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부담 덜해요”
대학 “변한 것 없어요”
정책이나 규정이 바뀌면 항상 그로 인한 승자와 패자 또 찬성과 반대가 있게 마련이다. 또 처음에는 바뀐 규정에 조율하기 위한 약간의 법석과 분주함이 있다가 곧 평정을 되찾고 잠잠해 지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SAT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는 지난 20일 수험생들이 치른 SAT 점수 중에 학생이 원하는 것만 학교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2010년 졸업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올 가을 12학년이 되는 시니어는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11학년인 주니어부터는 새 규정에 의해 원하는 점수만 입학사정에 반영시킬 수가 있게 됐다.
*변경사항
여태까지는 시험을 보는 대로 그 점수가 그대로 모두 기록되어 대학 측에 보내졌다. 그러나 올 가을 11학년이 되는 학생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최고 점수만 학교 측에 보고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학생들은 칼리지보드 측에 온라인이나 전화로 원하는 점수와 치른 날짜만 지원한 대학 측에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아무 요청이 없을 때는 모두 그대로 보고된다. 이때 최고점만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지원한 대학에 따라 여러 개의 점수를 요구할 수도 있어 가장 잘 나온 점수 3개를 요청할 수도 있다. 정리하면 전에는 4번 SAT를 봤으면 이 점수가 모두 대학 측에 보고됐지만 지금은 학생이 원하는 1~3개만 골라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응
◆워싱턴지역 대학들
워싱턴지역 대학들은 이번 칼리지 보드의 새 규정으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미 보고된 여러 개의 점수 중에 가장 높은 점수만 입학사정에 고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방침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
◆칼리지 보드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니어 때 한번 보고 시니어 때 다시 한 번 SAT를 치른다. SAT를 3번 이상 치르는 학생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리서치에 의하면 시험을 많이 본다고 해서 점수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므로 새 규정에 의해 시험을 더 자주 치는 학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학생, 학부모, 고교 진학 상담 카운슬러
학생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게 되어 환영하고 있다. 이번 여름, 가을에 있을 PSAT 준비를 하고 있는 주니어 학부모와 학생들도 “그렇다면 부담 없이 가을에 SAT도 한번 쳐보자”라고 마음을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준비가 안 되면 시험을 자꾸 미루곤 했었는데 이젠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본보에 SAT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신종흔 박사도 “횟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SAT시험을 본 후 가장 높은 점수를 선택하게 되면 한인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시험등록비 45달러가 부담이 되지 않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들에 한한 얘기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규정변화는 부유층에게는 유리한 ‘게임’이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더욱 불리해진 것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현재 칼리지 보드는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2번까지 시험 등록비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횟수를 3~4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인 튜더링 업계와 사설 학원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훼어팩스에 소재한 한 SAT 학원 관계자는 “새 규정으로 학원 등록학생이 갑자기 많이 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준 것은 확실해 공부한 후 일단 미루지 않고 한 번 봐보고 미숙한 점을 보완해서 다시 보는 식으로 전략이 바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SAT 경시대회를 주최한 C2 캠브릿지 아카데미의 김재승 회장은 “SAT는 원래 충분히 준비한 다음 두세번 보고 끝내야 한다”며 “여러 번 치른다고 해서 점수가 쉽게 오르는 것도 아니어서 괜히 시험에만 매달려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11학년 3월에 보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 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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