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는 승부의 고비에서 흔들리는 팀을 구하는데 실패, MVP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이커스, 허망한 역전패 휘청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 12일 안방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진 NBA 파이널스 4차전에서 2쿼터 한때 최고 24점까지 달했던 리드를 날리고 허망한 역전패를 당한 LA 레이커스가 휘청거리고 있다.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얻어맞은 복서 같다. 지금으로선 이 타격에서 벗어나기란 기적이 없는 한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NBA 파이널스에서 1승3패의 열세를 뒤집은 팀은 없었지만 이번 경우는 이번 시리즈에서 레이커스가 보여주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허약한 모습으로 더욱 희망을 갖기가 힘들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파이널스가 시작하기 전 레이코스의 싱거운 압승을 점쳤던 수많은 소위 ‘전문가’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충천한 자신감(자만심?)에 차있던 레이커스 선수들도 낯선 곳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어린아이들 같은 모습이다. ‘젠 매스터’라는 필 잭슨감독은 “아직도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며 애써 침착한 척 하고 있지만 이미 승부의 저울추는 그로서도 어쩌지 못할 만큼 기울었다. 잭슨 감독은 4차전 경기에서 셀틱스가 2점차까지 쫓아온 3쿼터가 끝난 뒤 TV리포터와의 즉석 인터뷰에서 ‘뭐가 잘못됐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너는 아느냐?”고 반문했다가 ‘내가 아니라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들었다. 이어 그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다가 끝에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 다 괜찮을 것”이라고 답했으나 결론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최고 명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됐다. 리그 MVP 코비 브라이언트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클 조단급이라는 일부 평가와 달리 막상 승부의 고비에서 팀이 흔들릴 때 혼자서라도 이를 바로 세우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직 조단의 레벨에는 미치지 못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사실 이날 경기는 레이커스로서는 그냥 이긴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승리를 자신했던 안방 3차전에서 고생고생 끝에 억지로 이겼던 레이커스로선 이날 그냥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셀틱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승리의 모멘텀을 쥘 수 있었다. 그리고 최소한 전반까지는 그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고도 남는 듯 했다. 브라이언트가 전반 단 1개의 야투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자유투로만 단 3점을 뽑는데 그쳤음에도 불구, 레이커스는 거의 완벽할 만큼 신들린 팀플레이로 1쿼터에만 21점차로 앞서가는 등 전반 내내 셀틱스를 압도, 18점차로 앞선채 해프타임에 들어가 드디어 완전히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20점차 리드(70-50)가 유지되던 3쿼터 중반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멀리 달아난 레이커스는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신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걸어놓고 여유있게 피니시라인에 도착하려 한 것이 문제였다. 예리한 패싱으로 완벽한 슛 찬스를 만들어내던 전반과 달리 적당한 선에서 슛을 쏘아대기 시작하자 그렇게 잘 들어가던 슛들이 슬슬 배스켓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반면 셀틱스는 각처에서 외곽슛을 펑펑 꽂아 넣었고 이를 막기 위해 레이커스가 수비망을 넓히자 빈 공간을 타고 골밑을 파고들었다. 셀틱스의 맹추격이 계속되자 당황한 레이커스는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고 뒤늦게 다시 박차를 가하려고 해도 이미 느슨해진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후론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비극의 원웨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이젠 회복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지금으로선 레이커스가 15일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 셀틱스의 우승을 막아낼 수 있을지조차 낙관하기 어렵다. 레이커스가 최소한의 자부심이 남아있다면 안방에서 셀틱스가 우승파티는 여는 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내야 한다. 지금 3연승의 대역전 드라마를 꿈꾸는 것은 공상이요, 사치다. 딱 한게임만 더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시리즈를 보스턴으로 다시 끌고 가는 것. 그것이 레이커스 앞에 놓인 절대적 당면과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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