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매판매 38년만에 최악 등 경제지표 악화일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갔다는 진단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38년만에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고 서비스업 경기도 5년만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비와 고용에 이르기까지 암울한 경제지표들이 쌓이면서 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와 관련, 허약해진 경제를 보여주는 신호들이 확산되면서 갈수록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 경제지표 악화일로..소비.고용도 타격 = 미국의 1월 소매판매가 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세일 공세에도 불구하고 38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미 국제쇼핑센터협회(ICSC)는 7일 43개 소매 체인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1월 소매업체들의 동일점포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쳐 1970년 1월 이후 가장 저조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0.5%에 그쳤고 대형 할인 유통업체인 타깃의 동일점포 매출은 1.1% 감소했다. 소비 위축 우려 속에 유통업체들은 사업 전망을 낮추고 감원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 경제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을 반증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메이시 백화점은 6일 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환경 악화를 이유를 올해 사업전망을 낮추고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시 백화점은 미국 경기 하강에 따른 영향으로 소매분야의 구조조정에 나서 2분기 말까지 2천550명의 직원을 감원키로 했다면서 올해 동일 점포 매출 증가율을 -1~1.5%로 예상, 사업 전망을 낮췄다.
미 상무부는 8일 작년 12월 내구재판매가 지난 6년 만에 최대로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도매재고 증가율이 예상보다 크게 높은 1.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고율 증가는 자동차와 목재, 금속, 전자부품과 비내구재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품목에 걸친 판매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재고 증가에 따른 기업의 생산 감축과 일자리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월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가 41.9를 기록, 전달의 54.4에 비해 크게 떨어져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비제조업 지수는 월간 하락폭으로는 역대 가장 큰 것이자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지수가 50을 밑돈 것은 200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ISM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대부분 기업들이 확장세임을, 이를 밑돌면 위축세임 의미하는 것이어서 50을 밑돈 이번 지수는 그동안 미국 경제 확장의 견고한 버팀목이었던 서비스업 분야마저도 사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ISM 비제조업 지수는 앞서 미 노동부가 1일 발표한 1월 비농업부문 고용창출이 1만7천명 감소, 2003년 8월 이후 처음 줄어들면서 고용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과 함께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미국 경제의 하강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연체도 늘어나 어려워진 가계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스크메트릭스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60일 이상 연체되거나 채무 불이행에 빠진 신용카드 대출액 비중이 평균 7.6%에 달해 1년 전의 6.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신용카드 연체의 증가는 금융기관의 대출기준을 강화시키고 추가 대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용을 통한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경제사정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경기침체 이미 시작 진단 확산 = 이같이 악화되는 경제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르면서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아지는 등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전망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7일 미국 경제가 상반기에 완만한 경기침체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로써 글로벌 인사이트가 미국 경제의 침체가 시작됐다고 밝힌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 골드막삭스 등의 진단에 가세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니젤 골트는 소비지출의 정체, 고용시장의 악화, 신용 경색 및 서비스경기 위축 등 복합적 요소들을 지적하면서 경기침체의 진입을 설명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작년 4.4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0.6% 증가했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1분기에는 0.4%, 2분기에는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 전망도 아직 많지만 부정적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5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제시한 경기침체 가능성의 평균치가 49%를 기록, 지난번 조사 때의 40%에 비해 9%포인트 늘어났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조사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23%에 불과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침체를 점치는 전망이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경기침체가 실제로 일어나면 지난 2번의 경기침체 때보다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대답도 3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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