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는 김충남 박사(정치학)는 동서문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한국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저술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후보가 등록을 하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2007 한국 대선구도를 읽는 독자들을 위해 본보는 김충남 박사에게 특별 기고를 요청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다음 대통령 선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노대통령이 인기가 없고 여러 면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그가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그는 지속적인 개혁과 단호한 사법조치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었다.
복지정책을 확대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했다. 자주외교와 자주국방 정책으로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력도 증강시켰다. 그는 당초 반미적인 대통령으로 인식되었지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합의하여 한미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정치의 비주류에 속했고 행정경험도 별로 없었다. 그는 뛰어난 화술로 젊은 세대의 기대를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국가경영에 필요한 자질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것이다. 반정부투쟁과 국가경영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의 리더십은 반정부투쟁의 연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그런 점에서 적지않은 약점을 보였다.
첫째, 그는 올바른 국정목표를 설정하는데 실패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실은 잘못된 것이며 그것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친일잔재청산, 좌우익대립 청산, 독재정치 잔재청산 등, 과거청산에 집중했으며 나아가 지역갈등과 정치적 갈등 극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문제는 그의 국정목표가 너무 추상적이고 이념적이어서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보다는 집권세력이 중요하다고 믿는 문제를 중시했다. 즉, 과거청산과 남북관계에 집착하여 경제, 부동산, 교육 등, 심각한 현안문제를 등한이 했다.
그 결과 그의 재임기간 중 4퍼센트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세계평균 5퍼센트보다 낮았다. 소득재분배와 지방균형개발 정책을 추진했지만 빈부격차와 서울과 지방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둘째, 인사정책에서 매우 취약했다. 그는 경험도 능력도 없는 386운동권 인사들을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앉혔다. 풍부한 경험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아마추어들을 앉혔으니 무엇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관이나 보좌관들을 1년이 멀다하고 교체하여 정부는 안정되지 못했고 정책도 수시로 바뀌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불가피했다.
셋째,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 20개도 넘은 대통령자문위원회를 통해 수많은 정책 로드맵(roadmap)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실천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말만하고 실천은 안하는 정부라는 비난을 받았다.
경제성장, 소득재분배, 균형발전 등 상호 모순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분명한 정책방향이나 우선순위가 없이 시행하다가 난관에 직면하면 방향을 바꾸거나 포기하고 말았다.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에서 보듯이 빈번한 정책변경으로 국민의 신뢰도 잃고 정책도 실패하고 말았다.
넷째, 조직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했다. 정부는 매우 복잡한 조직이어서 전문적인 정책 및 행정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에서는 청와대 자체가 안정되지 못하여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행정기관들을 조정 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청와대 조직을 아홉번이나 바꾸었고 보좌관도 빈번히 교체했으며 직책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임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리더십도 부족하여 집권당다운 역할을 하지 못하게 했다. 열린우리당은 합의된 정책도 정당으로서의 결속력도 없어서 당의장이 9번이나 바뀌는 등 혼란을 거듭하다가 3년 반 만에 스스로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을 출범하는 등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그리고 청와대와 집권당은 주요정책에 있어서 빈번히 의견차를 드러냈다.
다섯째, 대북정책을 매우 중시했으나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국민의 기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대북정책만 잘되면 다른 정책은 깽판처도 된다고 했지만 대북정책의 성공은 김정일의 호응에 달렸는데 안보태세와 한미동맹까지 약화시키며 그렇게 집착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가? 지난 5년동안 북한에 20억 달러 정도의 막대한 지원을 하고도 모자라 임기 만료 직전에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서둘고 있는데 과연 다음 정부에서 그대로 하겠는가?
그는 외교안보에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었음에도 대외문제의 아마추어들로 하여금 외교안보정책을 좌우하게 하여 국가이익에 적지않은 손상을 끼쳤다. 더구나 대외정책을 정치목적으로 이용하여 정치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우방과의 관계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역사적이며 정의로운 과업을 추진한다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지만 그는 자기편과 반대편으로 나누어 반대편에 대해 계속 비판하거나 공세를 취함으로서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용기있는 반정부 투사였을지 모르지만 국가경영자로서는 함량 미달이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것과 국민이 원하는 것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국민투표를 해서 신임받지 못하면 사임하겠다.” 는 등 대통령답지 못한 말을 계속하여 믿을 수 있고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다수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은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길잡이가 될 뿐 아니라 다음 대통령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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