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으로 84세인 테드 스티븐스 알래스카 연방 상원의원은 공화당 의원으로서는 가장 오래 상원의원직을 40년간 지켜온 사람이다. 얼마 전 공화당 예선전에서는 쉽사리 후보가 되었지만 11월 본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그가 한 달 전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를 당해 그의 재판이 내달에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에서 무죄가 되면 몰라도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은 물론이다. 스티븐스 의원은 ‘베코’라는 유류 관련 알래스카 회사로부터 도합 25만 달러에 상당한 갖가지 선물과 용역을 제공받고도 매년 상원에 제출하는 재산 보고서에 그것들을 누락시켰다는 혐의로 7개 항목의 기소를 당한 상태다.
6년 임기의 6선을 거쳐 7선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테드 아저씨(스티븐스의 애칭)가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알래스카에 가져오는 연방 예산의 몫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의 유명한 정치학자였던 해롤드 라스웰은 정치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획득”하는 과정으로 설명했듯이 알래스카 주민들로 보면 연방 정부의 예산 책정에서 자기들의 주, 자기들의 동네로 돈이 오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상원 예산위원회의 중진인 스티븐스가 정치를 잘하는 사람으로 부각됨직하다.
그러나 ‘아무데로도 가지 않는 다리’(Bridge to nowhere) 라는 말이 설명하는 것처럼 인구가 몇 안 되는 섬에 다리를 놓는데 2억7,800만 달러의 연방 예산을 따낸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대민봉사일 것이다.
어제 존 매케인의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도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아무데도 가지 않는 다리’를 건설하는 연방 예산을 돌려주었다면서 다리가 필요하면 주 예산으로 하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스티븐스의 단층 별장을 기중기로 들어 올려 아래층을 신축하고 새 차고와 아래층, 이층을 둘러싼 덱을 건설하는데 베코 회사의 재료과 인력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혐의인데 베코의 사장이 이미 유죄를 자인하고 증인으로 나올 것 같은 마당에 스티븐스의 전망이 어두운 게 사실이다.
베코 회사가 파키스탄과 러시아 등지에서의 프로젝트를 따내는데 스티븐스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니까 반대급부(Quid pro quo)가 있는 뇌물수수로도 기소가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증거 입증에서 상원의원 재산 보고서에 ‘선물’ 받은 것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그리된 모양이다.
세금 보고서를 포함하여 우리가 정부에 제출하는 모든 서류에서 “상기 내용이 사실과 상위가 없음을 선서하며 만약 있다면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알면서 서명한다”라는 문구가 있음을 기억하여 정직하게 해야 한다는 타산지석을 스티븐스 사건에서 읽어야 한다.
페일린 주지사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 등장으로 금년 선거는 누가 되어도 역사적이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매케인이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양당 지지지자들은 자기들의 후보자들이 당선되어야 미국이 새롭게 나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양당에 장단점이 다 있어 중간치기 투표권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당이 승리하건 미국이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선거공약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국민들을, 특히 반대당 지지층을 실망시킬 것은 당연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핵무기 위협, 대도시의 범죄, 부익부·빈익빈, 고유가와 고물가로 인한 경제문제, 주택시장의 붕괴, 테러리즘과의 전쟁,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의 도전, 지구 온난화와 빈번한 자연재해, 불법 이민문제, 그 하나도 쉬운 해결방법이 없다. 인간 지도자들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는 것은 고금 역사가 보여준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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