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이란 단어는 하버드대학교 아동 심리학과 교수 댄 킨들러가 ‘새로운 여자의 탄생: 알파걸’이란 저서에서 남녀가 평등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라 학업이나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 아이들보다 우세한 소녀들을 일컫는 말로 처음 쓰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면의 성장을 소홀히 하고 사회적 성취도만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부작용이 따른다. 본인과 사회에 막대한 혼돈을 초래하여 ‘알파걸 콤플렉스’ 혹은 ‘알파걸 신드롬’이라 할 만한 심각한 증세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학력위조로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신모씨가 보인 것과 같은 ‘연극성 성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 혹은 남에게 칭찬을 강요하는 자기애성(나르시시즘) 성격장애, 현 시점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며 4차원의 세계에서 사는 ‘파랑새 증후군’ 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알파걸이 사회적 성공의 잣대에 따른 최종 목표일 때 생길 수 있는 심리상태들이다.
자기 딸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하여 싫어할 부모가 있겠는가. 하지만 부모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우리의 딸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행복은 이웃과 더불어서 인지 알게 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나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오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 많은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에 대해서도 알고 대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해도 그것을 인정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실패는 있는 것이고 그것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실패를 계기로 부족한 것을 보완하든지 아니면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갈 수 있게 지도해 주는 역할을 부모나 스승이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부모가 설계한 인생을 살아보려고 온갖 힘을 쓰다가 위에 언급한 성격장애를 겪는 학생들을 목격한 바 있다.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이런 원리들을 알지만 매 순간 적용하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고백한다. 그러나 감성과 지성의 성장이 균형을 이룰 때 가정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조금 돌아서 갈 수도 있고 느리게 갈 수도 있다. 그럴 때 초조한 모습이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돌아서 가게 되면 숏 컷으로 가로 질러갈 때보다 더 많은 걸 보게 되고 천천히 갈 때 빨리 서두를 때 보다 여유 있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면 어떨까. 금방 무엇을 이루지 못한다고 우리의 귀한 딸들을 채찍질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실제로 딸과 대화하면서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낳은 아이인데 나하고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꽤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일단 화를 누르고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나면 “어이쿠, 큰일 날 뻔 했네” 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매일 “오늘은 얼마나 많이 했니”를 물어볼 것이 아니라 “할 만 하니” 혹은 “하는 게 재미있니 ”라고 물어 보자. 아이들이 꾀를 부리거나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지 않을 때는 “그것보다 조금 더 할 수 있었어. 맞지”라거나 “왜 그래. 싫증났니”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얘기를 푼다.
아이들도 인간이기에 휴식이란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니,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분위기 전환과 포상도 후하게 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나는 부모로부터 아주 많은 칭찬을 듣고 자랐는데 그 때는 내가 정말이지 모든 걸 잘 하는 우수한 아이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니 교육자였던 어머니의 교육방침이었다.
우리의 딸들이 각자 성격과 취향이 다른 인간이라는 걸 기억하자.
전희영
성악가·법정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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