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그리고 시장경제가 세계화되어 갈수록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금융시장에 파동이 일고 대형금융기관이 긴급융자에 의존해 생존할 수 있었던 사실을 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월가의 수많은 전문가들의 투자성과가 다우지수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미래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좋은 예가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노력은 시장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 바둑을 둘 때 몇 수 앞을 보고 두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시장경쟁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저마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작전을 짜고 그 작전을 펴나간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이러한 복잡한 시장 활동을 예측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보면 많은 투자가들이 예측을 잘 해서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예측을 잘못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대의 경제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기업경영에서는 경영이 당면해야 하는 리스크 즉 위험성이라고 규정하고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전문 부서를 두고 있는 것이 근래의 추세이다.
그런데 미국의 연방은행과 같은 방대한 조직이 서브프라임 융자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왜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미국의 유명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을 포장한 금융상품에 왜 대거 투자를 했었을까?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많은 자기비판과 분석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투자회사와 은행들은 앞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뼈아픈 경험을 통해서 미국 경제는 또 한번 크게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이런 대사건을 통해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이들은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경제가 위기에 닥칠 때마다 나오는 충고가 있다. 바로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경제활동이 원칙을 과도하게 벗어나 과열과 과잉이 경제를 기형적으로 변화시킨 예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과열은 짧은 기간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한번 경제에 과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제활동에 흥분이 뒤따르고 열병이 퍼져 나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공황에 당면하기 전에는 예외 없이 경기과열이 일어난 사실을 석학 갈브레이스는 열병이 퍼지는 현상에 비유한 바 있다.
젊은이들이 서브프라임 파동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경제활동에서 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원리이다. 서브프라임은 융자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만든 상품이었다. 주택가격이 앞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
경제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가정이 얼마나 원칙을 무시한 생각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당장의 이익과 요행에 눈이 어두워 원칙을 무시한 결과 얼마나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를 배워야 한다.
젊은이들이 자기 인생을 계획하면서 명심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단기적인 이익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보수에는 항상 함정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근래 많은 은행원들이 높은 보수를 찾아 전직을 일삼은 바 있다. 서브프라임 파동은 전직을 일삼은 은행원들의 앞날을 막아 버리고 있다. 월가와 금융기관에 퍼져있던 능력과 보수의 불균형도 서브프라임 파동이 급격하게 수정하고 있다.
원칙을 지키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두 교훈을 서브프라임 파동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한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가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두 원리는 주식이나 증권 투자 등 우리의 자산운영에도 꼭 지켜야 하는 원리이다..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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