 줄임말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고 난 뒤 살아남은 구성원들이 겪는 ‘정신의 황폐화 현상’을 말하는데 대량 감원에서 살아남은 직장인들이 겪게 되는 불안과 우울증, 소외감, 적개심 등의 정신적 장애를 뜻합니다. 본래 이 책은 4년 전 저자가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낸 이후의 후속작인데, 지난번 책만큼이나 흥미로운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서이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분량 면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하여 저자가 투자한 노력과 열정은 분량의 아쉬움을 단숨해 제거하고도 남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남이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인간인 이상 이 세상에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로 존재된다는 것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만, 이름과 더불어 떠 올리게 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흔적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곧 ‘잘 죽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것만큼 어떻게 기억되느냐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선거와 관련한 소식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 VS 사람’이라는 책, 다시 한 번 사람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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