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학 선생 시절 미국의 10대 신문들을 열거하는 가운데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볼티모어 선, 그리고 시카고 트리뷴이 손꼽히곤 했었다.

그 세 신문들을 포함한 여덟 개의 주요 신문들과 23개의 TV 방송국을 소유한 거대한 미디어 소유주인 트리뷴 회사가 얼마 전 챕터 11 파산신청을 해서 뉴스거리가 되었다.

델라웨어 주 소재 연방 파산법원에 계류 중인 트리뷴 사의 파산신청 내용에 의하면 회사 빚이 129억 달러인데 회사 자산이 76억 달러이니까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챕터 11 파산은 채무자가 계속 회사를 운영하면서 빚을 조정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트리뷴 사 최대 채권자는 JP 모건 체이스 은행으로 액수가 86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그 은행이 아마도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워낙은 트리뷴 사가 직원들 소유 회사였는데 불과 1년 전 시카고의 부동산 재벌 샘 젤이 그 회사를 매입하여 개인 기업으로 만들면서 기존의 5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은데 더해 82억 달러의 새 융자를 받았기에 금년 초부터 더욱 악화되기 시작한 경제위기와 맞물려 굴지의 신문으로서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파산 구조조정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 모양이다.

예를 들면 트리뷴 사가 젤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직전이었던 2007년 3/4분기에는 회사가 8,400만달러의 이익을 보았지만 신문 부수와 광고 수입의 현저한 감소 때문만이 아니고 빌린 돈의 이자 지불 때문에 금년의 같은 기간에는 무려 1억2,4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2009년 말까지 점점 심화될 것이라는 불경기 때문에 회사들만이 아니라 개인들의 파산사건도 자꾸 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실업률도 내년 12월까지는 10%에 달할 것이며 경제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2009년에는 챕터 7 파산수가 120만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헛소리 같지가 않다.

2006년 6월부터 2007년 6월까지의 챕터 7 신청건수가 72만7,167건이었는데 2007~2008년의 동기간에는 93만4,009명이 파산신청을 했기 때문에 무려 28%가 증가된 숫자이다.

2005년 10월에 발효된 ‘파산 남용 방지 및 소비자 보호법’은 은행과 크레딧 카드 회사들의 로비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도되었었다.

그 전에는 채무자가 크레딧 카드빚을 비교적 손쉽게 탕감 받아 소위 새 출발을 하기가 쉬었던데 비해 새 법에서는 파산신청자의 연 수입이 주의 중간수입 선을 넘는 경우 복잡한 계산방법을 거쳐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챕터 7이 아니라 챕터 13 파산 절차를 통해 5년 동안 빚을 갚게 하는 등 채권자들에게 유리하다는 평이다.

또 파산을 하기 전에 파산법원이 인정하는 단체로부터 상담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파산사건 수임료만 배 이상으로 늘려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에는 파산신청 건수가 현격히 줄었지만 주택시장의 급전직하, 신용경색, 그리고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불황 때문에 2007년부터 다시 파산건수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파산신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모든 서류 작성에 있어 정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방 정부에 제출하는 모든 서류가 그러하듯이 후환이 있게 된다. 파산신청서에 거짓을 기재하면 파산이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위증죄로 감옥에 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 파산을 하는 경우 신용불량자로 간주되어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빚 정리를 모색해보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그러나 가진 자산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아 도저히 헤어날 길이 없다면 파산법의 보호를 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사숙고 후 그 길밖에 없다면 재산, 부채, 수입, 지출 등 가정경제 전반에 대한 자료 수집을 철저히 해
서 준비를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