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불고, 술에 절어 한탄하고….
예기치 않은 해고는 보통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헤집는다. 그러나 눈물이 한탄이 해뜰날을 기약하지는 않는다. 그럴수록 도리어 그 삶이 황폐해진다. 위기 속에 기회 있다. 위로성 구두선이 아니다. 비좁은 현실세계의 악재에 걸려 한숨짓는 대신 광활한 온라인세계와의 소통능력을 활용해 새 보람을 찾는 이들도 있다. 소수계 언론연합 뉴 아메리카미디어(New America Media/NAM)의 루파 뎁 기자가 최근 보도한 샌프란시스코 20대 Y세대들의 진취적 해고충격 극복기(원제: Gen Y’s Jobless Aren’t Crying in Their Martinis, They’re Networking Online)를 옮겨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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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20대 Y세대 2명
’진취적 열정+인터넷 기술’ 접목
해고자 위한 사이트로 해고충격 거뜬 극복중
크리스 허친스(24)는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왔다. 당시 그는 매니지먼트/비즈니스 전략을 다루는 컨설턴트였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터잡은지 한달만에 그는 해고됐다. 그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뒤집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무려 6만5,000명이 해고를 당한 지지난 주 ‘피의 월요일’ 몇시간 뒤, 허친스는 해고자캠프(LaidOffCamp/LOC)를 열었다. 자발적으로 모여 토론하는, 일종의 무정형 항해와 같은 이 캠프는 실직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긍정적 공간을 창조하고픈 허친스의 열의에서 비롯됐다. 나는 해고에 얽힌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그게 비극이 아니라 차라리 뭔가 더 나은 것이나자신이 진실로 열정을 가진 뭔가를 찾는 기회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끔 말이에요.
허친스는 일자리를 잃고 인터넷에 파묻혀 지내는 수많은 Y세대 중 한명이다. 이 젊은 실직자들, Y세대는 영민하고 야심만만하다.
테크놀러지에도 밝다. 하지만 실업자수당이나 받자고 다달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에는 영 마뜩해하지 않는다.
LOC는 참가자들의 상호 정보교환 모임을 주선하는 성공적 온라인조직 ‘바캠프(BarCamp)’를 본보기로 삼았다.
해고자캠프에서 누군가 정보를 발표하고 싶으면 해당주제를 칠판에 쓴다. 그러면 참가자들이 발표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허친스는 새 일자리를 찾든, 사업을 시작하든, 프리랜스 일감을 찾든, 독립컨설턴트가 되든, 이 커뮤니티 멤버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로 조타수가 돼주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말한다.
LOC는 개설 몇시간만에, 심지어 이벤트 날짜와 시간이 발표되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사교적 네트워킹사이트들 때문이다. LOC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위키(Wiki) 페이지 등등 유력사이트의 인기검색어가 됐다.
몇몇 트위터 접속자들은 LOC를 오늘의 와글와글 단어로 선정했고, 페이스북에서는 오는 3월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LOC 미팅에 100명 이상 모일 것이라고 했다. LOC가 개설된 지지난 주 화요일부터 허친스는 지역별 LOC 이벤트를 시작하려는 젊은이들로부터 수백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중 한명, 뉴욕의 아맨다 리 앤더슨(27)은 페이스북에서 LOC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프리랜스 카피 에디터인 앤더슨 자신은 실직자가 아니지만,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해고됐고 지금 그야말로 벌레씹은 기분들이라고 말했다.
앤더슨이 LOC에 혹한 것은 거기서 인터넷의 생산적 활용을 보았기 때문이고, 특히 그것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악재를 호재로 만들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앤더슨은 허친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허친스는 앤더슨에게 LOC 이벤트 기획을 돕고자 하는 뉴요커 2명을 연결해줬다. 이삼일만에 뉴욕 LOC가 개설됐다. 이후 샌디에고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포트콜린스 시애틀 시카고 등지에서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온라인에서 알게된 이들과 만나 함께 뭘 꾸려나가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앤더슨은 나는 블로거라 블로거 커뮤니티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익숙해요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타냐 카더(29)는 해고된 프로듀서다. 그녀 역시 늘어난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주목했다. 그녀는 전 직장동료 잔 헤니언과 함께 ‘실업세계(Unemploymentality)’라는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카더는 경제 때문에 요즘 언론에 죽네사네 우울뉴스가 하도 많아 우리는 이 블로그를 좀 홀가분하게 꾸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블로그는 하루 접속횟수가 약 1,000건에 이르는데 젊고 의식있는 실업자를 위한 ‘생존 가이드’로 진화했다. 헤니언의 침체기 데이트 가이드나 해고된 나 - 5가지 반응과 당신의 반론과 같이 익살스런 글도 있는데, 이것들은 일자리를 잃은 독자들에게 고개숙인 사람이 되지 않은 채 곤경을 헤쳐나가는 길에 대해 조언한다. 해고에 대해 계집애처럼 지껄이는 남정네들라는 글에서 카더는 실업이 여자보다 남자의 자의식에 더 생채기를 낸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한방 먹이는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해고사태를 잘 갈무리하는 이유는 무시당하는 데 더 이골이 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블로그를 연 주요 동기는 글쓰기를 재개하자는 것이었어요. 또 해고된 기간동안 내가 한 일을 미래의 잠재적 고용주들에게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싶기도 했고요.
좋은 일이 곧 돈이 되는 건 아니다. 허친스는 저축을 까먹으면서 알량한 컨설팅 수입으로 살아간다. 그는 LOC로 돈을 벌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카더는 몇가지 파트타임 프리랜스 일을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가 언젠가는 돈벌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허친스나 카더와 같은 Y세대들은 개척적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에서 나름의 명성과 재능을 쌓아가고 있다. 젊은층이 구글 조회횟수, 페이스북 친구숫자 등등 ‘온라인상 존재감’에 따라 서로를 평가하는 시대에, 허친스와 카더는 경쟁적 취업전선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출처: 뉴 아메리카 미디어(www.newamerica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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