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따라 교통경찰에 이민단속 권한도
인종차별성 짙은 자의적 단속횡포도 많아


우리는 누군가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We can make a person disappear.) 2008년 경찰재단(PF) 컨퍼런스에서 이민세관국(ICE)의 한 고위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턱이 떨어질 정도로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이민자들을 국외로 추방시킬 수 있다. ICE를 대표한 그 관리는 이민법(Civil Immigration Law)에 따른 ICE의 특별권한들을 언급했다. 일반시민을 뜻하는 Civil이란 단어는 범죄를 뜻하는 Criminal이란 단어보다 짐짓 덜 심각하게 들린다. 그러나 실은 형법(Criminal Law)에 비해 이민법에는 범죄구성 요건에 관계없이 이민자체포가
가능하고 체포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재판에 회부될 수 있는 등 헌법적 인권보호조항이 덜 들어있다.

소위 287(g) 프로그램을 통해 ICE는 이민법과 형법을 멋대로 섞어쓰고 있다. 287(g)는 1996년에 통과된 간단한 법률인데, 공무원이면 누구라도 이민법에 규정된 권한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걸 쓰느냐 마느냐는 공무원의 재량이다. 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지방정부를 관리감독한다.

2005년, ICE는 하다못해 교통경찰에서 교도소간수에 이르기까지 법집행 관련 공무원들을 ICE 리스트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비판자들은 경찰을 국외추방 패트롤처럼 만드는 것은 인종차별적 행위들을 유발할 것이며 이민자들은 설사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911 신고조차 꺼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CE는 287(g)를 긴급 공공안전 프로그램이라고 정당화했다.

ICE는 국토안보부의 최대 수사전담 부서다. 287(g)에 의해 해당공무원들은 폭력범죄, 인신매매, 갱/조직범죄, 성범죄, 마약밀매, 돈세탁 등에 관련된 수사권을 갖게 됐다. ICE는 287(g) 프로그램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무작위 거리작전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그것은 체포될 정도가 아닌 한 무면허운전 같은 교통법규 위반사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파초월 법정의연구소인 정의전략(JS)이 287(g) 프로그램 시행현황을 조사한 결과, ICE가 범죄다발지역을 겨냥하지 않았음이 발견됐다. 2008년 여름까지 ICE 업무를 대행한 63개 주단위 및 예하 지자체 관할지역 가운데 61%는 전국평균보다 낮은 범죄율을 보였다. 반면 87%는 전국평균보다 높은 라티노인구 증가를 나타냈다.

287(g)이라는 공공안전 프로그램은 결국 범죄보다 인종에 보다 밀접한 관계를 가진 셈이다.

287(g)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의 실패한 이민업무를 지방정부에 분담시키는 것이다. 이 업무를 수행한 경찰에게 수당을 얹혀주는 것도 아니고, 체포자 구치비용 또한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버지니아주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는 287(g) 시행 첫해에 지방세를 당초 예상보다 500만달러 더 썼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 카운티는 부동산세를 올리고 경찰관 및 소방관 예산을 삭감해야 했다.

뉴저지주 모리스 카운티의 한 공화당원 셰리프는 이 프로그램 때문에 130만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ICE가 카운티에 (인건비나 장비사용료 등) 그 어떤 비용도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방공무원들은 287(g) 프로그램 대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민자들을 시기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남다른 정치적 동기를 가진 공무원들이 287(g)를 매개로 연방정부와 짝짓기하는 것 말고는 이 프로그램이 공공안전을 도모하는 것도, 수입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ICE의 짝짓기 파트너 선택은 기묘하다. 미주리주 하이웨이 패트롤은 교통질서 확립이 주요임무인데도 ICE로부터 이민단속권한을 위임받았다. 오하이오주 버틀러 카운티의 셰리프가 반이민 캠페인을 벌인 뒤 ICE는 그에게 이민법위반자 체포권을 안겨줬다.

가장 유명한 287(g) 파트너는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의 조 알파이오 셰리프다. 이 카운티 셰리프국이 과실치사 및 권력남용 소송에서 4,30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은 뒤 ICE는 알파이오 셰리프와 매우 광범하고 파워있는 이민단속 업무대행 계약을 맺었다. 그는 대낮에 싹쓸이식 거리단속을 하고 인종차별적 단속활동으로 전국적 비판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그럴만한 사유로 차량을 정차시킬 때, 다른 승객들도 연행할 수 있는 것을 287(g)의 부가가치라고 말했다. 지난주 그는 287(g) 체포자들을 이른바 ‘텐트 시티’까지 도보행진을 시켰다. 그곳은 타오르는 사막의 태양 아래 엉망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287(g) 관련 제반 단속활동을 관리감독하는 ICE는 또 그가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알파이오 셰리프는 원맨쇼가 아니다. 애리조나주에서 287(g)는 이민자 닦달을 위한 또다른 조치들을 낳고 있다. 즉, 주의회는 종전의 조직범죄 전담반을 조직범죄 및 이민단속 전담반이라고 개명했고, 애리조니주 각지의 이민단속반 활동에 예산을 배당했다.

애리조나주는 이민법과 형법을 혼용해 사법정의 시스템을 유린해왔다. 이민자들에게는 거의 모든 범죄에 대해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 애리조나주법 때문에 재판에서 중립적 중재자여야 할 사법부는 이민법 위반사건 수사관처럼 변질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제정된 애리조나주의 인신매매방지법은 검찰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공모자로 기소하게 하는 등 심히 곡해됐다. 이 때문에 업무는 가중되고 법원과 감옥은 공공안전에 전혀 위험하지 않은 이민자들로 넘쳐나게 됐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 때, 우리는 이런 눈가림식 공공안전 프로그램이 지속되게 해서는 안된다. 의회는 2006년 287(g) 프로그램에 1차적으로 500만달러를 배당키로 했고, 2008년 회계연도에도 그 수준의 예산지원을 계속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ICE는 2008년까지 최소한 5,000만달러 이상 예산을 과다집행했다. 287(g)는 현재 주정부와 예하 지방정부의 법집행 당국에게 있어 가장 커다란 국토안보 프로그램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87(g) 프로그램을 끝장내야 한다. 287(g)는 실패할 운명이었고 실제로 실패했다. 그것은 이민법과 형법이 양립할 수 있다는 그릇된 전제위에 제정됐다. 그러나 만일 또다른 연방정부기구인 IRS가 경찰에게 모든 운전자들의 납세의무 이행여부를 조사하고 불완전한 1040 작성자에 대한 체포권을 위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라. 미국인들은 공공안전재원이 그렇게 허비되는 것에 분개할 것이다. 287(g) 프로그램이 있는 한,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체류신분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는 유치장에 억류될 수 있다. 연방회계감독원(GAO)은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287(g)는 ICE 개혁 프로젝트를 위한 중대자료다.

<출처 : 뉴 아메리카 미디어(www.newamericam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