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새벽 7시에 백악관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PRK)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과의 교역금지 법안을 해제하는 것을 연방의회에 상정해 의결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교역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니 58년 만에 해제되는 것이다. 45일 안에 의회를 통과하면 북한은 미국과 정상적인 교역관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왜 새벽 7시, 기자들 몇 명만 참석한 백악관 정원에서 이와 같은 중요한 안건을 발표했을까. 정부 출범 1년도 안되어 9.11 테러사태가 터졌을 때 부시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3개 ‘악의 축’으로 낙인을 찍고 정권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을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은 무모한 것이었다.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고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5년이 지난 오늘, 미군 전사자만 6,0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도 1만 여명이 넘었다. 전쟁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부풀어지고 미국 경제는 이라크 전쟁 때문에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부시정부는 8년 임기동안 실패한 정책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과 수교하고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부시는 노벨평화상 후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희망이 쉽게 이루어질 것인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시정부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의 파탄까지 초래했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공황은 불가피하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리고 부시대통령은 미국의 극단주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부터 제 43대 부시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실패한 대통령은 대부분 부시와 같이 극단 주의적 성격을 국가 정책에 반영한 것이 공통점이다. 포용의 정책이 부족하고 편파적인 정책을 세우고 밀고 나갔기 때문에 실패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빈곤층과 부유층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중산층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은 가난한 사람은 더 빈곤해지고 부자사람들은 더 부유해진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과 부로 양극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은 대부분 중도 실용주의 정책을 세우고 극소수 재벌의 이익보다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선택한 대통령들이다.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자유주의 정책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차츰 우향우로 중도실용주의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시정부에서 추진한 ‘신앙에 기반을 둔 사회사업 지원정책’은 국가 보조금으로 종교적 자선사업을 보조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보수주의적인 신앙에 기초한 사회사업 보조 정책을 폐기처분하기보다 수정 보완해서 좀 더 넓게 포용하는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복음주의 교회와 목회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부시정부의 정책을 바꾸어서 진보적인 목사와 다른 종교의 사회사업도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용주의 사회사업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의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도 편파적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도만 감싸고 돌 것이 아니라 천주교는 물론 불교 등 다른 종교도 포용하는 실용주의적 종교정책을 수용하지 않으면 지지도는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을 막론하고 대통령은 그 나라 국민의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때문에 극소수의 복음주의 기독교도만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부시대통령 같이 추락하고 그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대통령은 부시와는 매우 가깝게 지내고 닮아가려고 애쓰지만 편파적이고 배타적인 부시의 정치 스타일은 닮지 말아야 하겠다. 좀 더 포용적인 정책을 펼친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한국역사에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일평
정치학박사/커네티컷주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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