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가슴속에 살아숨쉬는 김수환 추기경
자신의 시대와 직분에 최선 다해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여성주필을 역임했던 칼럼니스트 장명수 본보 고문이 북가주를 방문했다. 오는 7일 북가주 한인문화센터에서 개최되는 강연회를 앞두고 있는 장명수 고문은 북가주지역의 문학인들은 물론 동포들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의 리더십에 대해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장명수 고문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았다.
-북가주를 방문하게 된 계기는?
이화여고 북미주지역 총회가 뉴욕에서 3월18일 날 개최된다. 이화여고 총동창회장의 자격으로 뉴욕으로 가는 길에 절친한 관계이자 1년 선배인 장선영 요리연구가를 만나기 위해 들른 것이다.
-강연회가 계획되어 있던데?
오랜만에 일에서 벗어나 쉬려고 했더니 그것도 잘 되지 않은가 보다. 북가주지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어떻게 알려지는 바람에 한민족 여성네트워크와 펜클럽 쪽에서 강연을 부탁해서 이뤄진 것이다. 한인동포들과 만나 좋은 얘기 나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듯싶다.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얼마 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신 이후 쓴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지도자가 돌아갔으나 이렇게 많은 애도인파가 몰리는 것은 처음 봤다. 영하10도의 날씨 속에서도 3-4시간씩 기다리다 겨우 들어가서 짧은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나와야 함에도 힘든 모습은커녕 추기경을 만나고 나온 사람들의 미간에는 하나같이 기쁨이 내비쳐졌으니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왜 이럴까에 대해 생각해봤다. 김수환 추기경의 어떤 점이, 어떤 리더십이 그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었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어떤 특별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 추기경께서는 자신이 사는 시대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자신이 맡고 있는 사제라는 직분에서 또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군사독재시대에 추기경처럼 할 말을 하는 분이 있었기에 우리가 어두운 시대에서도 의지하며 살아올 수 있었다.
교회는 세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세상을 위해서 그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암울한 시절 등불을 들고 앞장섰던 추기경은 이 같은 말씀을 현실에서 실천해 보여줌으로써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국가적인 지도자가 되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존재는 민주화를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으며 희망의 불빛이 되기도 했었다. 그것이 바로 김 추기경이 갖고 있던 특별한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지난 1984년 5월에 나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와 얘기를 나눈 것도 결국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김 추기경을 존경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사제로서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톨릭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도 힘든 점이 많았다. 현실참여에 대해 가톨릭 내에서도 찬반론이 무척 심했기 때문이다. 종교가 정치문제에 나서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톨릭 안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소외시키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들을 잘 견뎌내면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의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 추기경의 장례기간 중에 빈소를 찾은 정치인들이 많았는데 TV를 보는 사람들은 그들과 김 추기경이 왜 다른가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언론인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취재차 북한을 두번 방문한 적이 있다. 북한의 실상에 대해 TV로는 많이 봤으나 막상 부딪혀서 봤을 때, 특히 김정일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관찰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또한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통일될 때 그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남북 간의 문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취재현장에서 남북통일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만 통일이 되려고 하면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시대에 이뤄질 것 같은 엄청난 사건 중 하나가 남북 간의 통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광희 기자>k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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