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한 TV 광고 중 올스테이트 보험사의 광고 내용이 흥미롭다. 광고 중 흥미를 끄는 도입 부분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올스테이트 보험회사는 대공황의 시발점인 1929년 1년 뒤인 1930년에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적 고통이 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는 대공황 속에서 한 가지 미국인들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조그만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라는 내용이다.
거품이 쓸고 지나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오고 있을까. 가장 많은 변화는 불안과 허탈로 느껴진다. 과거의 재산을 아쉬워하고 없어진 재산으로 인해 앞으로 살 날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렇게 경제적 어려움이 내 삶의 허탈로 연결되는 이유는 삶의 기준이 그만큼 물질적 부에 편중해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적 소유를 내 삶으로 동일시했다는 뜻인데 이러한 모습은 거품시대의 전형적 모습이다.
만나면 돈을 버는 얘기요, 내 삶의 평가는 재산의 규모로 결정되었다. 눈만 뜨면 쏟아지는 물질적 삶에 대한 뉴스와 대화는 결국 모든 사람을 전염시켰다. 어느덧 인간의 삶이 물질적 소유에 의존케 되고 이 소유 중심의 삶은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킴으로써 다른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왜소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미 내 삶에 대한 판단기준의 전부가 돼버린 물질이 어느 날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면서 나타났다. 그것만이 내 삶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졌으니 내 삶이 없어진 것이다.
전적인 삶의 파괴요 그에 따른 허탈이다. 이 심리가 깊어지면 바로 공황이 되고 여기에 사로잡히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울증까지도 일어난다. 비록 재산이 심하게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큰 재산을 가진 세계적 부호가 자살할 수 있는 이유다.
올스테이트의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재산 불리기에 집착하던 삶을 포기하고 나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은데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 광고를 보면 조그만 것의 의미가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가족이 모여 집 주차장에 농구를 하는 장면이다. 어느 주말 오후 전 가족이 모여 운동을 하면서 땀 흘리는 시간은 조그마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300년 남짓한 자본주의가 가져온 것은 물질적 풍요였다. 그래서 자본주의하면 물질주의를 연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중 세계를 이끌어간 유럽이나 미국 등의 중심 국가들은 정신적 가치관이 대부분 지켜졌다. 문화가 지켜졌고 창의력이 존중되었으며 인간에 대한 사랑이 실천되어 왔다. 자본주의가 물질주의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가치관은 바로 물질주의에서 조그맣게 생각해 무시해온 조그만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 왔다. 물질은 이러한 가치관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물질적 부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끔씩 물질주의에 집착한 가장 낮은 수준의 자본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적 병에 걸리곤 했다. 거품의 세월이다. 그러다 그 거품이 꺼지면 사회는 진통을 겪는다. 재산이 사라진 허탈감이 엄습한다.
거품이 꺼졌다. 너무나 고통이 심하다. 앞으로 당분간 더 심할 것이다. 물질적 공황과 함께 심리적 공황이 더 힘들게 한다. 이 고통을 가장 잘 극복하는 길은 어떻게든 빨리 잃어버린 물질을 되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물질에 집착하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는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조그만 것들이다.
열심히 일하는 삶은 보람 있다. 조금씩 노력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생활은 그날 하루하루가 즐겁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제 거품의 혼란 속에 무작정 쫓아다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노동과 나눔의 기쁨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길이 또 경제를 빨리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고은 선생의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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