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 붕괴로 몰아닥친 경제 한파는 오늘날 그야말로 전 인류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실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있건 없건 모두들 어쩐지 불안하고 초초한 마음에 생기를 잃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또 무슨 안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은근히 떠올린다.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개개인들에게는 최근 한국의 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던 “죽지 말고 살아만 있어!”라는 대사가 유독 실감 있게 들린다. 집값이 떨어지고 주식 가치가 휴지조각이 되고, 직장을 잃고 사업이 도산을 한다 해도 어두운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견뎌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이럴 때 우리가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은 그저 건강, 특히 심리적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근래 인터넷을 통해 돌고 도는 비디오 중에 뇌졸중을 이기고 8년만에 정상을 되찾은 두뇌 전문가 질 볼테 테일러 박사의 강연이 단연 압권이다. 하버드 의대 연구원으로 승승장구 하던 37세의 테일러 박사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왼쪽 뇌에 마비가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후 모든 이성적 생각과 몸놀림을 잃게 되어 무려 네 시간이 걸려서야 간신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 수 있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그녀가 모든 기능을 완전히 회복 하는 데에는 8년의 세월이 걸렸다.
온갖 정보를 분석하고 조합하며 언어를 생성하는 왼쪽 뇌가 마비되어 가자 그녀가 느낀 것은 공포와 절망이 아니라 잔잔한 내면적 평온과 충만감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자아로 생각하는 테두리를 벗어나자 우주와의 교감이 그대로 전달되었고 단절감을 벗어나 편안하고 즐겁고 영원한 느낌 속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기가 말을 배우듯 처음부터 다시 언어를 익혀가며 서서히 온전한 학자의 모습을 되찾게 되자 그녀는 한편으로 오른쪽 뇌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이 컸다 한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만 있으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뇌졸중에 걸리지 않고서도 오른쪽 뇌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는 강연을 하러 다닌다.
어린 아이들은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적절히 잘 활용하여 활기찬 삶을 사는데,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왼쪽 뇌의 사용만을 강조 받게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왼쪽 85% 오른쪽 15%의 비율로 뇌를 사용한다고 한다. 즉 우리는 거의 왼쪽 뇌에 의존하여 고단하고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녀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것과 왼쪽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을 늘려가라는 것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화나고 슬프고 두려운 감정들은 실제 90초 안에 유발되고 지나간다고 한다. 그러면 끝인데 우리는 자꾸 그것을 되새기고 붙잡아 두는 선택을 하여 의식적으로 괴로운 시간을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인간 몸은 여러 트릴리온(조)의 세포로 이루어진 회로이며 순간순간 생각의 조각들이 수도 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이기에 미세한 회로의 한 부분을 지워지게 버려두는 일은 자연스런 것인데 억지를 쓴다는 것이다.
사람은 한 번에 한 생각밖에 집중할 수 없으므로 무엇에 집중하는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고로 이미 지나간 일들과 앞으로 벌어지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지금 바로 이 순간 무엇이 눈에 보이고 어떤 소리가 들리며 무슨 냄새가 나는지에 신경을 집중해 보라고 한다.
인간의 삶에는 끝이 있고 결국엔 사람들의 뇌리에 어떻게 남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부정적 생각을 끊어버리는 대신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신경을 쏟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잠자리에 누우면 “이 순간 나의 생명에 감사합니다”라는 테일러 박사처럼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삶의 질은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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