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문화 이해하고 이중언어 구사하는
귀화시민 ‘뉴 아메리칸’ 적극 활용해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반성하고 미국이 지구촌 만인의 친구로 거듭나기를 소망했다.
해법은 뭘까? 오바마 대통령의 ‘핏줄 조국’ 케냐 출신 언론인으로 소수계 언론연합 뉴 아메리카 미디어(New America Media)의 커뮤니케이션담당인 에드윈 오콩고 디렉터는 최근 NAM에 기고한 논평을 통해 신미국인(뉴 아메리칸), 즉 귀화한 시민권자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과 상대국의 문화를 두루 이해하고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을 각급 외교일선에 배치해 편견과 몰이해를 씻어내는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오콩고 디렉터의 논평을 일부 줄여 싣는다. <편집자 주>
버락 오바마의 역사적 백악관 입성을 가능케 한 것 가운데 하나는 신종 유권자들, 즉 외국태생 미 시민권자들을 일깨운 능력이었다. 오바마가 출마하기 이전까지 족히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신미국인 대다수는 토박이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다니거나 비즈니스를 하면서 미국건설에 일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정치와 거리를 뒀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2008년 센서스 보고서에 따르면, 매 선거에서 토박이 미국인들의 유권자 등록율과 투표참가율은 귀화 미국인들보다 높았다. 2006년 선거에서 유권자등록율은 귀화 미국인 54%, 토박이 미국인 69%였고, 투표참가율은 토박이 미국인 49%, 귀화 미국인 37%였다.
케냐 출신 이민자로서 나는, 오바마 이전까지 나 같은 아프리카 출신 ‘뉴 아메리칸’들이 대체로 미국에서 그 어떤 변화를 이끌 필요도 능력도 없다고 지레 생각했다고 본다. 이들은 가족이 있는 아프리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졌다.
오바마의 출마는 귀화 미국인들에게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신과 조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예를 들어 경제하강은 신미국인들 또한 일자를 잃을 위험이 있고 따라서 조국에 두고온 가족들에게 보낼 송금액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민자의 아들이 백악관 주인으로 선출된다는 것과 맞물려 오바마의 메시지는 미 전역에 울려퍼지게 됐고 그 이전에는 결코 투표하지 않았던 외국태생 시민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신미국인들이 어정쩡한 태도로 주저앉지 않고 미국 재건설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 계기를 가졌다. 대통령으로서 본격업무 첫날인 1월21일, 그는 행정부 관료들에게 보통사람들, 과학자들, 시민사회 리더들, 교육자들, 기업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묶어내는 참신한 방법을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노력에 외국태생 시민권자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묶어내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는 고학력 전문직들이다.
외국태생 시민권자들이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분야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약속했던 바와 같이 미국이 평화롭고 기품있는 미래를 추구하는 모든 나라 모든 남녀노소의 친구로 부활하는 일에서다. 지난 반세기동안 미국이 저지른 과오들 중 상당수는 미국이 외국에 특사나 외교관을 파견하면서 해당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을 지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 외교관들은 상호존중에 바탕해 관계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종종 편견에 의존했고 미국의 이익을 애오라지 강요하거나 압박하려고 했다.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 따랐고, 미국이 CIA를 통해 지휘하는 잦은 쿠데타로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경우, 잘못된 정보를 가진 해외 미국관리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축출하고 독재자로 대체하는 데 일조함으로써 ‘미국의 적’들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1953년, CIA는 이란의 모하메드 모사데즈 총리를 축출하고 샤를 들어앉힘으로써 샤가 25년간 이란을 철권통치하게 만들었다. 이 쿠데타가 바로 현재의 미-이란 갈등의 뿌리다. 심지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같은 전제적 지도자들을 축출하는 쿠데타에서도 미국은 미국이 해방시킨 인민의 적이 됐다. 이는 미국이 독재자와 그 압제에 시달린 인민들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지금, 미국은 이를 시정할 기회를 갖게 됐다. 미국은 미국이 세계문제의 유일해결자라는 잘못된 신념에 기초한 지난 반세기의 공격적 정책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자치능력이 있고 그들 가운데도 참으로 현명한 사람들 과학자들, 시민사회 리더들, 교육자들, 기업가들이 있어 보다 평화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미국이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바로 ‘신미국인들’ 가운데 그런 인텔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미국의 각급 외교관에 채용한다면미국이 모든 나라를 친구로 만드는 일에 실로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외국태생 시민권자들은 종종 태어난 조국과 미국에서 공히 수십년씩 보낸다. 양국문화를 이해하고 양국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미국과 그 나라 관계들을 공고히 하는 데 있어 비길 데 없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이용해 이들이 미국인과 상대국 사람들을 설득함으로써 (내 견해로는 많은 갈등의 원천이랄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잘못된 신화들을 없앨 수 있다.
미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불평하는 외국인들 또한 미국인들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세계 각지 많은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모두 엄청난 부자라거나 미국의 해외수탈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미국인’들은 이런 신화를 교정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통해서 미국은 세계를 안전 평등 인권존중으로 인도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그 과정에 신미국인을 포함시키지 못한다면, 그의 노력들은 십중팔구 공염불이 될 것이고, 귀한 이 기회는 좀체 오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뉴 아메리카 미디어(www.newamerica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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