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엉망진창이 된 미국경제 소식을 매일 접하면서도 올해 5월15일 USC를 졸업하는 딸 제시카한테 “졸업하면 뭘 할 꺼니?” “너는 학교에서 하는 잡 페어(Job Fair)도 안가니?” 하면서 한국 엄마식으로 잔소리를 했다. 딸아이는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잡 페어가 열린다고 하면서 부랴부랴 이력서 준비하고 정장을 챙겨입은 후 학교 수업까지 빠지며 갔지만 그날 마침 비가 와서 개최장소를 이리저리 옮겨다닌 데다 회사들도 많이 나와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비즈니스와 공대 졸업생을 찾는 회사는 몇 개라도 있었지만 ‘영어’와 ‘동서문화와 언어’를 전공한 제시카는 고생만 실컷하고 큰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그때서야 엄마는 실업률이 급증하는 요즘 올해 졸업생들이 직장을 구하는 게 무척 힘들다는 현실을 생각 못했구나, 싶었다.
그 후 보스턴 글로브에 실린 ‘졸업생 커리어 코칭’ 재단 창시자 크리스틴 볼잔의 칼럼을 읽어보니 요즘 어느 대학이고 예전 이맘때쯤 붐비던 대학교 캠퍼스의 잡 페어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험 많은 전문인을 고용하는 회사도 거의 없는 요즘에 특히 경험없는 그것도 올해 막 졸업하는 신입사원을 뽑으러 대학 캠퍼스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나오는 회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60%의 대학 졸업생들이 졸업후 실업자가 되어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약 6개월이 지나야 직장을 찾았는데 올해는 3개월이 더 걸려 약 9개월 이상 직장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전했다. 그러나 요즘 뉴스를 들으면 9개월 이후에도 직장을 찾을 수나 있을까, 싶다.
2월 캘리포니아 실업률은 10.5%이고 LA카운티는 10.3%, LA 시는 12.2%로 집계되었다. 미 전체 실업률 8.1%보다 훨씬 높은 실업률이다.
볼잔의 칼럼에서는 2009년 졸업생들이 아마 헬스케어관련회사와 제약회사, 바이오 테크 외에 정부공무원과 교육분야에 직장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주정부는 20만명 공무원을, LA 교육구는 8,400명의 교사와 직원을 감원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LA시도 4억8천만달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4,800명을 감원해야 하는 형편이니 캘리포니아 주나 LA시 정부공무원과 교육구는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한국의 친척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올해 동부에서 졸업하는 자녀를 LA에 보낼테니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인턴직을 구하거나 직장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또 USC 재학생들이나 그전에 알았던 젊은이들한테서도 요즘 직장관계로 전화를 받고 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고용 동결이고 인턴도 월급을 주는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한 동료는 작년에 타주에서 법대를 졸업한 딸이 아직도 직장 잡을 가능성이 희박해서 일단은 아파트 렌트 등 생활비용의 절약을 위해서도 집에 와서 편하게 직장을 알아보라는 뜻에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단다.
딸 제시카를 비롯해서 올해 졸업하는 2009년 졸업생들이 유난히도 많은 고생을 하면서 심한 경쟁을 거쳐 대학을 입학한게 엊그제 같은데 하필이면 미국 대공황 이후 제일 힘든 경제위기 시대에 졸업하게되니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럽다. 직장을 찾지 못해 절망하지 않도록 주위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도 대학 졸업생들에게 그래도 이력서를 철저하게 준비해두고 가끔 나오는 직장 오프닝이라도 열심히 응모해서 일단은 직장을 찾아보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된다고 격려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데도 직장을 못 찾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 우리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2009년도 졸업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 “Welcome Back Home Baby!(얘들아,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젊은 그들의 희망이 꺾이지 않고 미래계획을 세우도록 격려하는 게 우리 부모들의 몫이다.
케이 송 /USC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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