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제침체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를 제창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그의 경제정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가 선거 캠페인을 통하여 드러낸 경제정책 실마리를 더듬어 볼 수 있겠지만, 최근 그가 경제위기의 긴박성을 감안해 발표한 경제팀 면모를 살펴보면 오바마가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정책의 길을 짐작할 수 있겠다.
오바마 경제팀은 5명으로 구성, 임명되었다. 재무장관에 팀 가이스너, 국가경제자문위원장에 래리 서머스, 관리예산국장에 피터 오르작, 백악관 경제자문원장에 크리스티나 로머, 그리고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에 폴 볼커가 그들이다.
그들의 성향을 보면 크게 나누어 시장주의와 금융화폐주의를 선호하는 중도보수 성향과 복지주의와 재정주의를 제창하는 중도자유(진보) 성향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팀 가이스너와 폴 볼커와 래리 서머스가 중도보수 성향에 속하고, 크리스티나 로머와 피터 오르작이 중도자유 성향을 갖고 있다.
팀 가이스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으로 부시 행정부의 금융구제 정책을 조언하였지만 그 정책이 별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경험을 안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부의 최고보좌관으로서 래리 서머스 당시 재무장관과 함께 멕시코 페소 위기, 아시아 금융위기, 러시아 금융위기 을 해결한 경력을 갖고 있다. 폴 볼커는 카터 대통령당시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고도 인프레이션을 극복한 정책을 펼쳤다.
래리 서머스는 최고 엘리트 경제학자로서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완화, 예산적자의 비효율성 등을 제창하는 시장주의 선호가이지만 최근의 금융위기는 오히려 규제완화와 예산흑자 등으로부터 원인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머스는 오바마에게 현 경제위기의 해결책으로 재정진작과 금융규제 강화를 자문하기도 하였다.
피터 오르작은 현 의회 예산국장으로 현 사회보장제와 메디케어에 대하여 개혁을 주장하는 자유성향 경제전문가이며, 크리스티나 로머는 UC 버클리 교수로 세금과 1929 대공황 전문 자유성향 경제학 교수이다.
요약하면 오바마의 경제팀은 중도보수 성향과 중도자유 성향을 갖고 있지만 오바마가 취임하고 나서 절대다수의 민주당 의회와 손잡고 좀 더 중도자유 성향에 기우는 금융위기 타개 경제정책을 펼 것이 전망된다.
금융구제 정책의 한계성을 알고 있는 팀 가이스너와 폴 볼커, 자유시장주의자이지만 재정 진작과 금융규제 강화의 중요성과 효과성을 알고 있는 래리 서머스, 자유성향 경제전문 교수인 피터 오르작과 크리스티나 로머 등 새로 임명된 오마바 경제팀의 면모를 관찰해보면 오바마의 금융위기 극복 경제정책은 ‘재정 진작’과 ‘금융 규제 개혁’의 성향을 듬뿍 간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바마는 지난 주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하여 현 경제위기는 ‘세계적 위기’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지금의 경제는 “악순환에 빠져있다”라고 판단하고 큰 ‘충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침체된 시장의 사적 수요를 진작해야 하고 방만하고 위험이 큰 금융의 흐름을 순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재정진작 정책과 금융규제 개혁 정책이 요청된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이 점진적이고 소규모적으로는 지금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충격적이고 대규모적이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에 의하면 오바마의 재정진작 정책은 그 규모가 GDP의 3~5%에 해당하는 5,000억~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진작정책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대규모의 충격적인 재정진작과 금융규제 개혁 정책이 최근 연방준비은행이 새롭게 내 놓은 8,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정책과 함께 경제위기 타개의 방향을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 순
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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