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건에서만 브랜드를 찾는 것일까. 아니다. 인물, 사회단체, 모임 더 나아가서 추상 명사에서도 명품을 찾게 된다. 소위 일류 학교 교풍, 미식가가 찾는 요리점 분위기, 모 스포츠 단체의 투혼 등 온갖 무형의 현상에도 빠짐없이 브랜드를 찾게 된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믿음이고 기호품이고 내 자신이 된다.
이런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샤넬 No.5가 세계의 향수가 되기까지 노력한 과정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같은 일을 몇 사람에게 나누어서 맡긴다는 점이다.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경쟁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몇 대를 이어가며 같은 일을 가업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오랜 세월 정성을 쏟아 품질의 향상을 도모하여 명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떤 면에서나 브랜드가 되려면 꾸준히 지혜와 노력을 쏟아 부어야만 가능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인상이 제각기 달라서 흥미롭다. 예절 바른 나라, 친절한 나라, 멋쟁이 나라, 음식이 맛있는 나라, 말이 고운 나라,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 등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알록달록한 브랜드는 그 나라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쌓은 삶의 무늬이다. 또한 그들이 지향하는 국가의 자랑이고 비전이기도 하다.
국제 브랜드위원회가 정한 국가 브랜드 1위는 독일의 ‘Land of Ideas’라고 한다. 독일이 창조적인 생각을 낳는다는 자존심의 표현이라고 본다. 실로 자랑스러운 브랜드다. 한국은 현재 국가브랜드 33위인데 2013년까지 15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발표했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경제 5개년 계획 같은 것과는 전연 성질이 다르다고 본다. 내가 향상되도록 노력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느냐에 따라서 순위가 정해지는 일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정책으로 정하는 것은 국내용과 국민용이고, 그것을 목표로 실천하는 것은 온 국민의 몫이 된다. 국민들이 공감하고 생활화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잖은가.
온 국민이라고 하는 것은 국내와 국외에 거주하는 한국계 모든 사람들을 뜻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한국계로서 세계인으로서 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품격을 갖춘다는 뜻이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되려면 한국의 역사 전통 문화가 바탕에 깔리고, 한국 고유의 것이고, 세계에 공헌하고, 미래에 희망이 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온 국민의 긍지를 높이고 사랑을 받게 될 줄 안다.
그런 것이 있을까. 찾아보면 있을 게다. 언뜻 떠오르는 것은 ‘한글이 숨 쉰다’이다. 한국의 국보 제일은 ‘한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글은 역사성, 창의성, 활용성, 미래성, 문화성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IT강국이 된 것도 한글 덕택이다. 한글이 아니었다면 눈부신 속력으로 정보 왕국이 되었을까. 한국 국가 브랜드는 심사숙고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결정될 문제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와는 무관한 문화적인 것이 되기를 바란다. 경제 상태는 세계가 서로 도우면서도 싸울 수 있지만 문화는 평화적이며 서로의 마음에 보탬을 주는 영향력이 있다.
문화는 경쟁 자료가 아니고 친목의 다리를 놓는 작용을 한다. 한국인이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은, 반만년 동안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름다운 정신문화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것이 국가 브랜드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각 가정에 가훈이 있고, 마을마다 마을정신이 있고, 학교에 교훈이 있고, 나라에는 철학이 있어 요즈음 표현으로 국가 브랜드가 있다. 이 국가 브랜드를 세련된 작품으로 세계에 공표하는 일은 또 하나의 특제품을 만들어서 세계에 알리는 뜻이 있다. 모름지기 모든 사람의 지혜가 모이기 바란다.
허병렬/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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