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워싱턴 지역의 많은 한글학교들도 개강했다. 이들 한글학교들은 그동안 이곳 이민 사회에서 2세 자녀들의 한글 교육과 한국의 역사, 문화 등의 교육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 미국인들의 한국어, 한글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커지면서 주미 대사관의 지원으로 일부 한글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성인반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메릴랜드 대학에서도 한인 2세 대학생을 비롯하여 많은 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 과목을 수강하고 한국 방문 수업 등에 참여하는 등, 모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이 한글과 한국에 대한 관심과 공부로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는 전에 이 칼럼을 통하여 우리 2세 자녀들에게 한글 교육을 꼭 시켜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로서 한글 교육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준다는 것, 자녀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부모들 자신에게도 중요하다는 것, 자녀들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하여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가족 간의 화목에 이바지한다는 것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고급 상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바야흐로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함으로써 많은 나라에서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즈음에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 지역에서 아직도 한인 자녀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가정이 매우 많다는 것은 놀랍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이라든가 토요일의 다른 과외활동, 부모의 직장일 등 각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많이 있겠으나 교육열이라면 세계 1등인 우리 한국인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한글과 한국 문화 교육에는 인식이 부족하거나 무관심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자녀들의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기러기 가족이라고 불리면서도 멀리 미국 땅에 와서 자녀 교육의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말이야 집에서 대충 대충 알아들으면 되었지 등록금까지 내가면서 바쁜데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사람은 배울 때가 있는 것이고 무언가를 배울 때는 제대로 배워야 그 효과도 크고 나중에 발전도 기대할 수가 있다. 실제로 한글 교육은 말하고 듣기도 중요하지만 문법에 맞게 쓰는 것과 읽는 것, 그리고 이에 관계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가정에서 한국인 부모가 체계적으로 자녀들에게 그러한 한글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성은 거의 제로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부모의 한국어를 대충 알아듣는다고 자녀들이 한국어, 한글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대충 대충 영어로 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된다고 해서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하겠다.
제대로 된 한국어, 한글 교육은 한글학교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한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으며 결국 그들은 한글과 한국 문화, 역사에 관한한 문맹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자녀를 모국어의 문맹자로 만들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요즈음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가 어렵지만 자녀들에 대한 모국어 교육은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때를 놓치지 말고 부모님들이 시켜야 한다. 한 학기 등록금이 대개 200달러 안팎인데 이는 다른 곳에서 조금만 절약하면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 못살던 시절에 먹을 것이 모자라도 자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에 보냈던 옛날 부모님들의 교육열이 다시 워싱턴에서도 크게 부활하기를 바라며 부모님들은 이번 주부터라도 꼭 자녀들을 가까운 한글학교에 데리고 가서 등록시키시기 바란다.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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