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에 가면 ‘빨리 빨리’라는 말을 제일 먼저 배운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쁘고 급한 한국인의 삶과 의식구조를 잘 표현하는 단어가 ‘빨리 빨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떤 사회학자들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빨리 빨리 신드롬의 원인을 환경에서 찾습니다. 벼농사 북방 한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시기를 놓치면 일년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특수한 지리적 요인이 한국인을 급한 성격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빨리 빨리’의 긍정적인 결과로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터넷망과 최대의 셀폰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정신 덕분에 태고적부터 시작된 농경사회에서 단숨에 산업사회로 그리고 이젠 최고의 정보화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에 이러한 빨리 빨리가 부정적으로 작용, 많은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디지털 조급증’입니다. 이것은 디지털 기계의 발달로 개개인의 정보 처리량이 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결과 타인이나 자신을 위해 기다리는 것 자체가 힘들게 되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디지털 조급증이 교회의 사역과 신앙인의 믿음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교회는 어떤 사회 집단 못지않게 정보기술(IT)의 영향권 안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진보된 디지털 기술을 예배와 교육에 적용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을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지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교회 사역자들은 인터넷과 진보된 통신문화에 숙달되어 있는 반면 역기능인 디지털 조급증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목회자들은 선교와 교육, 예배와 같은 교회의 중요한 사역에 있어서 단시일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에 일의 초점을 맞추게 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지만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거나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믿음에 대해 잘 표현한 말이 있다면 ‘기다림’이란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기다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믿음이 생긴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각자에게 약속의 말씀이 주어졌지만 그 말씀이 오늘 내 삶의 현장에서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믿음과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기다림으로 믿음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의 광야생활은 그들을 인도하는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움직임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성령을 기다렸던 120명의 제자들을 통하여 오순절의 역사가 나타났고 신약교회가 탄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영성은 기독교의 본질이요 신앙인의 영적성숙을 재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급속히 발달하는 첨단의 정보기술과 사회적 패턴이 한국인이 가지는 빨리 빨리 정신에 가세하여 오늘날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기다림의 영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조급증은 신앙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모습이자 영적 도전입니다. 디모데후서 3장 4절에 보면 말세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이 조급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진보하는 정보통신을 교회 사역에 잘 활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혹시 이 문명의 이기들로 인한 디지털 조급증이 내 믿음의 성숙을 좀먹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분주한 손길을 멈추고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기다림의 영성을 배워가야 할 때입니다.
박혜성 <아주사퍼시픽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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